네가 어른이 되었을 때/ 너는 남몰래 혼자 울기도 하겠지
그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 그럴 때 누가 네 옆에 있어줄까?(중략)
생각지도 못한 슬픔/ 생각지도 못한 기쁨/
삶이란 생각지도 못한 일들로 가득찬 숲/
그 숲 깊은 곳으로 너는 걸어가겠지
- 유모토 가즈미 글, 하타 고시로 그림<다시 시작하는 너에게>
준완과 익순이 헤어지고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 그 생각만으로 벌써 1년이~'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1년'이 흐르며 <슬기로운 의사 생활 시즌 2>가 1년을 훌쩍 건너뛰었다. '일년 뒤에도 그 일년 뒤에도 널 기다려'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준완은 여전히 익순을 못잊었지만 율제 병원의 일상은 여전히 분주하다. 드라마는 학생에서 인턴으로, 전문의로 새로이 시작하는 이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말 그대로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다. 이제 막 인턴이 된 홍도와 윤복의 실수담 덕분에.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환자의 두 콧구멍을 막아버리며 콧줄을 낀 윤복(조이현 분)이 떠올라 어깨가 실룩인다. '다 필요없어 교수님이 하라는 대로 하면 돼! 당기라면 당기고 빼라면 빼고'라는 부연 설명과 함께, 단 하나의 지시, '리차드슨 아웃'만 하면 100점이라는 추민하(안은진 분)의 장담을 너무도 충실하게 이행하느라 수술실 밖으로 나가버린 홍도(배현성 분)의 고지식함에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말 그대로 평생 '이불킥'을 할 만한 '흑역사'다. '시작'은 '서투름'의 동음이의어다. 제 아무리 공부를 해도, '경험'의 일천함은 늘 우리에게 '흑역사'를 안긴다. 그런데 '시작'은 흑역사만 안겨주는 게 아니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듯이 '첫 경험'이기에 거기에 실린 마음만큼이나 깊은 '아픔'도 남긴다. 전공의 창민이는 자신과 이름이 같은 어린 창민이에게 남다른 '라포(상담이나 교육을 위한 전제로 신뢰와 친근감으로 이루어진 인간관계)'를 형성한다. 하지만 어린 창민이는 견디지 못한다. 의연한 줄 알았던 전공의 창민이는 그만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그래서 남달랐던 어린 창민의 죽음 앞에 '의사'로서 '사망 선고'를 차마 하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린다.
이렇게 <슬기로운 의사 생활 시즌 2>는 새로운 시작을 '서투름'과 '아픔'이라는 두 단어로 설명한다. 우리가 삶의 숲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 설레임에 가득하지만 막상 서툰 우리는 낯선 길에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부터 하는 것이다.
괜찮아 잘될거야 시간이 흘러가면 난/ 웃으며 그 날을 볼거야 괜찮아 다 잘될거야
아무도 날 몰라준 듯 해 허전한 마음에 눈물만/무거워진 발걸음마저 짐인 것 같은 하루
괜찮아 잘될거야 시간이 흘러가면 난/웃으며 그 날을 볼거야 괜찮아 다 잘될거야
오늘도 힘들었지 누구나 겪는거야 참/좋은 날 행복할 그 날을 그려봐 넌 할 수 있어
- 이한철 작사/이상훈 곡/ 슈퍼스타 중
이제는 뇌사 상태에 빠질 뻔한 오토바이 사고 여성도 구해내고, 임신중독증 산모도, 1.6kg 아기의 식도 패쇄증도 거뜬히 해결해내는 그들에게 '어리버리한 인턴'의 시절이 있을까 싶은 99즈, 하지만 <슬기로운 의사 생활 시즌2>는 홍도의 '리차드슨 아웃' 못지않은 익준인지, 정원인지?의 '설압자' 해프닝을 소개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그저 99즈도 그땐 그랬었지 라고 '후일담'으로 끝내지 않는다. 자신의 두 코를 다 막아버린 윤복에게 환자는 자신의 딸도 사회 생활을 이제 막 시작한 신입사원이라며 괜찮다며 외려 다독인다.
즉 드라마는 그저 나도 같은 실수를 했어라는 이른바 우리 시대의 '라떼'는 말이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의사로서 사망 선고를 해야 했지만 환자와의 애틋한 라포로 인해 의사로서 본분을 다하지 못한 창민이은 교수 준완에게 찾아가 '죄송하다'며 머리를 조아린다.
그런 창민에게 준완은 담담하게 '울 수도 있지'라고 말한다. 환자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는 사실로 인해 야단을 맞을 것을 우려한 창민에게 준완은 울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울 수도 있지만 의사로서의 본분은 다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실수' 혹은 '서투름'은 우리가 살아가며 불가피한 것이다. 하지만 그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 따라 이후의 행보는 달라진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그저 실수를 더 쌓아가는 게 아니라 그 실수를 통해 조금 더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것이라고 드라마는 말한다. 6회 <슬기로운 의사 생활 시즌2>의 미덕은 우리도 실수를 했다가 아니라, 그 실수를 통해 99즈는 그 이전의 선배 의사들이 쳐놓았던 '감정의 벽'을 허물고 의사도 감정적일 수 있다는 '권위'의 벽을 허물었다는 점이다.
6회는 시작하는 이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실수와 감정적인 상처를 겪는 이야기, 그런데 그 이야기에 화답하는 건 '어른'으로 살아가는 99즈를 통해 과연 '어른됨'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어른은 그저 더 많은 경험을 겪으면 어른이 되는 것일까? 앞서 실수를 하고, 아픔을 겪으면 어른일까? 아니 드라마는 말한다. 자신의 뒤에 오는 이들의 실수에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어른'이라고. 그리고 앞선 이들이 만들어 놓은 '허상'을 넘어 진솔한 인간의 모습에 허심탄회하게 한 발 더 다가서는 것이 '어른'이라고. 그리고 어떤 아픔 속에서도 자신의 책임을 다하려고 하는 것이 어른이라고. 오늘도 그렇게 <슬기로운 의사 생활 시즌2>는 '어른' 99즈의 이야기로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