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사람들 눈에 우리의 '갓'이 패셔너블하게 비춰졌다던가? <킹덤>은 가상의 조선 왕조를 배경으로 탐욕스런 '권력'과 그에 희생되어 '좀비'가 된 백성들이라는 신선한 '발상'으로 화제가 되었다.
<킹덤> 좀비 서사의 시작은 '생사초'이다. 중전이 회임할 때까지 '왕'을 살려두기 위해 어의에 의해 처방된 '생사초', 하지만 왕은 '좀비'가 되었고, 그 좀비의 제물로 애꿏은 궁전의 아랫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생사초'를 제공한 어의와 그의 제자, 그들은 죽어서 고향으로 돌아온다.
죽어 돌아온 그들은 '비극'의 시작이 되었다.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을 지경의 사람들에게 죽어 돌아온 이의 '육신'이 '고깃국'으로 둔갑한 것이다. 권력을 위해 죽음에서 돌아온 왕, 삶을 위해 죽은 이를 먹은 백성들, 이 극단적인 왕국의 상황이 바로 <킹덤> 좀비 서사의 '프롤로그'이다.
한반도 남부 전체를 들어엎으며 결국 궁궐을 좀비들의 무한살육전으로 만들고 만 <킹덤> 그 시리즈를 보고나면 누구나 그렇다면 저렇게 사람들을 '좀비'로 만들어 버리는 '생사초'는 어디로부터 시작되었을까? 하는 것이다.
그런 의문에 대한 화답을 주는 게 바로 7월 23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킹덤; 아신전>이다. 이미 시리즈의 마지막, 의문의 존재로 모습을 드러낸 '아신', 그의 이야기가 1시간 30분 여 짧은 런닝 타임을 통해 풀어진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킹덤>에서 조선으로 온 '좀비'이야기를 통해 좀비가 된 왕, 왕의 죽음조차 이용해 권력을 누리고자 하는 권신 조학주(류승룡 분)를 통해 봉건권력의 민낯을 낱낱이 폭로하고자 했던 김은희 작가의 세계관이다.
시즌 2의 엔딩 손에 피를 묻힌 세자 이창은 자기 대신 중전의 자식이라 권신들이 받아들인 좌익위 김무영(김상호 분)의 아들을 권좌에 올린다. 그리고 온나라를 '좀비'로 붉게 물들인 그 '시원'을 찾아 북방으로 향한다. 그리고 거기서 아신을 만난다.
그렇게 시작된 아신의 이야기, <킹덤; 아신전>은 이창이 만난 전지현이 분한 성인 아신이 아니라, 아직 어린 아신으로 시작된다. 정작 전지현의 출현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전지현이 모습을 드러내기 까지는 비극적 서사의 시간이 꽤 흘러야 한다.
아신은 조선의 국경선이 되는 압록강 주변 마을에 살아가는 '성저야인'이다. <킹덤; 아신전>에서 촛점을 맞춘 건 바로 '성저야인'의 딸 아신이다.
아신의 아비 타합(김뢰하 분)은 파저위, 여진인인 자신들을 받아들여준 '조선'을 은인이라 생각하며 기꺼이 조선을 위해 '밀정'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타합이 '은인'으로 여기는 조선은 그들을 어떻게 대할까? 그건 돼지를 잡는 일을 타합에게 맡겼으면서 정작 손질이 끝난 돼지에 타합이 손을 댔다는 이유만으로 침을 뱉는 조선 여성 모습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즉 타합을 비롯한 성저야인들은 '조선'이라는 울타리 밖의 파저위,'여진'족이다. 조선은 그들을 자신의 땅에 받아들였지만 결코 그들을 '조선'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킹덤> 1,2에서 군관으로 등장한 민치록(박병은 분), 그는 강직한 무인이다. 왕보다도 더 '권위'가 있는 조학주의 권력을 의심하고 그의 딸인 중전의 회임이 거짓일 수도 있다는 '의심' 앞에 그는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게 강직했던 민치록, <킹덤; 아신전>에서도 조선을 향한 무인으로서의 충직함은 여전하다. 왜란으로 인해 조선이 위태로운 시점, 여진과 압록강을 두고 국경을 마주한 이 곳이 얼마나 풍전등화의 경계임을 민치록은 직감한다.
그런데, 조학주의 아들은 그런 현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권력의 것인 산삼이 나는 폐사군의 숲에 들어온 여진인들을 '학살'한다. 그리고 민치록은 그가 벌인 일이 이제 아이다간을 중심으로 힘을 결집하기 시작한 파저위와의 관계를 얼마나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사안인가를 직감한다. 어떻게든 '호환'으로 돌려보려 하지만, 제 아무리 '괴물'같은 호랑이라도 '야인' 여진인 15명을 대번에 살상한다는 게 얼마나 '역부족'인 변명임을 직감한다.
조선의 강직한 신하, 민치록이 생각해낸 '희생양'은 바로 성저야인이었다. 조선이 자신들을 받아들여 '은인'이라고 생각하는 성저야인들, 제 아무리 '밀정'을 마다하지 않는다해도 조선의 위기 상황에서 그들은 '파저위'에게 던져 줄 '먹잇감'인 것이다.
파저위의 아이다간은 자신의 병사들을 이끌고 성저야인, 아신의 마을을 휩쓴다. 그들의 방식대로 마을 사람들을 몰살한다. 아신의 마을 사람들 모두가 잔혹하게 살해당한 덕분에 조선의 국경은 지킬 수 있었다.
<킹덤; 아신전>은 바로 이 우리가 '우리'라는 울타리 밖의 '존재'들에 대해 드러내는 '야만성'을 조선 전체를 휩쓴 좀비 재앙의 근원으로 삼는다. 이미 드라마는 시즌 1부터 끊임없이 우리가 쳐놓은 '울타리'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동래에서, 문경 새재에서, 그리고 한양에서, 거침없이 퍼져가는 좀비들에 대해 권력을 쥔 자들은 '우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와 우리가 아닌 것들 사이에 '장막'을 치고자 한다. 그리고 <킹덤; 아신전>은 바로 그 '비극'의 시작이 왜란으로 만신창이가 된 조선을 지키고자 우리 안의 '타자'들에 가해진 '살상'이었음을 고발한다.
자신의 마을이 몰살당한 것을 안 아신은 '진실'을 채 알지 못한 채 '복수'를 위해 민치록을 찾는다. 민치록은 아신을 거두고 조선의 변방 요새에서 아신은 온갖 궃은 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복수의 칼을 간다. 실종된 아비를 대신해 '밀정' 노릇까지 마다하지 않으면서.
그러다 몰래 숨어들어간 파저위의 마을에서 죽은 줄 알았던 아비를 알고, 비로소 자신들의 부족에 닥친 '비극'의 실체를 깨닫게 된 아신은 자신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던 파저위는 물론, 조선을 '몰살'하고자 한다. 아신, 자신의 어미를, 그리고 자신의 부족을 죽음에서 구하려했던 '생사초'가 이제, 아신이 자신들을 몰살시키려 했던 '적'을 향한 '무기'가 된다.
조선의 왕권을 등에 업고 자신의 '권력'을 지키려 하던 조학주의 권력욕은 결국 조선이라는 날 전체를 좀비떼로 들끓게 만든다. 그리고 결국 왕권의 심장인 왕궁 자체를 피로 물들인다. 아니, 그 알량한 왕권이라는 봉건 권력은 한낯 한 인간의 권력욕 앞에 좀비화되고, 왕권의 수호라는 미명은 아무런 '혈연'의 연고가 없는 한 아이에게로 계승되어진다.
이 처절한 봉건 권력에 대한 '풍자'는 <킹덤; 아신전>에서도 정공법으로 논해진다. 갓과 도포를 걸쳤을 뿐, 자기 한몸 지킬 능력도 되지 않는 조선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조선의 품으로 들어온 '타인'들을 희생시킨다. 그렇게 성저야인들을 희생시킨 민치록이 돌아간 곳에서 그가 만난 건 아신에 의해 퍼뜨려진 '생사초'에 의한 '좀비' 군상이다. 민치록, 그는 지키려 했지만, 외려 그의 '수호'가 조선을 '파국'에 빠뜨리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