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을 바꿀 사람은 '우리' - 칠레, 홍콩, 그리고 우간다의 젊은이
22살, 23살 무렵의 여성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한참 젊음이 무르익을 나이, 하지만 나이든 사람들이 아름다워 보이는 젊음이, 때로는 젊은 당사자들에게는 불투명하기 그지 없는 '현실'의 무게로 다가올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젊은이들 역시 젊음의 싱그러움 보다는 그들에게 닥칠 미래의 무게를 더 크다하지 않을까. 게다가 젊은 그들이 태어난 곳이 어디인가에 따라 그들의 삶은 다른 '선택'을 낳는다. 2021 ebs 다큐멘터리 영화제( eidf )의 글로벌 경쟁작 <미래의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정치적 사회적 격변을 겪고 있는 칠레, 우간다, 홍콩의 세 젊은이를 주목한다.
왜 라옌은 거리로 나설까? 칠레는 피노체트 대통령 때 만들어진 '헌법'에 기반하여 모든 '공공재'들이 모두 민영화되었다. 교육, 의료 서비스는 물론, 물조차 '민영화'되었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잘 사는 나라라는데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만큼 사회적 불평등이 극심하다. 2019년 지하철 요금 인상을 계기로 사람들이 프라이팬과 나무 숟가락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모든 요금을 더는 내지 말자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리로 나선 칠레 시민들에게 정부는 '폭압적'인 진압으로 맞섰다. 최루탄은 물론, 유독성 물로 물대포를 쏘아댔다. 얼굴에 직접 고무탄을 쏘아대는 바람에 눈을 잃은 사람들이 수백명이다. 라옌의 아버지 역시 허벅지에 고무탄이 박혔다. 시위에 참가하던 평범한 청년이 목숨을 잃었다. 아벨 아쿠냐, 22번째 피해자이다.
1997년 홍콩이 반환되었다. 한 국가 두 체제가 허용된다는 전제 하에서였다. 영국에 오랫동안 '조차'되어 왔던 홍콩은 민주주의적 체제였다. 언론, 출판의 자유가 허용되었었다. 하지만 반환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홍콩인으로 살아왔던 젊은이들에게 중국식의 사회주의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었다. 한 국가 두 체제는 말 뿐이었다. 당연히 젊은이들은 거리로 나섰다. 심지어 홍콩 인권 운동가들을 본토로 송환할 수 있는 '송환법'이 통과되면서 시위는 더욱 격화되었다.
페퍼는 두렵다. 체포가 두렵다. 시위에 참가한 젊은이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경찰이 무엇보다 무섭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아직 페퍼가 시위에 참여하는 걸 모르는 친구, 가족들에게 '비밀'로 해야 하는 처지가 힘들다. 이러한 이중 생활 자체가 그녀를 늘 피곤하게 한다.
페퍼 또래의 시위 참가자 젊은이들은 '신세대' 답게 구글 캘린더, 지도 등을 이용하여 경찰의 폭력적 시위 진압에 상대하지만, '지는 싸움'은 힘들다. 한바탕 시위가 휩쓸고 지나가면 체포되지 않았음에 안도하지만, 한편에서 왜 난 체포되지 않았을까, 동료가 체포되지 않도록 도와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자괴감에 시달린다. 시위 현장에서는 결코 눈물을 보이지 않지만 집에 가서 뉴스를 보면 눈물이 흐른다. 언제 체포될 지 모르는 생활, 사랑하는 이와도 헤어져야 하는 상황, 그럼에도 '쟁취'되는 건 없는 현실이 페퍼와 같은 젊은이들을 시험에 들게 한다.
22살의 힐다는 말한다. 동생들이 자신과 같은 경험을 겪지 않기를 바래서라고. 우간다 젠키라 마을 와키소 구역에 힐다네 농장이 있었다. 어릴 적 엄마가 외출할 때마다 뭘 사다달라해서 '사탕'이란 별명을 얻었던 밝은 아이, 하지만 그 아이의 '가정'은 '기후 변화'라는 전 지구적 위기 속에 풍파를 격게 된다.
소, 염소 등을 키우는 큰 농장을 일구던 힐다네 가족, 비가 오지 않거나, 아니면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모든 걸 휩쓸어 버린다거나 하는 기후 격변에 버틸 수가 없었다. 해마다 더 나빠지는 상황에 결국 힐다네는 농장을 팔 수 밖에 없었다. 농장을 판 돈으로 생활비를 감당했지만 돈이 없어 학교를 4개월 정도 쉬어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대학에 들어온 힐다는 기후 위기에 맞선 '미래를 위한 금요일'에 참가한다.
한때는 '아프리카의 진주'라 불렸던 우간다이다. 하지만 이제 그 아름다웠던 우간다의 강은 플라스틱 강이 되었다. 젊은 힐다가 앞서, 또래 젊은이들을 독려하여 강의 쓰레기를 치우는 '캠페인'에 나섰지만 그런 그들 앞에서 플라스틱을 버릴 정도로 우간다 내 '환경' 운동에 대한 인식은 미흡하다. 심지어 교수님마저 '신의 계획'을 들먹이며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단정짓는다.
하지만 그들의 '미래'가 늘 희망적인 것은 아니다. 칠레의 라옌, 또래 젊은이는 목숨을 잃거나, 눈을 잃었다.. 그럼에도 지난 50여년간 지속되어온 극심한 사회적 불평등을 지양하고자 오늘도 라옌은 거리로 나선다. 사람들이 '헌신'했던 노력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리에 고무탄이 박혀 수술을 기다리는 아버지 세대에 대해 빚을 갚는 라옌 세대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