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4일은 둘째 아들이 백년가약을 맺는 날이다.
서너 달 전부터 피부과 관리도 받고 한복과 어울리는 올림머리를 위하여 머리도 길렀다.
몇 년 전 큰아들 결혼식 경험 덕분에 마음은 그때보다 한층 느긋하다. 단지 여름 장마가 언제 시작될 것인지 그날 더위는 참을만한 것인지가 큰 걱정이다. 결혼식 날자가 장마비에 겹치지 않으면 한시름 놓을 것 같다. 부모 마음에도 불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수많은 손님과 인생 최대의 일을 치르는 아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특별한 종교도 없건만 아쉬우니 강화 백련사에 찾아가 부처님에게 엎드려 기도한다.
“ 비 없이 시원하고 무탈하게 도와주십시오 ”
지인에게 같이 하자고 하니 교회에 가서 하느님에게 한다고 한다.
기상대 예보가 나오면서 비가 없음에 안도한다. 키 큰 느티나무 들이 있고 초록이 한창인 아담한 언덕 아래, 그리고 6월 장미가 어우러져 있는 곳. 불어오는 바람과 파라솔 그늘을 지붕 삼아야 하는 곳이 예식장소다. 봄에 이곳에서 결혼식을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
택일에 급급했던 젊은 혈기는 장마와 더위를 너무 만만하게 생각한 것 같다.
이제 더위를 걱정해야 한다. 요즘 한낮 날씨는 불볕이다. 해수 온난화 현상인 엘니뇨로 예전 보다 이른 폭염은 연일 30도를 오르내린다. 예식에 온다고 다들 차려입고 오는데 파라솔 그늘만으로 해결될까? 이리저리 생각한 끝에 아이디어로 나온 것은 손부채를 마련하는 것이다. 걱정스러운 날들이 가고 청명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부모로서 마지막 큰 행사이기에 메이크업 샾 에서 화장과 머리를 단장하였다. 거울 속 나의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내가 나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나르시스 현상은 이번에도 나타났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강한 긍정이다. ‘ 희숙아 너는 충분히 잘 살았어! ’
큰며느리와 차로 30분 거리인 예식장으로 향한다. 신랑 신부는 벌써 뜨거운 햇살 아래 싱글 벙글 사진사 주문에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바쁘다. 보통 실내 예식장에서 신부는 대기실에 우아하게 앉아 눈인사로 하객 인사에 답하기 마련인데 이곳처럼 야외 예식장에서는 싱그런 자연에서 온몸으로 결혼식을 즐기며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행복해 보인다. 특별히 시원한 곳 카페로 시골서 오신 친인척을 모셨다. 친정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엄마는 요양원에 계신다. 그래도 오촌인 우리 아들 결혼을 축하한다고 불편한 몸들을 이끌고 온 것이다. 가슴이 먹먹하다.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였는데 이렇게 와 주시니 고마운 마음이다.
식이 진행되니 사회자가 자리에 앉아 달라고 방송을 한다. 수국, 장미, 안개꽃이 신부 드레스와 어우러져 순백으로 빛이 난다. 제각각인 꽃 향은 협주곡으로 답을 한다.
나는 흰색 저고리에 옥색 치마를 갖추어 입고 분홍색 치마를 입은 사돈과 손을 꼭잡고 입장했고, 우리의 맞절로 예식은 시작되었다. 순서에 따라 축사가 이어지고 샴페인을 터트렸지만 파라솔 아래 하객들은 더위에 부채 쥔손은 힘이 없고 다들 생기를 잃었다.
식이 마무리된 후 새신랑의 첫 말은 “ 엄마 나는 내내 손님들 부채질 하는것만 보였어, 엄마도 더웠지! 난 점심에 김밥 한 줄 먹고 더워서 쓰러지는 줄 알았어. . . ”
바라본 아들 얼굴이 핼쓱 하니 안쓰럽지만 그들 미래는 저 푸른 하늘만큼이나 빛나길 소원한다. 또한 이 더위를 참고 자리를 빛내준 하객들에게 거듭 감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