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밑에서 필통을 발견했다. 안나는 자신의 물건을 방 곳곳에 숨겨놓았다.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숨바꼭질을 하듯. 언제쯤 안나의 물건을 다 찾을 수 있을까. 숨겨진 것을 모두 찾으면 안나가 환하게 웃으며 ‘보물찾기 끝!’ 하고 외칠 것만 같다.
나는 필통의 지퍼를 조심히 열었다. 익숙한 연필심과 종이 냄새가 희미하게 풍겨 나왔다. 연필 끝에 남아 있는 물어뜯은 흔적, 지우개에 새겨진 작은 반달 모양의 파임, 그리고 종이 한 장이 접혀 있었다. 지금은 읽지 않을 것이다. 아직 집에 남아 있는 안나의 자취를 더 따라가고 싶어서이다.
부엌 서랍에서는 머리끈이 나왔다. 손가락에 감기자마자, 희미하게 배어있는 안나의 샴푸 향이 느껴졌다. 나는 물건을 발견할 때마다 제자리에 돌려놓는 대신 테이블 위에 줄지어 세워두었다. 마치 안나가 학교에서 돌아와 “이건 여기 있었고, 저건 저기 있었어” 하고 하나씩 설명해야 할 것처럼.
안나의 보물찾기에는 규칙이 있다. 잘 보이는 곳에는 숨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너무 깊숙한 곳에도 두지 않는다. 찾으려는 사람에게 약간의 수고만 요구하는 위치.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안나는 말하고 있었다.
책장 맨 아래에서 공책을 발견했을 때, 나는 그제야 종이를 펼쳤다. 첫 장에는 날짜가 없었다. 대신 이런 문장이 있었다.
엄마가 찾을 수 있을 만큼만 숨길게.
다음 장에는 더 짧은 문장.
잊지 않게.
나는 규칙의 다른 면을 이해했다. 안나는 나를 시험하지 않았다. 나를 믿고 있었다. 내가 끝까지 찾을 것이라고, 아니 찾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어떤 것은 발견되는 순간 사라지고, 어떤 것은 남기 위해 숨겨진다. 그 믿음이 안나를 아직 이 집에 머물게 하고 있었다.
안나는 죽었다.
그 문장을 마음속에서 완성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병실의 냄새, 흰 커튼, 마지막으로 나를 안아주던 아이의 차가운 체온. 나는 그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집 안에서는 그 사실이 늘 한 박자 늦게 도착했다. 집에서는 아직, 죽지 않았으니까. 여기서는 여전히, 보물찾기가 진행 중이었으니까.
마지막으로 발견한 것은 베개 아래에 있었다. 아주 얇은 봉투. 안나는 어릴 때부터 가장 아끼는 것을 베개 밑에 두는 아이였다. 봉투 안에는 짧은 편지와 함께 사진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웃고 있는 안나의 얼굴.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 나는 그 무게를 손바닥 위에 오래 올려두었다.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엄마, 다 찾으면 끝이야.
근데 너무 빨리 찾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울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이후로 나는 그녀의 보물들을 일부러 찾지 않았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이 있는 것처럼, 소파 밑을 그냥 지나치고, 옷장 맨 위를 열지 않았다. 숨겨진 것이 남아 있음이 안나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였고, 그것이 내가 얻을 수 있는 보물이었기 때문이다. 그 보물이 나를 하루씩 더 살게 했다.
안나는 끝을 말했지만, 나는 끝을 미루었다. 보물찾기는 아직 진행 중이다. 집 어딘가에서 안나가 숨을 죽이고 있을 것만 같다. 보물을 찾는 나를 몰래 바라보면서. 그리고 언젠가, 정말로 모두 찾게 되는 날이 오면, 그날에야 나는 비로소 안나를 받아들일 준비를 할 것이다. 아직 그때까지는, 보물찾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