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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곰 엄마 Jul 14. 2023

너희들이 행복하다면야....

(엄마는 행복한 너희들이 좋다!!)

난 그 무시무시하다는 고3 딸과 사춘기가 언제 올지 모르는 초5의 아들을 둔 워킹맘이다.     


아들이 4살 때 부족한 생활비와 불규칙한 남편의 회사 생활에 어린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맞벌이를 시작했다.

아침마다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와 실랑이를 하고 아이가 아프면 잠시 회사에서 나와 병원을 다녀와서 다시 어린이집에 보내고, 정말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초등학생인 딸은 어린 남동생을 이뻐해 주며 어른스럽게 돌보기도 했지만, 아들이 초등학교를 들어가면서 이쁘지 않다며 귀찮아했다.... 물론 엄마도 이해한다... 딸.....     

회사 가는 날은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없어서 미안한 마음에 주말만 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 공원이라도 돌고 아님 마트라도 가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사주며 미안한 마음을 대체했다. 내가 아이들에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피아노, 태권도 이외의 학원은 다녀본 적이 없다.. 남편의 교육관이 너무 확실해서 난 따를 수밖에 없었으니까... 교육 얘기만 하면 그날은 분위기 살벌~~~ 한 날이었다...


그래도 딸은 학교에서 하는 것만으로도 잘 따라갔지만, 중학교 올라가자마자 과목에서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극명하게 달랐다... 국어 사회 쪽은 점수가 아주 좋고, 수학은 본인이 중2가 되자 수포를 선언했다...... 난 벌써부터 수포자가 되냐는 말을 했지만, 남편은 잘하는 것만 해도 된다며 괜찮다고 했다.... 그래.... 수포자가 돼서 네가 행복하다면야....

그래도 중간은 돼야 한다는 내 말에 딸은 항상 중간을 유지했다......

그건 고등학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난 무슨 시험기간에도 공부 안 하는 아이는 처음 봤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학교에서 공부한다는 말에 뭐라 할 수도 없는 게 국어 사회는 참... 점수가 좋다... 그리고 어찌 됐든 중간은 간다... 신기하게...

고3인 지금은 실기를 준비하려고 과외를 하고 있는데 글을 쓰는 게 좋은 아이라 처음에 재미있는지 너무 좋아했지만 지금은 엄청난 양의 책과 과제가 좀 힘들게 하는지 얼굴이 좋지 않다... 그래도 남들 공부할 때 그만큼 놀았으면 단 몇 달은 참아야지!!!!! 안 그런가??^^     


우리 아들은 공부에 영 취미가 없으시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에게 자주 물어본다.. 넌 꿈이 뭐야~~?? 물어보면 두 아이가 꿈이 정말 자주 바뀐다.!!!  그럴 때마다 우린 우와~~ 우와~~ 하고 공감해 주는데 한 번은 아들한테 물어보니 자기는 편의점 사장이 될 거란다... 엥?? 왜?? 자기는 편의점이 너무 좋아서 편의점 사장하면 행복할 거라고 말하는 아이의 모습에 우린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서 아직도 편의점 사장이 꿈이냐고 물어보니, 이젠 아니라고.. 편의점에 진상 손님들 오면 피곤할 것 같다고, 못하겠단다..... 음.... 현실적이긴 하네... 그럼 뭐 할 거냐고 물어보니 좀 생각해 본다고 얘기하는 아들이 너무 귀여웠다.     


공부를 못 하면 어떠냐 건강하고 착하게 자라면 됐지..... 밥벌이는 알아서 해야겠지만...     


이렇듯 우리 아이들은 공부학원도 관심 없고 자기들의 취미 생활을 너무 즐기고 있다.. 고3인 딸은 이번 7월 30일 맨시티 경기 봐야 한다고 굳이 학교를 조퇴하고 티켓팅을 했다.... 축구를 너무 사랑한다..... 용돈은 축구경기 티켓이랑 굿즈 유니폼등으로 다 나갈 거다.... 에휴... 고3 맞니?     

내가 너네 이렇게 공부 안 하고 살다가 나중에 어떻게 할래?? 하고 물으면 둘이 똑같은 대답을 한다~~ ‘괜찮아~ 지금 행복하면 돼’하고 해맑게 말한다...     

워킹맘으로서 난 아이들에게 항상 미안했지만, 아이들은 자주 내게 말한다. 

‘엄마~ 나 행복해!!’     


다행이다... 너희들이 항상 행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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