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는 실력이 좋으면 됩니다. 친절은 부가서비스입니다.
애들은 꼭 왜 연휴 때 아플까?
부모님도 긴장이 풀려 애들을 평소와 다르게 보기 힘들죠. 게다가 일도 해야 하고 이야기도하고, 애들은 오랜만에 만나는 형,동생들하고 노는 것이 신나서 활발해집니다.
추석연휴 막히는 도로처럼 답답한 것은 병원들이 쉬는데 아이가 다치는 것은 끔찍하다고 생각합니다. 큰 아이는 놀다가 세워져 있는 상을 건드려 쿵 하고 넘어지는 바람에 발등이 찍혔고 부러진 것 같아 아이를 들쳐메고 병원을 돌아다녔습니다. 생각보다 아파하지 않아 진통제와 소염제 연고를 바르고 별일 없길 바라봅니다. 다행히도 아파하는 것 같지는 않아 연휴 끝나고 병원에 가볼 생각입니다.
둘째 아이는 감기가 왔는지 기침을 하고 콧물이 나오고 목도 부어서 안 되겠다 싶어 병원에 데리고 갔습니다. 고맙게도 동네에 달빛 어린이병원 있습니다. 달빛 어린이병원 제도는 평일 야간이나 휴일에도 소아 경증환자 진료가 가능하며 전국에 20곳밖에 없는 고마운 제도입니다. 한국의 의료상태는 현재 심각합니다. 아이들은 부주의하게 다치는 경우가 많은데 책상 모서리나 장난감에 부딪혀서 이마가 찢어져도 응급실에 꿰매줄 의사가 부족해서 대형병원을 돌아다녀야 합니다.
오픈런을 한다고 아침 9시 40분에 아이 둘을 데리고 병원에 방문했습니다. 추석 연휴라 그런지 예상대로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고 두 시간이나 대기해야 했습니다. 모두 저처럼 애들이 갑자기 아픈 바람에 연휴에 진료하는 병원을 찾아 헤매다 기다리게 된 것이겠죠. 그렇지만, 저를 불편하게 하는 말이 들렸습니다. 9시에 이미 진료가 마감될 정도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근데, 여기 별로 친절하지 않은 것 같아. 다른데, 갈걸 그랬어."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연휴에 이렇게 진료를 하는 병원이 너무나도 고마운 사람들과 달리, 전광판에 대기 인원이 30명씩이나 걸려있는 병원에 친절을 바라는 사람이 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친절을 바라는 현상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친절한 병원에 가고 싶으시면 연휴가 아닌 평일에 아이를 데리고 조금 더 친절한 병원을 가시면 됩니다. 스스로 아이를 치료할 수 없어 휴일에도 진료하는 고마운 분들에게 데려왔으면 그분들에게 친절을 강요하지는 마세요.
게다가, 약국에 사람이 엄청나게 많이 있고 기다리는데 약을 제조해야 하는 약사를 붙잡고 20분 넘게 꼬치꼬치 캐묻는 아이 엄마 덕분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불쾌한 경험을 했습니다. 돈을 지급한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선을 넘는 사례들은 언제까지 계속될지 의문입니다. 3,000원 내고 개인 상담까지 해야하는 사회 분명 피곤한 감정노동입니다.
친절을 바라는 사회
우리는 전화 상담을 했을 때 상담원으로부터 엄청나게나게 친절한 설명을 듣습니다. 사실 그분들은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친절에는 잘못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친절을 베풀기 위해서는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가 더 소비됩니다.
한국은 이웃들에게 그렇게 친절하지 않습니다. 도로에 운전을 하다 보면 양보해주는 사람을 찾기 힘들고, 층간소음으로 싸움이나 살인을 하기도 하며, 피해를 봤다 싶으면 보복을 일삼는 화를 몰고 다니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받는 서비스는 친절하지 않으면 망하길 바라는 것처럼 하죠. 또한, 사람은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물건은 조금이라도 상하거나 다른 사람이 다치게 하면 멱살을 잡고 욕을 하죠.
이상한 친절은 전문가의 영역에 침범하기도 합니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복약을 지도하고 병원에서 열심히 일하는 간호사들 이런 의료인과 의료진은 실력이 좋아야 사람을 적절히 치료하고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손님은 왕이다는 생각으로 전문가의 영역에 친절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만약, 당신이 두 가지 의사에게 수술을 받을 선택할 수 있다면 1) 친절하지만, 실력이 없는 의사 2) 불친절하지만, 실력이 있는 의사 당연히 2번을 선택할 것입니다.
인간은 친절하도록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인간이 의식하에 친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오죽했으면 감정노동자라는 말이 생겼겠습니까?
감정노동이 등장한 것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의 사회로 진입하는 바람직한 현상일 수 있습니다. 일하면서 업무에 적합하지 않은 감정을 자아가 먹고살기 위해 창조해서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것이죠. 기분 나쁜 상황에서도 웃고, 말귀를 못 알아 듣는 고객의 전화, 욕을 하는 고객의 전화도 그냥 웃어넘겨야 합니다. 억지스러운 호의를 베풀어야 하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친절한 미소를 짓기 시작한 것은 과도한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고객을 유치하려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의료에 엄격하고 돈을 벌지 못할 수록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외과 등은 기피될 것입니다. 그리고 피부과,성형외과와 비교되겠지요. 경쟁이 심한 압구정 성형외과 골목에는 상담실장 등이 있을 정도로 친절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친절을 강요한다는 것은 인기가 없지만, 꼭 필요한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외과 등의 진료를 없앨 수 있습니다. 이미 우리 사회에 불편을 느낄 정도로 다가와있습니다
친절이 나쁘다고요?
물론 나쁘지 않죠. 그러나 경쟁 없는 전문가의 영역에서의 친절을 강요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친절함을 강요할수록 친절을 베푸는 상대방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의료분야가 아닌 AS 평가가 밥줄인 서비스 기사님 전화상담사들은 과잉 친절을 베풀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고객의 행동이 감정노동자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죠. 심지어 9시부터 18시까지 주중에 반복한다고 하면 퇴근 이후에도 감정이 분리되지 않아 일상생활에서 우울감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친절은 바라지 않고 순수한 마음에서 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친절은 상대적으로 낮은 자세여야 가능합니다. 유교사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에서 친절은 무조건 베풀어야 한다는 강요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친절한 사람들을 당연하고 우습게 보는 시선이 있습니다.
의료는 친절의 기준!?
굿닥,똑닥 들의 앱들은 의사와 간호사 등 병원 스텝들의 친절에 따라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진료 볼 때 내 이야기를 얼마나 들어주는지에 따라 잘 봐주는 의사가 되기도 하죠. 의료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은 때에 따라선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런 앱들은 솔직한 후기에 따라 좋은 병원을 별점으로 나누는데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좋은 병원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병원의 조건은 1)집가까운 곳 2)전문인력이나 장비들이 있으면 좋겠죠. 심평원에서 평가해놓은 자료가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3)원장의 이력이나 보건복지부에서 인증한 전문병원도 괜찮습니다.
친절하다고 평가받지 못한 병원이 폐업하면 피해를 보는 것은 그 지역의 주민입니다. 연휴나 휴일에 사고로 다쳐서 병원을 돌아다녀 본 경험이 있으시다면 그중에 문을 연 병원을 발견하는 것은 사막에 오아시스를 찾는 경험일 것입니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2.4명 그마저도 50이 넘은 고령의사가 태반인 한국에서는 최소 서비스라는 요소로 평가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어디까지 친절해야 하는가?
그냥, 억지스럽지 않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과 고객은 모두 최소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탈이 나서 병원에 갔으면 진료를 보고 약을 처방받을 수 있는 정도면 넉넉합니다. 휴대폰을 고치러 가서 휴대폰만 잘 고쳐주면 됩니다. 전화 상담도 마찬가지로 해결하고자 하는 서비스 상담만 받으면 됩니다. 태도에 대해서 평가하려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친절을 강요하지 않는 다는 사람은 전문적인 분야에도 친절하기를 원합니다. 상대방의 존중에서 나오는 마음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습관이라고 하는데 마음은 보이지 않습니다. 음식이 맛없는 식당에서 친절하다고 사람들이 가지 않습니다. 맛있는 음식이 기본입니다. 그리고, 의료는 음식점과 다릅니다. 연휴 때 진료한 병원 대기 인원이 200명이었으며 병원 다 쉬는 연휴에 그런 병원에 친절을 요구하면서 비난을 하는 것이 바로 갑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친절의 기준이란 무엇일까요? 진료를 10분씩 더 친절하게하여 200명을 200분을 더 기다리게 하는 것이 친절인지 그냥 불친절의 이유로 평가 받은 병원들이 진료를 하지 않아 다수의 사람들이 불편을 겪어 응급실만 하는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