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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소년 May 11. 2024

앞바라지가 아닌 뒷바라지는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요!

[스스로 앞가림도 힘든 사회 내 바라지부터 하자]


평균 과잉 시대에 평균 이상으로 키울 수 있을까요?


오랜만에 mz처럼 귀에 무선 이어폰을 끼고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가끔 이어폰이라도 끼고 일하지 않는다면 지루해 견딜 수 없어요. 우연히 라디오 방송에서 월드클래스 손흥민을 키워낸 아빠 손웅정 감독의 인터뷰가 흘러나왔습니다. 자녀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손흥정의 육아방법은 가끔 큰 울림을 줍니다. 잘 키우고 있나 가끔 생각도 듭니다. 주변을 보면 아이 영어 공부도 시켜주고 숙제도 도와주는데 저는 바쁘다는 이유로 못해주고 있습니다.



손흥민은 이미 엄청난 축구실력에 인성까지 다 갖춘 세계적인 스타이기에 특별한 육아법이 있는지 많은 부모님들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손흥민 같은 유명한 자녀를 키웠던 방법이라니 한국의 부모들은 또 못 참죠. 좋은 말씀도 많이 하십니다.


손웅정 감독은 기본기를 강조하고 삶의 기본을 청소, 운동, 독서라고 말했습니다. 손웅정 감독이 책을 많이 읽는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축구와 독서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아무래도 철학이죠. 올바른 철학과 교육가치가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인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고 또 읽고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은 반복적으로 읽고 중요한 부분은 표시하고 자기 생각을 더하고 그 후 최종적으로 노트에 옮겨 적고 버린다고 합니다. 시간이 있다면 저도 해보고 싶은 독서법으로 손웅정 감독의 신간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를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소한 것 하나도 못하면서 큰 일을 하겠다고 스스로 되묻는 습관 그리고 기본 중에 기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배울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기본을 지키라는 소리가 꼰대 같은 잔소리로 들리고 저의 삶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이 너무 다르고 기본을 지키라고 말하는 사람도 기본이 안되어 있는 경우가 흔하죠. 그만큼 이 시대의 존경할만한 어른 대신 그냥 어른 혹은 무책임한 어른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최소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노력이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우선순위에 따라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에너지를 덜 쓰는 것이 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에 모두 다 소진해서 돌이킬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주중에 온전히 일에 치이고 주말에도 일에 치이면서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하면 일주일의 에너지를 나눠야 번아웃에 빠지지 않아요. 가끔 이렇게 글을 써서 감정을 풀어내기도 합니다.


성공이라는 가치도 자기 삶, 재능과 개성을 목표로 삼고 꿈으로 삼아서 그 일을 지속적으로 했을 때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는 그의 말에 내가 지금 애들을 잘 키우고 있는지 고민했습니다. 한국의 많은 부모는 자녀에게 목표를 일단 세우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남들과 비교해서 모자라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목표 자체가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되어버린 지금 현실이 슬픕니다. 여기에 손웅정 감독은 큰 부모는 적게 될 자식도 크게 키우고 적은 부모는 크게 될 자식도 적게 밖에 못 키운다고 말합니다. 부모의 앞바라지를 하는 부모가 작은 부모라고 정의하죠. 대부분 앞바라지를 하고 있는 부모들은 어리둥절합니다.


아이의 재능하고 개성보다는 본인이 부모로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고 현재의 자기 판단에 돈이 되고 성공을 환호해서 자식이 30대나 40대에 가서 하던 일에 월요병이 걸리고 권태기가 오고 번아웃이 온다면 그 인생을 부모가 대신 살아줄 수 있냐고 묻습니다. 스포츠와 예술의 영역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말도 안 되는 소수입니다. 재능이 뭐고 개성이 뭐냐는 질문을 던져서 최고로 빠른 시간 안에 아이의 재능과 개성을 찾아 스타트 라인에 갖다 놔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말합니다. 친구 같은 부모가 되려고 하지 마라. 그건 직무유기다. 부모들에게 일침 하는 이유도 친구라면 잘못하고 있는데 강하게 얘기해서 그걸 고칠 수 없고 아이들이 잘못된 것을 알고 울고 불고 떼를 쓰면 타협을 하기 때문에 아닌 건 아니라고 가르치고 잘못된 건 어떻게든 고치라고 합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저와 아내도 평소에 아이가 울고 불고 떼를 쓰면 듣기 싫다는 이유로 실랑이를 하다가 들어줍니다. 고치고 가르치는데 시간을 많이 쓰지 못합니다. 열심히 살면 그저 아이가 알아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재능이 없는 부모는 평범하게 살아갑니다. 부모가 재능이 있다면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하다못해 인플루언서라도 하지 않았을까요? 자녀에 신경을 많이 쓰면 아무래도 기대를 하게 됩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그 누구도 자녀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요. 지금의 AI가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어떤 직업이 새로 생기고 사라질지 모르는 것처럼 말이죠.


재능이 없는 부모가 자녀의 재능을 찾아주기는 굉장히 힘듭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게임에 재능이 있다고 해도 게임만 하는 것은 한국에서 거의 미래가 없고 나쁜 아이로 낙인찍히기 때문에 부모부터 아이방의 컴퓨터 인터넷 선을 끊는다던지 컴퓨터를 버리는 행동을 해서 아이와 갈등합니다. 다른 길로 성공하는 가능성이 적어서 그렇습니다. 통계를 살펴보면 최저시급 이상의 월급을 받는 직업은 전문직을 제외하고 별로 없어요. 그러니 동아시아 국가에서 공부를 통해 조금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겁니다.


한국에서 자녀를 양육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자녀가 재능을 찾기 위해 진로를 바꾸면 거의 집안의 기둥뿌리가 뽑혀나갑니다. 부모의 노후를 갈아 쓰는 것이죠.  두 아들을 중학교 때까지 축구시키는 부모를 보니 비용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이 듭니다. 결국 둘째를 공부시키기로 했다고 합니다. 한국은 아이를 양육하는 환경과 사회적 비용이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는 사회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원코인 현상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회사에서 일해야 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는데 아이를 키우는 비용은 점점 늘어나기에 한 번 코인을 잘못 넣으면 다른 길로 돌아가기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니 새끼 네가 키워야지 하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회에서 아이와 청년을 위한 환경을 요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애플을 키운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를 키운 빌게이츠도 본인들이 성공했던 방식으로 인생을 리셋해도 지금과 같은 성공을 이뤘을지 장담하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아이를 위해서 뭘 크게 해 주겠다 뒷바라지던 앞바라지던 대단히 큰걸 해주겠다는 부담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제가 꿈꾸던 일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꿈꾸던 일을 했다면 높은 확률로 혼자 살고 있었을 겁니다. 그냥 아이에게 좋아하는 일을 찾아주기 위해서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엄마와 아빠가 모두 성실하게 사는 모습만 보여줘도 많은 교육이 됩니다.


P.S. 결과적으로 잘 성장한 아들이 손흥민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올바른 가치관만 참고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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