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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2, 결국 돈만 남지 않나?

by 달빛소년

[기훈이 형, 왜 돌아왔어?]


형 인생이 왜 그 모양 그 꼴인지 알아? 지금 이 상황에서도 그런 한심한 질문이나 하고 자빠졌으니까!! 오지랖은 쓸데없이 넓은 게 머리는 굉장히 나빠서, 똥인지 된장인지 꼭 처먹어 봐야만 아는 인간이니까!! - 오징어 게임 시즌1 상우 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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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가 시즌1보다 재미있는 시리즈는 도대체 언제쯤 등장할까?


넷플릭스의 메가 히트작인 ‘오징어 게임’이 엄청난 광고와 홍보와 함께 시즌 2가 나왔다. 시즌 1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성기훈이 비행기를 타지 않고 게임 자체를 멈추기 위해 다시 게임에 참가한다는 설정이다. 성기훈은 똥인지 된장인지 먹고도 다시 게임에 참가했다. 애초에 주최 측이 많은 돈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데 누가 봐도 실패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게임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다시 참가했다는 설정이지만 시즌2는 성기훈이 다시 게임에 들어와야 하는 이유부터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시즌1의 복수심의 정체에 대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성기훈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배경 설명이 부족한 느낌이다. 주최 측이 상금을 안 준 것도 아니고 상금으로 시즌1과 관련된 사람들도 도와주고 쓸 건 다 썼다. 성기훈은 시즌1에서도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이 아닌 도박중독자로 삶이 망가진 자제력이 없는 폐기처분을 면한 캐릭터로 설명해 놓고 갑자기 시즌2에서는 엄청난 신념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된다.


그렇게 옅어진 복수심과 게임을 멈추기 위해서 참가했다는 그런 공감가지 않는 설정이 이해가지 않는다. 차라리 상금으로 잘 먹고 잘 살다가 삶에 재미가 없어져 목숨을 걸고 참가하는 게임의 쾌락을 다시 한번 느끼기 위해서 참가했다고 한다면 공감해줄 수 있다. 애초에 모든 도박중독자들이 그러하듯 순간의 쾌락이 주는 즐거움은 성공한 사람들에게도 예외 없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현실에서도 돈으로 할 수 있는 걸 다 하고 나면 삶이 주는 재미가 줄어든다고 하니까 성기훈도 그걸 느끼고 참가했다고 하는 설정이 자연스럽다.


큰돈을 얻었고 지켜야 할 소중한 딸도 있는데 갑자기 비행기를 타지 않고 발길을 돌리고 몇 년 동안 게임을 주최하는 주최 측을 찾는다고? 애초에 그렇게 욕심이 많은 인물도 아니다.


또, 게임을 운영하는 프런트맨의 과거와 그가 프런트맨이 된 동기에 대해서 더욱 깊게 다루려고 하지만 그의 게임 참가와 배신은 또박또박 들어오는 회사원의 월급처럼 너무 뻔했다. 게임의 규칙도 시즌 1보다 더욱 치밀하고 강력해졌는지도 모르겠고, 게임 종료 후 다음 게임 진행 여부를 다수결로 결정하는 OX 투표 시스템도 너무 지루하고 길었다.


물론 기대를 하지 않고 오징어 게임 2를 본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시즌 1을 안 보고 시즌 2를 보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니까 시즌 1을 꼭 보고 2편을 봐야 한다.


가장 크게 실망한 부분은 1편에 비해서 캐릭터들의 성격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즌1의 바보형 성기훈의 성격은 모두 사라지고 어중간한 정의감과 자신의 신념에 따라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도 괜찮다는 행동들이 완전히 시즌1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시즌 2도 시즌1과 같이 게임에서 탈락한 사람들을 주최 측에서 살육하는 걸 스타일리시하게 보여주지만 스토리 자체는 세계관은 확장되지 않고, 이야기 자체가 멈춰있으며 잔인함에 목적과 정당성을 모두 잃어버렸다. 시즌 1은 참신함과 날카로운 반자본주의에 대한 주제 의식이 있었지만 시즌2는 오로지 돈, 돈, 돈만 밝히고 인성 자체는 모두 나쁜 인물들만 등장하니, 보는 내내 옆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도 애초에 아무런 감정도 못 느끼는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감정선이 와닿지 않는다. 반자본주의 철학적 메시지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감정을 못 느끼게 된 이유는 주인공 성격의 변화와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연기력 부족도 영향이 크다. 456명의 인물 중에서 자신이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연기가 너무 밝고 장난스럽다. 그리고 모두 돈에 대해 노래를 부르며 돈만 밝힌다. 시즌2는 명확한 결말도 없이 중요한 장면에서 시즌3을 위한 오픈 엔딩으로 끝나, 시청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로 인해 등장했던 게임은 매우 조잡하고 지루하게 느껴져 시즌1과 다르게 한국의 전통놀이가 주는 게임의 공포가 적다.


미니게임을 모아 놓고 앞사람이 다 하고 끝나야 내 차례가 되는 그런 게임은 속도감이 너무 느리다. 그리고 과도한 총격전이 정말 왜 넣었는지 모를 정도로 스릴이 없었다. 팀을 짜기 어려운 소외된 사람들의 극적인 생존도 어색하다. 예를 들면 노인, 트랜스젠더, 임산부, 여성 등이 한 팀이 되어 미션을 성공해서 생존한다. 이 장면을 꼭 넣어야 했나?


또한, 돈을 위해서 서로를 죽이는 극한의 상황에서 그들은 생리적 욕구 해결을 위해 과격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의식주, 성, 수면 등과 관련된 최하위의 기본욕구로 이를 위한 갈등을 넣어 인물들의 선과 악을 표현했으면 조금 더 극한의 상황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선택의 무게도 드라마틱하게 다뤄내기에 인간의 욕구와 욕망은 좋은 소재다.


대부분 게임을 진행하려는 사람들의 목적은 지금 시점에서 게임을 중지하면 가지고 나갈 상금이 적기 때문이며 많은 빚으로 밖에서도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가야 한다. 참가자 간의 연대와 갈등도 드러나지 않았다. 협력과 배신 갈등이 복잡하게 얽혀야 하는데 그냥 주인공인 성기훈과 얽히면 좋은 일이 없다. 현대 사회의 불평등과 구조적 문제를 비판적으로 드러내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목숨을 걸고 죽음의 게임을 하는 설정에서 본질인 게임이 드러나지 않았다. 결말과 캐릭터와 게임이 없는 시즌2는 다소 아쉽고 산만하다. 갑자기 시즌2의 결말이 어중간하게 끊겨서 시즌3으로 이어지는 상황으로 그렇게 기대감은 크지 않다.


P.S. 시즌3 좋은 마무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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