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 세 잔이 550만 원이 되는 과정

by 달빛소년

청주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한 알바생이 고소를 당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무단으로 음료를 마셨고, 적립금을 부정 사용했으며, 현금을 유용했다는 것이다. 점장과 그 지인은 변호사까지 선임해 형사 고소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압박을 이어갔다. 겉으로 보면 규정을 어긴 알바생과 이를 문제 삼은 점주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사건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장면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청주 빽다방.jpg 출처 : 연예 뒤통령이진호 https://www.youtube.com/watch?v=sRvrVGONCHA


이 알바생은 사회초년생이었다. 교사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었고, 아직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충분히 겪어보지 못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형사 사건’이라는 말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 그건 인생이 틀어질 수도 있다는 신호처럼 들린다. 전과가 생길 수도 있다는 말, 기록이 남을 수도 있다는 말, 앞으로의 길이 막힐 수도 있다는 말. 이런 말들은 법적인 설명이 아니라 공포로 다가온다.


아마 그 시간은 길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루가 아니라 몇 달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주변에 쉽게 털어놓기도 어렵고,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일이다. ‘이게 정말 내 인생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사람은 계산을 하게 된다. 싸울 수 있는지, 버틸 수 있는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끝내는 게 맞는지. 그 과정에서 선택은 점점 줄어든다.


결국 알바생은 합의금을 지급했다. 선택했다기보다는, 더 이상 선택할 수 없어서 내린 결정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런데도 돈을 지급한 이후 합의서는 제대로 작성되지 않았다고 한다. 사건은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끝나지 않은 상태로 남는다. 돈은 나갔고, 마음은 남는다.


더 큰 문제는 제기된 혐의 일부가 사실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적립금이나 현금을 빼돌렸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고, 음료 역시 결제한 기록이 존재했다. 그런데도 사건은 형사 절차로 넘어갔고, 경찰은 이를 횡령으로 보고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검찰은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억울함을 견디지 못한 알바생은 다시 점주들을 공갈과 협박으로 고소했지만, 이 역시 무혐의로 끝났다.


이 지점에서 사람들은 멈칫한다.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지를 따지기 전에, 이 과정이 정말 정상적인 흐름이었는지 묻게 된다. 왜 어떤 사람은 여러 혐의를 뒤집어쓴 채 돈을 내고 사건을 끝내야 했고, 왜 어떤 쪽은 그 과정에서도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는가.


경찰이 알바생을 횡령으로 본 이유는 단순하다. 맡은 물건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느냐를 본다. 금액이 아니라 권한이 기준이다. 반대로 점주의 협박이 무혐의로 나온 이유도 단순하다. “고소하겠다”는 말은 권리 행사로 보기 때문이다. 법은 기준에 맞느냐를 본다. 그래서 결과는 법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납득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렇다. 알바를 하며 여러 사장을 만나봤고, 그중에는 분명 선을 넘는 방식으로 사람을 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사건을 보며 단순히 ‘법적으로 가능한 행동’이라는 말로는 쉽게 넘기기 어렵다. 어른의 선택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가혹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그 경계를 넘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불편한 이유는 금액 때문이 아니다. 550만 원이라는 숫자도 크지만, 사람들을 멈추게 한 것은 그 숫자가 만들어진 과정이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한쪽은 선택할 수 있고, 다른 한쪽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는 것을. 형사 절차는 길고, 부담은 커지고, 기록에 대한 두려움은 현실이 된다. 결국 많은 사람들은 버티기보다 끝내기를 선택한다. 그 선택이 자발적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쉽게 말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 사건은 음료 몇 잔의 문제가 아니다. 작은 행동이 아니라, 그 행동을 둘러싼 압박과 구조의 문제다. 애초에 같은 위치에서 시작하지 않은 일이라면, 결과 역시 같을 수 없다. 우리는 법이 공정하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과정 속에서 이미 기울어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음료 세 잔으로 550만 원의 합의금을 받은 점주는 처벌을 받지 않았고, 음료를 마셨다는 알바생은 업무상 횡령으로 송치되었다. 이 장면 앞에서 사람들은 법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이게 정말 공정한가.

결국 이 사건이 남긴 질문은 하나다. 선택지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진 결정도 과연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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