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때문에 힘든 직장이라는 게임

러시안룰렛

by 달빛소년

직장에는 늘 이런 사람이 있다.

자신에게 불리한 결정은 절대 하지 않는 상사.

성과가 좋으면 자신이 보고하고, 문제가 생기면 이렇게 묻는다.


“왜 이렇게 했어?”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항상 변명부터 하는 동료도 있다.

고객이라는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무례한 말을 던지는 사람도 있다.

이 사람들은 업무보다 우리를 더 지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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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직장인에게 “요즘 뭐가 제일 힘드세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이렇게 답한다.

“일이 많아서요.”

하지만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결국 이런 말이 따라 나온다.

“팀장이…”

“동료가…”

“고객이…”


결국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업무가 아니라 사람이다.

우리는 일을 하러 회사에 가지만 정작 지치는 이유는 일보다 사람인 경우가 많다.


일은 버틸 수 있지만 사람은 버티기 어렵다.

실제로 여러 조사에서도 직장인의 스트레스 원인 1위는 인간관계다. 2위는 과도한 업무량, 3위는 낮은 연봉이다.


이 결과는 조금 아이러니하다.

우리는 늘 “일이 많아서 힘들다”라고 말하지만 정작 가장 큰 스트레스는 사람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업무는 조율할 수 있다. 방법을 바꿀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기도 한다. 처음에는 어렵던 일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처리하게 된다.


연봉도 마찬가지다. 물론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조정되거나 이직을 통해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다르다. 업무는 문제지만 인간관계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존재를 없애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시간이 지나도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공은 위로, 책임은 아래로 한 직장인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느 날 팀장이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건 네가 준비해. 잘 되면 내가 위에 설명할게.”


그는 밤늦게까지 자료를 정리하고 보고서를 준비했다. 발표 자료도 꼼꼼하게 만들었다. 결과는 좋았다.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윗선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발표는 팀장이 했다. 그리고 몇 달 뒤 비슷한 프로젝트에서 작은 문제가 생겼을 때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왜 사전에 점검 안 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일이 힘든 게 아니었다. 그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날 이후 회의 전날 밤이 되면 보고서보다 팀장의 표정이 먼저 떠올랐다고 한다. 업무는 익숙해질 수 있다. 야근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불공정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조직은 관계의 상처를 문제로 보지 않는다. 인간관계가 더 힘든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사는 상사다. 직급은 권한이 된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온다.


“그게 조직이야.”

이 말은 참 편리하다. 이 말 한마디면 많은 감정이 정리되기 때문이다. 조직은 기본적으로 효율을 우선한다.

성과가 유지된다면 그 과정에서 누군가 상처를 받았는지는 문제로 다뤄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상처는

숫자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매출은 숫자로 보인다. 성과도 숫자로 평가된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은 보고서에 올라가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이 문제를 말하지 못한 채

그저 버티게 된다. 사람을 침묵하게 만드는 분위기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어떤 동료는 회의 때마다 이런 말을 한다.


“그거 전에 실패했잖아요.”

“그건 현실성이 없어요.”


문제는 그 사람이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의가 끝나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험담을 한다. 그 회의에 참여하던 한 사람은 점점 말을 줄이기 시작했다. 아이디어를 내지 않게 됐다. 처음에는 자신감이 부족한 줄 알았다.


“내가 부족해서 그런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자신이 아니라 분위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은 반복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경험하면 자연스럽게 침묵하게 된다. 성과는 떨어졌고 결국 그는 이런 평가를 받았다.


“적극성이 부족합니다.”

이건 개인의 문제일까. 아니면 구조의 문제일까. 성과주의가 계산하지 않는 것 어떤 직원은 고객에게 자주 무시를 당했다. 반말을 듣고 무례한 말을 듣는 일이 반복됐다. 상사에게 이야기했더니 돌아온 답은 간단했다.


“고객은 돈을 주는 사람이야. 좀 참아.”

그날 집에 돌아가 그는 거울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나는 왜 이렇게 작아졌지.’

성과는 유지됐다. 매출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자존감은 조금씩 깎여 나갔다. 성과주의는 감정의 비용을 계산하지 않는다. 그래서 조직은 종종 이런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는다.


직장이라는 러시안룰렛 그래서 우리는 종종 이런 선택 앞에 서게 된다. 버틸 것인가. 옮길 것인가.

부서 이동을 고민한다. 하지만 그곳에도 또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직을 고민한다. 하지만 새로운 조직이 완벽하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직장 내 인간관계는 종종 러시안룰렛처럼 느껴진다.


총을 돌리고 방아쇠를 당긴다. 이번에는 내가 맞을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일까. 사람 때문에 힘든 직장은

운의 영역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하지만 우리는 완전히 무력한 존재는 아니다. 적어도 이 게임에 내 전부를 걸지 않을 수는 있다. 상사의 말이 내 가치의 전부는 아니다.


동료의 무례가 나를 정의하지는 못한다. 회사는 내 삶의 일부일 뿐이다. 이것을 계속 상기해야 한다. 그리고 하나 더 필요하다. 기록이다. 감정은 쉽게 무시된다. 하지만 기록은 남는다. 업무 지시, 결정 과정, 역할 분담

이런 것들을 명확하게 남기는 것만으로도 러시안룰렛의 탄환을 조금 줄일 수 있다.


때로는 총을 내려놓는 선택도 필요하다. 러시안룰렛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총을 들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게임을 계속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때로는 총을 내려놓는 선택도 필요하다. 거리 두기일 수도 있다. 냉정해지는 태도일 수도 있다. 이직이라는 결단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게임이 내 인생 전체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사람 때문에 출근이 무겁다면 스스로를 탓하지 말았으면 한다. 당신이 약해서가 아니다.

그 구조가 원래 위험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월급을 받으며 그 안에서 살아가지만, 그 구조가 우리의 가치를 정의하게 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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