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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혜숙 Oct 19. 2022

일하는 행복

집 문 앞에  농산물 펼쳐 놓고. 파는  동네 아주머니와의  대화

    그 집 앞에는 정원인 듯한 마당에 잎과 열매가 가득  있어 빈자리가 안 느껴진다. 잘 가꾸어졌다기보다 무성해서 집안에 햇빛이 비칠까  의문이 생길 정도이다. 대문 위로 늙은 호박이 무겁고 크게 매달려 있어 줄기가 끊어진다면 호박은 어떻게 될까? 그  밑에 사람이 있다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지나는 집이다.


  수확의 계절 가을이 오면서 대문 앞에 바구니마다 호박, 고추, 고추 잎, 도토리 가루, 가지, 차요태 등을 담아서 내놓고 땅바에 하루 종일 앉아 길을 지나는 동네 사람들에게 팔고 있는 분이 그 집주인 아주머니이다.  매년 반복되고 있는 일이라서 특이할 것 없는 주택가의 신선한 풍경이다. 냉이도, 상추도 산 적이 있었기에 여러 가지를 사면서 몇 마디 대화를 했다. 그런데 그 대화 내용이 머릿속에서 계속 나에게  말을 건넨다.


   "아주머니! 이렇게 하루 종일 앉아 계시면 힘들지 않으세요?"

  "아유, 힘들기는요. 너무 좋고 행복하지요. 너무 일하는 게 좋아서 밥도 대충 먹어요."

   "정말요. 저는 일하는 것 귀찮은데~~"

   "우리 집 남편이 나 일 하는 것 너무  싫어해요. 농사도 짓고 다듬어서 팔기까지 하니 일에서 벗어날 길 없다고 일하기 싫은 사람과 살고 싶대요."

    

   이런 얘기들을 나누면서 나는 그 말들 모두가 진실이라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 키울 때 이유식 준비 과정 중에 자연 친화, 무공해, 유기농 등에 관심 갖게 되고, 김포에서 능사까 지으니 사계절 내내 눈코 뜰 사이없이 바쁜데 자신은 힘들지도 않고 너무 일하는 게 재미있다는 것이다. 친구도, 여행도 자기는 필요를 느끼지 않고 자연 속에서 이렇게 사는 게 너무 좋은데 남편은 죽을 맛이라고 불만을 달고 산다고 그게 좀 안 맞는다고...


   얘기를 나누면서도 그분이 행복하다고 하시니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했다.  사람이 각자가 다 자신의 가치관과 하고 싶은 대로 선택하면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누가 자신에게 해를 입히지 않 이상 비난을 한다는 건 별로 좋은 행동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가 먹을게 부족하고 생계가 어려워서 힘들지만 열심히 일한다고 하면 그 성실함에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냥 일하는 게 좋아서 그냥 일만 한다면 인생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사회에 기여하는 일이라든지, 누군가의 인생에 도움된다면 그런 인생은 내 원하는 삶인데, 모든 즐거움을 뒤로한 채 그냥 일만 행복하다는 그분과의 대화가 문득문득 떠올라 과연 어떻게 사는 게 좋을까? 하는 그런 마음 글까지 쓰게 만들었다.


   이제까지 목표한 대로 살아왔다기보다는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일이 되어가는 쪽으로 마음을 쓰면서 살아왔다.  별로 후회도, 반성도 하고 싶지 않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절도 없이 그냥 지금 이 시간에 감사한다. 그러나 단 하나 일하는 게 마냥 좋다는 그분 앞에서 게으르기만 한 나를 돌아보고 다양한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나 자신도 앞으로 좀 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도 고민해 보고 싶어졌다. 그분의 살아가는 모습이  좋아 보여서만은 물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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