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의 가치 판단을 유보하는 태도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 아래의 글은 구글 제미나이와 함께 작성한 글입니다.
언제부턴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조용한 사직'이 합리적인 생존 전략처럼 회자된다. "딱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한다"는 이 선언은 겉보기에 영리한 계산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서글픈 자화상이다. 2025년 DBR 아티클 이를 권한은 주지 않으면서 헌신만 요구하는 구조에 대한 '침묵의 저항'이라 진단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내가 조직의 부속품에 불과하고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는 공포를 느낄 때, 인간은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정서적 철수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든다. 정말로 '월급만큼'만 일하는 것이 가능한가? 존 버드 교수는 일이 가진 10가지 의미(도서: 나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현재는 절판. 중고로라도 사야 하나..) 중 하나로 '상품(Commodity)'을 꼽았다. 일을 시장에서 사고파는 물건처럼 취급하는 관점이다. 조용한 사직은 바로 이 '상품'의 프레임에 철저히 갇혀 있다. 내가 내놓은 노동력이라는 상품이 가격(연봉)에 비해 과하다 싶으니 투입량을 줄여 균형을 맞추겠다는 논리다.
문제는 회사가 처한 특수한 상황이다. 급격한 성장기를 경험한 기업에서 '성공의 취기'가 실력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이템이 좋아서, 시장의 파도를 잘 타서 거둔 성과를 자신의 순수한 업무 수준이라 착각하는 '우물 안 개구리'들이 많다. 이들은 자신이 이미 충분히 가치 있는 상품이라 믿기에, 조직이 더 높은 시장 표준을 요구하면 이를 '부당한 압박'으로 느끼며 조용한 사직의 뒤로 숨어버린다. 어쩌면 스스로가 더 높은 시장 표준을 가장 정확히 알고 있기에 더 강하게 숨어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 서로가 서로를 위안하면서...
조용한 사직은 회사 입장에서 반갑지 않다. 해결이 필요하고 많은 경우 해결책으로 공정한 보상과 자율성을 말한다. 하지만 어쩌면 이 또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보상을 늘리는 것은 일을 '더 비싼 상품'으로 대우해 주겠다는 뜻인데, 이는 오히려 "내가 잘하고 있으니 돈을 더 주는구나"라는 착각을 강화할 뿐이다. 진정한 해결은 일을 '자기실현(Personal Fulfillment)'의 관점으로 다시 정의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스스로 직면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진실은 "나의 상품 가치가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는 냉혹한 사실이다. 성공의 숙취에서 깨어나길 거부하는 사내의 느슨한 기준에 안주하며 조용히 사직하는 동안, 나라는 상품은 시장의 표준에서 멀어지고 유통기한이 지나가고 있다. "님" 호칭 뒤에 숨어서 수평적이고 건조한 대화를 나누기 보다는, "당신의 결과물이 시장의 높은 기준에 부합하는가?"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할 때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면 지금 안전한 상태에서 이런 고민에 천착하고 몸부림치지 않으면 나중에는 정말 아무 곳에서도 팔리지 않는 상품이 될 것이라서다.
회사는 동호회가 아니다.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둬야 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서 '조용한 사직'을 방치하는 것은 리더의 직무유기이며, 이를 선택하는 것은 개인 인생의 절반을 무기력에 방치하는 자기 방임이다. 결국 사람은 자기가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세계에만 마음을 담는다고 한다. 그 세계가 우물 안이 아니라 넓은 시장임을 깨닫게 하는 것, 그리고 그 시장에서 통하는 진짜 실력을 갖추는 것이 '나를 찾는 길'임을 설득하는 것. 그것이 리더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동기부여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