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이겨낸 창피함
저는 키가 작습니다. 언제나 키에 대해 콤플렉스가 있었죠. 대학시절 이성에 한창 관심이 많을 나이, 저에게 ‘키높이 깔창’은 베스트프렌드였습니다. 어딜 가나 함께여야 하는 친구였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저의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동아리 활동에 참석했습니다. 그날은 동아리 체육대회였습니다. 스포츠 종목별 선수를 뽑는데 저는 농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농구를 할 때 깔창을 빼고 뛰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땐 저의 가장 친구를 버릴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갑자기 낮아진 저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제 친구와 함께 농구를 시작했습니다. 초반에는 좋았습니다. 왠지 높아진 키 덕분에 공도 높은 곳에서 더 잘 잡을 수 있었습니다. 열심히 뛰었습니다. 그곳에는 제가 좋아하는 여자 아이도 구경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한참을 뛰던 중 갑자기 높은 공이 저에게로 왔습니다. 저는 당연히 그 공을 잡기 위해 높이 뛰었죠. 그런데.. 착지할 때 저의 가장 친한 친구에 의해 발목이 꺾이고 말았습니다. 뛰면서 깔창이 빠지지 않도록 운동화를 꽉 묶었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물론 뛰다가 깔창이 튀어나가는 것보다 나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일어서지 못했습니다. 과장해서 90도로 발목이 꺾였기 때문입니다. 너무 아팠지만 깔창을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그렇게 친구의 부축을 받아 경기장 밖으로 나갔습니다. 도저히 걸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에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의사는 제 발목을 보더니 엑스레이를 찍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집에도 못 가고 바로 병실로 향했습니다. 인대가 전부 끊어졌기 때문입니다. 그 상황에서도 창피함을 무릅쓰고 어찌어찌 걸었던 게 대단합니다.
곧바로 입원하고 수술 날짜가 잡혔습니다. 참담했습니다.
하지만 깔창을 들키지 않은 점이 저 자신을 위로했습니다.
이제는 깔창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나 자신을 사랑합니다. 당시에는 누구에게도 말 못 할 비밀이었지만 이제는 한낱 해프닝이 되었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깔창을 사용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발목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자제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