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증 이후, 당연한 일상이 달라졌다

설명되지 않은 어지럼과 함께 살아가는 법

by 온새미로


아침에 눈을 뜨고 바로 일어나는 게

이렇게 겁나는 일이 될 줄은 몰랐다.

고개를 숙여 양말을 신는 일,

샤워 중 고개를 뒤로 젖히는 일,

침대에서 몸을 돌리는 아주 사소한 동작 하나하나가

어느 순간부터는 ‘확인’의 대상이 됐다.


돌까 봐.

어지러울까 봐.

다시 그 느낌이 올까 봐.

이석증은

하루 이틀 앓고 끝나는 병이 아니었다.


나는 병원에 5일을 입원했고,

두 달 동안 여섯 번이나 재발을 겪었다.

몸이 회복될 틈도 없이

다시 세상이 흔들리기를 반복했다.

더 힘들었던 건

그 이후였다.


이석증이 재발한 뒤

6개월 동안 나는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했다.

신경과 세 곳,

이비인후과 두 곳을 전전했다.

어떤 곳에서는

“이석이 팽대부릉에 붙어 있다”라고 했고,

어떤 곳에서는

“메니에르병일 수 있다”라고 했다.

설명은 달랐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증상은 계속된다는 것.


확신 없는 진단 속에서

나는 점점

내 몸을 믿지 못하게 됐다.

결국 삼성서울병원에서 이석증 명의로 알려진 의사에게 재진료를 받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들은 말은

의외로 단순했다.

“현재 이석증 소견은 없습니다.”


안도감보다

허탈함이 먼저 왔다.

그럼 이 어지러움은 무엇이었을까.

이후 초기에 삼성서울병원과 같은 진단을 내린 천안의 신경과에서 처음으로 다른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는 전정 기능의 문제라기보다

신경계가 과민해진 상태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신경안정제 복용을 권유받았다.


쉽게 결정할 수는 없었다.

약에 의존하고 싶지 않았고,

‘정신적인 문제’라는 말로

정리되는 것도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약 대신

3개월 동안 재활운동으로 버텨보려 했다.

전정재활운동,

생활 조절,

몸을 믿으려는 노력.

하지만

뚜렷한 차도는 없었다.


고민 끝에

나는 약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요가를 시작했고,

헬스장에서 pt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지럼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어지럼이 있어도

움직여도 된다는 걸

몸이 다시 배우는 과정이었다.

약과 운동이 함께 가면서

증상은 서서히 누그러졌다.


지금도

신경안정제를 복용 중이다.

완전히 끝났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무너지고 있지는 않다.


이 과정을 지나며

나는 알게 됐다.

이 병이 힘든 이유는

어지럼 자체가 아니라

오랫동안 “설명되지 않은 상태”로

방치된 시간 때문이었다는 걸.

그리고 회복은

한 가지 선택으로 오는 게 아니라

약, 운동, 기다림, 수용이

겹쳐지며 오는 것이라는 것도.


이석증 이후

당연했던 일상은 달라졌다.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몸을 쓰지는 못한다.

하지만 대신

몸을 적으로 여기 지도 않는다.


오늘도

양말을 신기 전 잠깐 멈추고,

운동을 시작하기 전

내 상태를 먼저 살핀다.

그 멈춤은

불안의 흔적이 아니라

나를 다시 일상으로 데려온

회복의 방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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