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건 마음이 아닌 몸뚱이와 현실뿐…
30대 후반으로 걸어가는 중인 여자의 소소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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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Aug 12. 2023
어릴 땐 30대가 진정한 어른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30대라고 하면 적지 않은 나이라 느꼈고, 다들 일을 하며 돈도 벌고 결혼도 하니 막연하게 어른이 되는 시작이구나..
나도 저런 어른이 되어야지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30대라고 어른이 아니었다.
여전히 내 마음은 10대와 20대 어느 시절 즈음에 머물러 있고, 여전히 놀고자 하는 의욕도 넘친다.
단지 몸뚱이가 예전 몸이 아니란 것뿐.
몸은 정직하게 나이를 먹어간다.
몸뚱이로 어른의 점수를 매긴다면 30대는 어른의 시작은 분명하다.
의욕만큼 놀 수 없는 저질 체력과 앉으면 앉을수록, 먹으면 먹을수록 퍼지기만 하는 살들이 나이 듦을 서럽게 한다.
찌는 건 쉬우나 빠지는 건 어려워지는 내 몸뚱이가 미워 살을 꼬집을 때도 있지만
결국 내가 먹고, 마시며 만든 내 몸뚱이니 속상함은 온전히 내 몫이다.
거기다가 자주 아프기까지 한다. 담이 걸리고, 두통이 생기고, 허리가 아프고, 무릎이 아프다.
생리통 약을 먹으며 술을 마시고 클럽을 가던 지난날에 나였지만,
이젠 생리를 시작하고 약을 먹어도 이틀 반은 이불과 한 몸이 되어야 회복이 된다.
술 한 모금이라도 마셨다간 배에게 복수를 당하고 만다. 장이 꼬이는 기분이랄까..
대신 무알콜 술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딱, 3일을 위해서.
위장약도 달고 살기 시작했다. 매달 2~3개월마다 내과에 방문
해 2개월치 약을 쟁여놓고 아직 먹고 싶은 걸 먹기 위해 약을 먹는다.
내 위가 언제까지 버텨줄지 몰라 최대한 탄산을 줄이고, 매운 음식 먹는 횟수도 줄이며 약간 노력을 하지만
아직은 먹고 싶은 걸 먹기 위해 약을 먹는다.
마음은 늘 놀고 싶지만 급만남으로 놀 수 있는 친구들도 사라졌다.
사실, 20대 때 오지게 놀았다. 술을 좋아했고, 춤추는 걸 좋아했다.
신논현에서 자취하던 친구 덕분에 그 집이 아지트가 되어 우린 자주 모였고, 밤새 놀았다.
지금은 그 지난날을 떠올리며 그때의 우리 체력과 젊음을 그리워한다.
새벽까지 놀다 해가 뜬 이른 아침에 친구의 자취방으로 돌아가던 공기의 냄새도..
여전히 놀 수 있는 마음은 분명하고 아직 젊다 생각하지만
체력은 떨어지니 시간을 내어 밤새 놀기란 이젠 먼 이야기다.
결정적인 건, 지금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느라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졌다.
20대 때는 연애이야기, 미래 이야기, 사소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며 고민했지만
지금은 가족들과 보내기 위해, 아이를 키우기 위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먹고살기 위해 흩어지고 말았다.
각자의 삶이 달라졌기에 각자의 고민도 달라지고,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기엔 경험이 달라졌다.
아.. 적고 나니 우울하다. 이런 우울한 글을 읽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 같지만,
혹시나 나도 그러하다고 공감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끄적여본다.
멋지게 글을 꾸며 쓰겠다고 시작한 브런치가 아니었다.
찌질할지라도 솔직한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니 누군가는 불편하다면 모른 척해주고, 누군가 공감한다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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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그 지옥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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