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깽이로 확!

심술궂고 실없는 짓을 잘하는 사람

by 김재호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심심찮게 심술궂은 사람들을 보게 된다. 어쩌면 나도 다른 사람들 눈에 그렇게 비칠지 모를 일이지만, 회사 생활 중 가장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은 동료 한 명이 있다. (흠.. 내가 이렇게 뒤끝이 긴 사람이었나?)


불량제품의 분석을 위해서 급히 실험 장비를 쓸 일이 생겼다. 혹시 비어있는 장비가 있는지 확인하러 갔더니 전원도 켜지 않은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장비 한 대를 확인했다. 그래서 그 시간대에 예약한 동료에게 연락해서 혹시 장비를 쓰지 않을 예정이라면 먼저 사용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더니 대뜸 한다는 말이 자기가 예약한 시간이니 자신이 쓰던 안 쓰던 상관하지 말고 그냥 두란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좀 괘씸하기도 하고 얄밉기도 해서 화가 났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미리 예약을 하지 않은 내 잘못이고 그런 동료에게 부탁한 나를 탓해야지. 다행히 보고 일정이 연기되는 바람에 잘 넘어갔지만 내심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내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런 사람을 일컫는 단어를 한 찾아봤다.


"부지꾼 : 심술궂고 실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


''이 들어갔으니 어떤 일이나 행위를 전문적으로 혹은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을 지칭한다는 것은 눈치챌만하다. 그런데 왜 하필 ‘부지’라는 뜻 모를 글자가 앞에 붙었을까? ‘땅’(地)이나 ‘알지 못함’(不知)하고는 크게 연관이 없어 보인다.


그러니 또다시 상상력을 덧붙여 나름의 유추를 해보기로 하자.


‘부지’라는 말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요즘은 거의 보기 힘든 ‘부지깽이’가 떠오른다. 아마 나이가 40대 이상은 되어야 부지깽이가 어떤 도구인지 알고 있을 듯하다.


방이나 솥, 가마 등에 불을 때기 위해 만들어 놓은 아궁이 속을 뒤적거리거나 쑤시기 위한 막대기가 바로 부지깽이이다. 가끔 다른 용도로도 쓰였는데 아이들을 훈계를 할 때 회초리 대신 이용하기도 했다는 설(說)이 있다. (나는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아무튼 그런 부지깽이는 불을 피울 때면 반드시 필요한 도구였으므로 아궁이 근처에 놔두는 경우가 많았다.


장작이나 다른 긴 나무를 사용해도 되겠지만 적절한 길이와 두께 그리고 만족스러운 Grip 감을 가진 것을 발견하게 되면 두고두고 쓰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런 부지깽이가 보이질 않는다. 아궁이 속 장작들도 헤쳐야 하고 속에 넣어둔 감자며 고구마도 꺼내야 하는데 귀신이 가져갔는지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부지불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여기까지 읽다 보면 내가 어떻게 마무리를 지으려는지 대부분 아실 것 같다.


사라진 부지깽이는 바로 심술궂고 실없는 짓을 잘하는 장난꾸러기가 한 짓이 분명하리라.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그러니 화가 치솟아 녀석을 찾아 나서려는데 불을 지키고 있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주저앉아 그냥 욕 한마디로 속을 달랜다. 그때부터 그런 못된 녀석들을 부지꾼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나 어쨌다나.


오늘도 '부지꾼'들이 도처에서 시시각각 우리의 '평온'을 몰래(가끔은 대놓고) 들고 도망가기 위해 기웃거리고 있을지 모르니 눈을 떼지 말고 잘 지키고 있어야겠다.



(사진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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