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평화롭지 못한 평화의 상징

by 김재호

살찐 비둘기들이 하늘을 등진 채

머리는 땅에 처박고 쓰레기들을 뒤적거린다.

왕년에 인류의 평화와 안녕을 기리는

대표 모델로 선정된 터라

연금과 면책특권으로 사는 삶이 그리 팍팍하지 않다.


굳이 날아오를 일이 없다.

새는 날아야 한다는 편견과

날지 않는 새들에 대해 비판 섞인 목소리는

날아보지 못한 자들의 시기와 질투의 발로일 뿐이다.


불룩해진 배와 근육이 사라진 겨드랑이 밑 늘어진 군살이

남사스럽게 섹시하다.

건물과 건물의 간격만큼으로 굳어져 버린 시력은

쉽고 가까워진 먹이가 보완한다.


천적에게 당하거나 자연사하는 경우보다

사고사가 평균 수명을 결정짓고 있다.

오늘도 평화의 상징이 평화롭지 못하게

내 주변을 자꾸 서성인다.


나를 뭘로 보고.




(사진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