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또 광고

광고에 묻히다.

by 김재호

예전에는 광고가 재미있었다. 짧은 시간 동안 펼쳐지는 자극적인 장면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 거기다가 강렬하게 뇌를 파고드는 음악까지. 대작 영화나 잘 나가는 TV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서는 5분이 훌쩍 넘는 시간을 멍하니 앉아있어야 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간혹 광고를 통해서 최신 트렌드를 읽기도 하고, 신제품이나 신기술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영 불편하다. 거의 공해 수준이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봐야 하는 광고가 너무 많다.

TV 프로그램 앞뒤가 아니라 중간에도 들어오더니 이제는 아예 프로그램 속으로 들어왔다. 연기자들은 대 놓고 제품이나 음식들을 홍보한다. 흐름을 끊어먹는 경우도 제법 보인다. 라디오도 마찬가지다. 중간중간 불쑥불쑥 나오는 광고에다가, MC가 후원사들을 줄줄이 열거한다. 방송을 제작하려면 돈이 들고 광고를 통한 수익이 제작비의 일부로 사용된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불편을 전가하는 것이 옳을까?


어떤 동영상 사이트에서는 광고를 안 보려면 고객이 돈을 지급해야 한다. 어처구니가 없다. 층간 소음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윗집에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줘야 하는 것과 다들 바가 없어 보인다.

극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적지 않은 관람료를 지급했지만 앉아서 광고를 봐야 한다. 덕분에 영화를 얼마나 싸게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막말로 광고를 상영하면서 벌어들이는 비용을 고스란히 극장 측에서 가져간다고해서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버스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온통 광고판이다. 버스 외관에도 덕지덕지 지하철 안에는 빈틈이 없을 정도로 광고가 붙어있다. 심지어 역이나 정거장 안내 방송을 할 때도 특정 병원, 약국, 학원 등의 광고가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스포츠 경기를 볼 때도 우리는 광고를 피할 수 없다. 농구장, 축구장, 야구장 가릴 것 없이 구단과는 하등의 관련이 없는 광고판이 온갖 곳에 붙어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경기 중간 쉬는 시간, 작전 타임, 공수 교대 등 작은 틈만 보이면 광고들이 파고든다.


이야기를 하자면 끝도 없어 보인다. 유명 검색 사이트에도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커다랗게 광고가 반짝이고,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보험사며 금융사는 전화까지 해 가며 나를 괴롭힌다. 간간히 날아오는 광고 문자는 그나마 양반에 속한다.


나에게 광고를 보지 않고, 듣지 않을 권리 따위는 없는 것일까?


광고를 하면서 들어가는 비용은 고스란히 제품 가격에 녹아들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나는 원치도 않은 광고 속에 묻혀 살면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웃돈까지 지불하고 있다. 또한 광고, 홍보비가 부족한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물량 공세에 묻혀 제대로 된 싸움을 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자유시장경제라는 무자비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광고가 필수불가결일지 모른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기준과 선은 좀 지켜줬으면 하는 게 내 작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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