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기록 6: 집단의 힘과 내부 갈등

by 홍종원

우리는 인간 문명을 멀리서 관찰하면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 종은 개체로서는 매우 연약했지만, 집단을 이루는 순간 지구상의 모든 종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사냥을 함께했고, 마을을 세웠으며, 도시와 국가, 제국으로까지 확장했다. 거대한 건축물, 복잡한 정치 제도, 촘촘한 교역망, 이 모든 것은 집단의 협력이 만들어낸 성취였다. 우리는 보고서에 이렇게 적었다.
“이 종은 집단이라는 그릇 안에서 문명을 빚는다. 개체로서는 극히 제한적이지만, 함께 모이면 환경을 바꾸고 문화를 창조했다.”


그러나 더 가까이에서 그들의 집단을 관찰했을 때, 또 다른 진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의 집단은 협력만큼이나 갈등도 함께 품고 있었다. 도시가 세워진 곳에는 항상 성벽이 있었고, 제국이 성장한 곳에는 전쟁이 따랐다. 협력이라는 동전의 이면에는 늘 파괴의 문양이 함께 새겨져 있었다.


그들의 집단은 처음부터 평등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명령하고, 누군가는 복종했다. 인간이 모이자 계급이 생겼고, 상위 계층은 하위 계층의 노동을 이용해 부를 독점했다. 지배자는 사유재산과 제도를 만들었고, 피지배자는 그것을 위해 일해야 했다. 이 구조는 너무나 오래 지속되었기에, 그들 스스로도 그것이 자연의 질서라 믿게 되었다.


어느 순간에는 저항이 일어나기도 했다. 억압에 맞선 집단이 기존의 계급 구조를 무너뜨렸고, 더 평등한 사회를 만들려 했다. 그러나 구조는 바뀌어도 갈등은 사라지지 않았다.
“인간의 집단은 억압이 사라진 자리에 또 다른 위계를 만든다. 불평등은 형태를 바꿔가며 계속 살아남는다.”


우리는 우리 문명의 발전과정을 떠올렸다.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서로를 믿고 지혜를 나누는 방향으로 집단을 진화시켰다. 협력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했기에, 갈등과 착취를 기반으로 한 구조는 일찍 도태되었다. 우리의 공동체는 문제를 함께 풀기 위한 장치였고, 내부의 싸움은 곧 전체의 위협으로 간주되었다.


반면 인간은 풍요 속에서도 경쟁을 택했다. 그들의 집단은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권력과 자원을 독점하기 위한 구조로 발전하고 있었다. 그 결과, 집단은 발전을 이끌기도 했지만 동시에 끝없는 갈등의 무대가 되었다.


우리는 인간의 역사를 따라가며 이 모순을 수없이 목격했다. 협력을 통해 거대한 농업 제국을 세운 그들은 곧 이웃과 전쟁을 벌였다. 무역으로 부를 축적한 도시는 내부의 권력 다툼으로 스스로 붕괴했다. 협력과 갈등이 반복되며 문명은 움직였지만, 그 방향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었다.


그들의 문명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반복되는 구조가 관찰되었다. 집단은 언제나 협력을 요구했고, 그 명분으로 갈등을 정당화했다. 우리는 수많은 시대에서 같은 장면을 목격했다. 집단의 이름으로 전쟁이 선포되고, 개인은 그 속에서 희생을 강요당했다. 인간 개체 하나하나는 감정과 이성을 지닌 존재였지만, 집단 안에 포함되는 순간 그 고유한 목소리는 종종 사라졌다.


정체성은 집단의 목적 아래 통합되었고, 개인은 ‘전체’를 위해 존재하는 수단처럼 다루어졌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그들은 정보를 선택적으로 가공하고 배포하는 체계를 발전시켰다. 진실은 때때로 다수의 구호 속에 파묻혔고, 허위는 반복되는 외침을 통해 하나의 ‘공통 감각’으로 자리 잡았다. 그 과정에서 정보는 사실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감정을 자극하고 결속을 유도하는 무기가 되었다.


우리는 이 현상을 ‘감정 기반 정보 통제’라 기술하였다. 선전, 왜곡, 가짜 뉴스는 집단 내부의 일체감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되었고, 그에 따라 개인의 비판적 사고 능력은 점차 약화되었다. 정보는 더 이상 탐구와 이해를 위한 도구가 아니었고,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는 데 쓰이는 감정의 확성기로 변질되었다.


감정과 정보, 집단과 개인 사이의 이 긴장은 인간 문명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관찰된 주요한 특징이었다. 이 네 요소는 서로를 자극하며 상호작용했고, 그 결과 문명은 전진과 붕괴를 반복했다. 우리는 그것을 '이성의 진폭'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한 개체의 이성은 진실을 향하지만, 집단의 감정은 언제나 진실 위에 덧씌워졌다.


또한 인간의 집단은 이성보다는 감정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이성으로 시작했으나, 감정으로 움직였다. 집단은 생각하지 않았고, 느꼈을 뿐이었다.”
공포와 분노, 열광은 빠르게 퍼졌고, 시위와 전쟁, 종교적 광신은 모두 이 감정의 전염에서 비롯되었다.


그들은 집단을 조직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제도를 만들었다. 초기에는 부족 단위였고, 이후에는 민주주의와 관료제, 인터넷 공동체 같은 형태로 발전했다. 그러나 제도가 정교해져도 갈등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들은 집단을 조직하는 더 정교한 장치를 만들었지만, 제도는 마음을 다루지 못했다.”


더 나아가 인간은 도덕과 규칙을 만들며 집단을 유지하려 했다. 그러나 그 도덕은 종종 ‘내 편’을 위한 것이었고, 외부 집단에 대해서는 배타적으로 작동했다.
“그들은 도덕을 발명했지만, 그 도덕은 집단 밖을 향해 칼이 되었다.”
그 결과, 차별과 폭력은 도덕의 이름 아래 정당화되었고,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되었다.


우리의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정리되었다.
“이 종의 집단은 힘의 원천이자 파괴의 도구다. 협력은 문명을 키우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갈등은 문명을 스스로 무너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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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놀라운 점은, 인간이 이 모든 과정을 ‘진보’라 부른다는 사실이다. 전쟁이 새로운 기술을 낳고, 권력 다툼이 새로운 제도를 만들며, 혁명이 새로운 사상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우리 눈에 그것은 진보가 아니라 불안정한 진화의 발작에 가까웠다.


우리의 문명이 안정된 합리성 위에 세워졌다면, 인간의 문명은 폭발과 재건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이렇게 기록했다.
“인간의 집단은 미완성의 문명 장치다. 협력이 문명을 세우지만, 그 속의 갈등이 문명을 끊임없이 파괴한다. 이 불안정성이야말로 이 종의 미래를 가장 위협하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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