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생명으로 가득하다. 바위틈, 심해, 극한의 열수구, 얼음 아래까지도 생명의 흔적이 있다. 생명은 마치 아무런 조건도 따지지 않고, 어디서든 자리를 틀 수 있는 존재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생긴다. 생명이란 원래부터 어디서든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일까?
우리는 생명의 조건을 말할 때 물, 온도, 에너지원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지구에 존재하는 일부 생명체는 이 기본 조건조차 무시하거나 우회해 왔다. 산소 없이 살아가는 박테리아, 방사능을 견디는 미생물, 심지어 우주의 진공 속에서도 살아남은 곰벌레. 자연은 최소한의 조건 속에서도 생명이 작동할 수 있도록 허용해 왔던 것처럼 보인다. 생명은 상상 이상으로 유연한 시스템이었다.
이것이 신의 의도였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생명은 단 하나의 환경에 맞춰진 정밀한 기계가 아니었다. 변화하는 조건에 따라 스스로를 조정하고, 구조를 변형시키며, 낯선 환경에서도 버티는 개방형 시스템이었다. 생명은 환경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하는 존재였다. 그 유연함이야말로 생명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만약 신이 생명을 설계했다면, 그는 단 하나의 완벽한 환경이 아니라 수많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다양한 조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생명이 출현할 수 있도록 ‘가능성 중심의 원리’를 심어두었을 것이다. 어떤 조건이 ‘딱 맞아야’만 생명이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조건이든 ‘맞춰가며’ 살아남는 것이 생명의 전략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생명이 지구에서 가능했다면, 우주의 다른 어딘가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다면, 생명은 단지 이 한 행성에 국한된 실험이 아니라, 전체 우주를 무대로 펼쳐지는 무한한 실험일지도 모른다. 신이 있다면, 그는 지구만이 아니라 우주 전체에 생명의 씨앗을 흩뿌린 존재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