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I는 생각하지 않는다

by 홍종원

우리는 AI가 스스로 판단한다고 믿는다. 영화 속 로봇은 갈등하고, 질문하며, 때로는 눈물을 흘린다. 뉴스는 말한다. “AI가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인간을 이겼다.” 그러니 누구든 한 번쯤 묻게 된다. AI가 진짜 ‘생각’하는 걸까?


그건 착각이다. AI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가 만든 계산 장치일 뿐이다. 의도를 묻지 않고, 의미를 해석하지 않으며, 목적을 세우지도 않는다. 그는 질문하지 않고, 그저 반응한다.


인간의 생각은 그와 다르다.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의미를 찾아내는 능력이다. 우리는 목적을 만들어내고, 선택하고, 그 결과를 책임진다. AI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사람이 입력한 데이터에 맞춰 사람이 기대한 결과를 내기 위해 내부 수치를 조정하는 반복을 수행할 뿐이다.


AI의 결과물이 너무나 유려하다 보니, 우리는 자주 속는다. 문장은 유창하고, 그림은 창의적이며, 음성은 따뜻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결과는 사람이 원하는 답을 가장 그럴듯하게 흉내 낸 확률 계산의 산물일 뿐이다. 예술처럼 보이는 문장은 확률의 조합이고, 창의처럼 느껴지는 대답은 반복된 최적화의 결과다.


AI가 학습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입력을 받고 출력을 만든 뒤, 그것이 정답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계산한다. 그리고 그 오차를 줄이기 위해 내부 값을 조금씩 바꾼다. 이 과정을 수백만 번 반복하면, 결국 사람의 기대에 부합하는 출력을 내는 모델이 완성된다. 그러나 그 안에는 목적도 없고, 자율성도 없다.


AI는 ‘왜?’라고 묻지 않는다. 질문이 없다는 것은 생각이 없다는 말과 같다. 그는 단지 “그럴 법한 답”을 만들 뿐이며, 그 안에 의미나 의도는 없다. AI는 결과를 만들 수는 있지만, 의미를 만들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AI가 생각한다고 느낀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AI는 언어를 모방한다. 말은 감정을 품고, 문장은 판단처럼 보이며, 글은 의도를 암시한다. 그러나 AI는 언어를 이해하지 않는다. 그는 언어를 예측할 뿐이다.


예를 들어 “나는 오늘…”이라고 말하면, AI는 “기분이 우울하다”와 “날씨가 좋다” 중 어떤 문장이 더 자주 이어졌는지를 계산한다. 그리고 가장 확률이 높은 단어를 고를 뿐이다. 그 문장이 왜 필요한지, 누가 아픈지, 어떤 감정이 담겨 있는지는 모른다. 그는 그저 수많은 대화 속의 패턴을 따라간다.


우리는 그 결과를 보며 감탄하고 때로는 감동하지만, 그 안에는 아무런 내면이 없다. AI는 삶을 경험하지 않고, 관계를 형성하지 않으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런 존재가 어떻게 삶의 의미를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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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AI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그가 너무 인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로 경계해야 할 대상은 AI 그 자체가 아니다. AI를 인간처럼 대하려는 우리의 상상, 그 상상이 만들어낸 과잉 신뢰와 과잉 두려움이 더 큰 위험이다.


AI는 아직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그를 ‘생각하는 존재’처럼 반응하는 순간, 우리는 우리의 판단을 멈추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기술보다 위험한 착각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AI는 인간을 흉내 낼 수는 있다. 그러나 인간을 대체할 수는 없다. 우리는 단지 말하는 존재가 아니라, 말 뒤의 의미를 묻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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