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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치규 Oct 06. 2021

제환공의 가장하기

정치력-가장하기-제환공의 죽음연기

우리는 본심과 다르게 행동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본심 대로 행동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며 본심을 숨기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올 때가 있습니다. 정치력의 세계는 본질적으로 '의무론'이 아니라 '목적론'의 세계이며 어떤 사람의 본심과 의도를 묻는 것이나 자신의 본심으로 결과에 대해 변명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본심을 숨기는 가장을 해야 할 때에는 연기를 잘해야 합니다. 어설픈 연기는 본심을 그대로 드러내어 주기 때문입니다. 제환공 소백도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무지가 죽자 소백과 친했던 대부 고혜高傒는 거나라에 망명가 있었던 소백에게 어서 돌아와 왕위를 이으라고 연락합니다. 공자 규를 왕위에 올리려 했던 관중은 이때 본국으로 향하는 소백의 길목을 지키고 있다고 활을 쏘았고 그것은 소백의 허리띠에 명중합니다.


이때 소백은 죽은 체 연기를 했습니다. 친구 포숙아가 모시고 있던 공자 소백이 죽은 것으로 생각해 공자 규를 모시고 천천히 제나라로 향합니다. 엿새 만에 제나라에 이르렀을 때 소백은 이미 도착해 왕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화살이 우연히 허리띠에 맞았을 때 보통 사람이었다면 기뻐하며 만세를 불렀겠지만 소백은 죽은 체 연기를 했고 역시 보통 사람이 아닌 관중도 속아 넘어갔습니다. 순간적인 임기응변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대단한 연기였습니다. 제환공 소백이 평소에 본심을 숨기고 가장하며 사는 것에 얼마나 익숙한 사람이었는지, 한번의 연기가 한 인생의 운명과 역사를 얼마나 크게 바꾸어 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단한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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