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이 실현되길...

- 굴원을 그리며...

by 오치규

컴컴한 집에 홀로 앉아 가평잣막걸리 들이키니 별별 생각이 다 드네요. 이백과 더불어 강에 뛰어든 굴원이 떠올라 예전에 쓴 글 찾았습니다. 집필 중인 저의 책 <물러섬의 승리>에 실릴 내용입니다. 저는 굴원이 세속의 먼지를 조금 뒤집어 써야 한다고 썼지만 사마천은 굴원의 순수함을 찬양하네요. 이러든 저러든 굴원이 이상을 실현하지 못하고 강물에 뛰어든 일은 가슴이 아픕니다. 이상을 가진 분들이 실패하지 않고 세속에서 성공하길 기원합니다. 비록 역사상 수많은 위인들이 실패했지만 그런 노력들이 있어 세상은 이 정도로 유지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상에서 물러서지 못한 굴원


이상은 현실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하늘과 땅을 동일시하며(天人無間), 하늘의 이치를 인간의 삶에서 실현하려는(天理不離人事)는 선비들의 '지극한 정치至治'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굴원은 '이소 離騷'의 말미에서 이를 생생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나라에 사람이 없어 날 알아주지 않으니

또 어찌 고향을 그리워하겠는가?

이미 아름다운 정치美政를 펼 수 없다면

나는 장차 팽함彭咸이 있는 곳으로 가리라.

國無人莫我知兮

又何懷乎故都

旣莫足與爲美政兮

吾將從彭咸之所居


'미정美政', '아름다운 정치'란 정말 멋진 말입니다. 아름다운 정치, 아름다운 삶, 아름다운 관계, 아름다운 공동체란 얼마나 멋진가요? 하지만 이는 이상입니다. 현실에 존재하기 힘듭니다.


이상을 현실에 실현하려 노력하는 자들은 크게 실망하는 법입니다. 그래서 굴원처럼 나라에 사람이 없으며 돌아갈 고향도 없으며 그래서 충신 팽함이 그랬듯 강에 뛰어들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사마천은 이런 굴원에 찬양하고 있었지만 물러섬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언뜻 내비치고 있습니다.


그 문장은 간략하지만 그 의미는 심장하고, 그 뜻은 고결하고, 그 행동은 청렴하며, 문장의 언어는 작지만 그것이 가리키는 바는 크고, 거론된 사례는 가깝지만 그것에 깃든 사상은 매우 깊고 멀다. 그의 뜻이 고결하기 때문에 거론한 사물들이 향기롭고, 그 행동이 청렴했기에 죽을 때까지 허용되지 못했던 것이다. 진흙구덩이와 오물에 빠져 있어도 매미가 허물을 벗듯이 빠져나와 흙먼지 저 밖으로 날아가 세속의 때를 덮어쓰지 않으며 진흙탕에 있어도 물들지 않았다. 이런 지조는 해와 달과도 그 빛을 다툴 만하다.(굴원열전)


굴원은 세속의 때를 조금 뒤집어 써야 했습니다. 진흙탕에 있으니 조금 물들어야 했습니다. 죽을 때까지 허용될 수 있을 정도로만 청렴해야 했습니다. 이상을 현실로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이상으로 한걸음씩 나아가는 것이 물러섬의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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