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력-가족넘기-가족을 넘어서지 못한 여포
한나라가 시작되는 시점에 맹장 항우가 있었다면 한나라가 멸망하는 시점에는 맹장 여포가 있었습니다. 항우에게 명마 오추마와 미인 우희가 있었다면 여포에게는 적토마와 초선이 있었습니다. 미인을 데리고 사는 것은 영웅에게 어울리지만 그것은 또한 패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여포가 조조와 유비에 의해 하비성에 포위되었을 때 진궁은 여포에게 하비성 외곽으로 나가 진을 치고 자신은 하비성을 지키며 '의각지세騎角之勢', 즉 공격 세력을 분산하여 약화시키는 전법을 이용하자고 권합니다. 이에 여포는 동의하고 군사와 장비를 수습합니다.
하지만 이때 여포의 아내 엄씨는, “장군께서 이 성과 처자식을 버리고 군사를 이끌고 나가셨다가 만약 일을 그르쳐 첩의 몸이 적에게 더럽힘을 당한다면, 어찌 이 몸을 장군의 처라고 할 수 있겠읍니까?"라며 만류합니다. 여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3일을 허비합니다.
여포는 마음이 심란해 첩 초선과 의논하러 갔습니다. 초선 역시, “장군께서는 저희 처첩을 버리고 함부로 군사를 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해주십시오”라고 울며 매달렸고 여포는 고민스러워 술만 마시며 괴로움을 달랬습니다.
결국 여포는 전세를 반전시킬 기회를 잃고 하비성에서 패망하고 맙니다. 여포는 처첩과 가족을 벗어나지 못한 자였고 그래서 대업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여포는 항우처럼 세상이 모두 두려워하는 맹장이었지만 가족넘기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가족을 살뜰히 보살피며 행복한 삶을 병행하고 싶었지만 그것이 그렇게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공적이고 큰 일을 위해 나서는 사람들은 늘 항우와 여포의 패망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