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씩

한 걸음씩

by Everett Glenn Shin

처음엔 왼다리가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보조기의 힘을 빌려 간신히 서 있을 수 있을 뿐, 걸음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왼다리가 힘을 주었다.
그 순간, 걸음보조 운동기구의 발판을 밀어내며 스스로 균형을 잡았다. 그 힘이 꽤나 셌는지 운동기구의 발판이 덜컹 하며 떨어져 나갔고, 나는 물론 치료사 또한 당황하면서도 기뻐했다.
작은 발판 하나가 떨어져 나가는 그 소리는, 마치 오랫동안 갇혀 있던 내 몸이 스스로를 되찾는 듯한 신호였다.

그 뒤로 하루하루가 조금씩 달라졌다.
처음에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떨리고 흔들렸지만, 점차 보조기에 의지하지 않고도 서 있을 수 있었다.
걷는 속도는 느렸지만, 매번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몸과 마음이 조금씩 회복되는 걸 느꼈다.

치료사와 간호사, 가족의 눈길이 나를 지켜보았고, 그 작은 격려가 다시 용기를 주었다.
“많이 좋아졌어요.”
짧은 말 한마디가, 하루를 버틴 내 모든 고통을 보상해주는 듯했다.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삶의 회복이었다.
한 걸음씩, 나는 무너졌던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삶의 회복이었다.
한 걸음씩, 몸과 마음이 맞닿는 느낌을 느끼며 나는 무너졌던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한 걸음씩, 바닥에 닿는 발끝마다 희미하지만 단단한 희망이 스며들었다.
한 걸음씩, 나의 하루가, 나의 삶이 조금씩 다시 쓰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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