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햇빛 속으로

천천히, 햇빛 속으로

by Everett Glenn Shin

햇빛을 쬐는 시간은 점점 길어졌다.
처음엔 몇 분이면 충분했는데, 어느 날은 그 자리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햇빛을 쬐는 장소도 창가, 베란다에서 놀이터, 공원 등으로 바뀌어 갔다.
햇빛이 얼굴을 스칠 때마다, 내 안의 무언가가 조금씩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그건 단순히 몸을 데우는 빛이 아니라, 내가 다시 세상과 연결되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 대신, 다쳐서 달라진 몸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려 한다.
삶이 이전보다 느리고, 조심스럽고, 불안정하더라도
그 안에는 이전에는 없던 온기가 있다.

쓰러지기 전에는 몰랐다.
살아간다는 건 계속 달려가는 게 아니라,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숨을 고르고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밖으로 나설 때마다 조금의 두려움이 따라왔다.
누군가 내 걸음걸이를 유심히 보는 것 같았고,
내 어눌한 움직임이 세상에 너무 천천히 맞춰지는 듯했다.
그러나 그 두려움조차, 예전의 나였다면 느낄 수 없던 감정이었다.
살아 있기에 가능한 불편함이니까.

처음으로 카페에 들렀을 때, 의자에 앉는 일조차 긴장됐다.
컵을 들 때 손이 조금 떨렸지만, 그 미세한 떨림 속에 생의 감각이 있었다.
뜨거운 커피가 입 안에 닿자, 그 온기가 천천히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나는 그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살아 있다는 건 바로 이런 감각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그제야 확실히 알았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버스의 굉음, 바람의 소음까지도 모두 세상이 다시 나를 맞이하는 목소리처럼 들렸다.
병원에서는 벽 너머의 세상이 너무 멀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그 안에 내가 있다.

가끔은 여전히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걸음이 비틀거릴 때마다, 마음이 함께 휘청였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예전의 나는 쓰러질까 봐 두려워서 멈췄지만,
이제는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르고,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다.

그 작은 걸음이, 내가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누구도 대신 걸어줄 수 없는 길,
그러나 분명히 나 자신의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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