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으로 닿는 글쓰기

세상으로 닿는 글쓰기

by Everett Glenn Shin


퇴원하던 날, 병원 문을 나서며 마음이 이상하게 가벼웠다.
며칠, 아니 몇 달 만에 느껴보는 자유였다. 그러나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 자유는 곧 낯섦으로 바뀌었다.
침대의 높이, 의자의 각도, 문을 여는 손잡이 위치까지 모든 것이 미묘하게 불편했다.

병실의 기계음과 규칙적인 재활치료 시간, 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간호사들의 방문이 사라지자 적막이 너무 커졌고,

오히려 마음이 어디에 있어야 할지 몰랐다.

몸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병원에 남아 있었다.

낯선 평온함 속에서 나는 하루를 흘려보내다 문득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불편해진 몸으로는 예전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 없었지만,
글쓰기는 느리더라도 차근차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처음엔 거창한 대하소설을 써 보려 했지만 글을 써 나갈수록 글이 나에게서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내가 겪은 일들을 솔직담백하게 쓰기로 마음먹었다.

한 문단씩, 한 문장씩 적어나가다 보면
그저 글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살아가는 나 자신을 세워가는 기분이 들었다.
생각을 적고, 문장을 다듬으며,
나는 조금씩 세상과 다시 연결되고 있었다.

글은 내 손끝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끝은 세상과 닿아 있었다.

누군가에게 닿을 수도 있고, 그저 흘러가 사라질 수도 있었지만,
중요한 건 ‘다시 이야기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 마음이 나를 침대 밖으로, 세상 속으로 이끌었다.

이 글쓰기는 처음엔 재활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손끝을 움직이는 연습, 기억을 되짚는 훈련, 마음을 단단히 붙잡는 일.
하지만 어느새 그것은 단순한 회복의 과정이 아니라
다시 살아가기 위한 연습이 되어 있었다.

병원에서는 주어진 하루를 버티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스스로 하루를 만들어야 했다.
글을 쓴다는 건 내 안의 고요를 견디는 법을 배우는 일이었고,
그 고요 속에서 비로소 나는 ‘나’를 만났다.

세상은 여전히 조금 낯설었지만,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그 낯섦 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내 밖으로 흘러나오며
조용히 세상과 맞닿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쓰기 시작했다.
다시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다시 연결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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