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nta Nov 19. 2022

오이꽃버섯, 그 정체는 무엇인가?

버섯에서 과일향이 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오이꽃, 그리고 오이꽃버섯


오이꽃을 닮은 오이꽃버섯


예전에 괴산 청천면에 있는 푸른내 시장을 들린 적이 있습니다. 푸른내시장은 국내에서 야생버섯으로 가장 유명한 시장입니다. 오죽하면 버섯랜드라는 이름이 붙었을까요? 푸른내시장은 온갖 야생버섯의 천국이었습니다. 송이부터 시작해서 능이, 싸리버섯, 까치버섯, 다색벚꽃버섯, 그리고 정체를 알수 없는 잡버섯들까지, 버섯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그야말로 천국과도 다름 없는 곳이었죠. 그날은 사람들에게 여러 야생버섯 요리를 선보여야 할 일이 있어서 최대한 여러가지 식용버섯을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오이꽃버섯은 그 날의 구매목록에 있던 버섯 중 하나였습니다. 전체적으로 노란색을 띠며, 밑바닥부터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벌어지는 모습이 흡사 오이꽃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오이꽃버섯 또한 유명한 식용버섯이기 때문에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둘러봤는데, 이상하게 어딜 가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당황스러웠던 저는 시장 아주머니께 오이꽃버섯은 없는지 여쭈어 보았죠. 아주머니께선 그거 딸 시간에 능이 송이 하나라도 더 캐는게 이득이라며, 누가 특별주문 하지 않는 이상 더이상 따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이꽃버섯은 다른 식용버섯과는 달리 꽤 작은 크기를 하고 있어서 먹을 만큼 수집하기가 여간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부드러운 식감과 독특한 풍미 덕분에 유럽인들이 엄청 사랑하는 야생버섯중에 하나죠. 아무튼 저는 그날 국산 오이꽃버섯을 맛 볼 기회를 놓쳐버린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별 수 있겠 습니까? 앞으론 직접 구해다 먹어야죠.


오이꽃버섯, 그 정체는 무엇인가?

오이꽃버섯이라는 이름은 사실 정식명칭이 아닙니다. 그저 지역 주민들이 부르는 방언일 뿐이죠. 게다가, 오이꽃버섯은 버섯 한 종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두 종의 버섯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각각 꾀꼬리버섯, 갈색털뿔나팔버섯 이라고 불리는데요, 전체적으로 작고 노란색을 띠고 있는 것은 동일하지만 자세히 보면 큰 차이가 나타나는 버섯들입니다. 더욱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자면, 오리지널 오이꽃버섯은 꾀꼬리버섯이긴 하지만, 생김새가 유사해서 많은 분들이 얼렁뚱땅 갈색털뿔나팔버섯도 오이꽃버섯이라고 부르는것이죠. 해외에서는 두 버섯을 부르는 명칭이 확실히 다르고 각각 전혀 다른 풍미가 나타나기 때문에, 앞으로는 우리나라 또한 두 종을 구분 지어서 부르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 듭니다. 정식명칭이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지요.









오이꽃버섯 정체 첫번째. 살구향이 나는 꾀꼬리버섯. 포자가 묻은건지 갓이 흰색가루로 덮혀있다.




꾀꼬리버섯

학명 Canthrellus cibarius

학명 풀이 : Cantharellus : 샹트렐(Chanterelle) / cibarius : 요리

영명 : Chanterelle, Golden chanterelle


오이꽃버섯중의 하나인 꾀꼬리버섯에 대해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1836년, 스웨덴의 저명한 균학자인 Elias Fries는 꾀꼬리버섯을 두고 가장 중요하고, 최고의 야생식용버섯이라고 표현했죠. 그만큼 꾀꼬리버섯은 전 세계적으로, 특히 유럽에서 사랑받는 유명한 야생식용버섯 중 하나입니다. 그 이유는, 유럽에선 긴 기간 동안(5월~10월) 엄청나게 많이 발생하고, 벌레의 피해도 거의 없을 뿐더러 준수한 맛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에선 일상적으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버섯이기 때문에 더욱 각별한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프랑스에서는 꾀꼬리버섯을 지롤(Girolle)이라고 부릅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유럽의 식자재 마트나 시장을 가보면 판매대에 바구니 한가득 진열되어 있는 모습을 발견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모습을 통해 그들의 꾀꼬리버섯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느낄 수 있죠. 간혹가다 외국의 버섯애호가 인스타그램을 보면 꾀꼬리버섯을 잔뜩 따서 자랑하는 모습이 보이곤 하는데, 꾀꼬리버섯을 자주 접하지 못하는 한국인으로써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더라고요.








맥상주름의 형태를 하고 있는 꾀꼬리버섯



꾀꼬리버섯의 생김새


꾀꼬리버섯을 보면 왜 오이꽃버섯이라고 불리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전체적으로 샛노란 색을 띠며 버섯의 맨 아래 부분부터 위로 올라갈수록 넓게 퍼지는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갓의 가장자리가 말끔하지 않고 구불구불 불규칙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것도 마치 꽃잎을 연상시키는것 같기도 합니다. 갓 밑의 주름의 형태 또한 눈 여겨 보아야 합니다. 다른 일반적인 버섯과 다르게, 주름살이 나있는 형태가 아닌, 맥상 주름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꾀꼬리버섯은 어디에?


꾀꼬리버섯은 6~8월, 활엽수 또는 침엽수림에 발생합니다. 나무와 공생을 하며 영양분을 얻는 버섯 이기 때문에 숲속 바닥에서 발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번은 해변가의 곰솔림에서, 한번은 활엽수림 밑에서 엄청난 꾀꼬리버섯 군락지를 발견 한 적이 있었고, 심지어는 아파트의 소공원에 잔뜩 피어있는 모습도 본 적이 있습니다. 노란 빛깔의 꽃같은 버섯이 땅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는데, 과장을 실어서 얘기하자면 마치 유채꽃밭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몇 번 군락지를 발견한 끝에 느낀 것은, 평평한 마사토질의 숲 속 토양에서 잘 자라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 입니다. 그 외의 지역에서도 몇 번 발견 할 수 있었지만 한 두개체 밖에 보질 못했습니다. 꾀꼬리버섯이 나오는 장소는 매년마다 꾸준히 나오기 때문에, 군락지를 잘 기억 해 두는 것이 좋겠죠.









(좌)기분좋은 과일향이 잔뜩! (우) 꾀꼬리버섯소불고기전골. 어느 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꾀꼬리버섯의 특별함


꾀꼬리버섯의 특별한 점은, 버섯에 코를 갖다 대면 기분 좋은 과일향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개체 마다 향기의 농도가 달라서 과일향이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살구버섯’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하죠. 맛과 식감 또한 훌륭한 편으로, 부드러우면서도 희미한 단맛이 나며, 쫄깃하면서도 부드럽게 씹히는 특징이 있습니다.


꾀꼬리버섯은 주로 버터에 볶아내서 소테 또는 크림스프의 재료로 이용하며, 오믈렛이나 피자 같이 다양한 요리의 식재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말려도 향과 맛이 꽤 잘 보존되는 편이기 떄문에, 건조 꾀꼬리버섯 또한 자주 볼 수 있고, 해외 직구로 구매 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몇가지 형태적 특징과 향기, 그리고 발생 환경을 염두하고 잘 살펴보면 쉽게 동정 할 수 있는 버섯입니다. 비슷하게 생긴 독버섯도 없기 때문에 비교적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버섯이기도 하고요.








갈색털뿔나팔버섯 한움큼.


갈색털뿔나팔버섯

학명 : Craterellus lutescens

학명 풀이 : Craterellus : 작은 컵 / lutescens : 늪의, 늪에 서식하는

영명 : Yellow foot


오이꽃버섯의 두번째 정체는 갈색털뿔나팔버섯입니다. 예전에는 황금꾀꼬리버섯이라고 불렸었지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 또한 갈색털뿔나팔버섯을 직접 마주하기전까지는 이런 버섯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여름의 무더위가 한풀 꺾여 나갈 때 쯤, 대부분의 식물과 버섯을 통달하신 도사님과 함께 거창의 어느 산을 오르며 버섯을 찾고 있었죠. 산 중턱 쯤 올라 갔을때, 숲의 바닥을 덮고 있던 솔잎 사이로 노란색 버섯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대충보고 꾀꼬리버섯인 줄 알고 기뻐하고 있었는데, 도사님께서 꾀꼬리버섯이 아니라 다른 버섯이라고 알려주셨죠. 확실히, 자세히 살펴보니 생김새, 향기, 그리고 발생한 환경까지 전혀 다른 버섯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갈색털뿔나팔버섯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사람들이 왜 이 버섯을 오이꽃버섯이라고 부르는지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갈색털뿔나팔버섯의 생김새


갈색뿔나팔버섯 또한 전체적으로 노란빛을 띠고 있지만, 꾀꼬리버섯과는 다르게 살짝 주황빛이 맴도는 듯한 색입니다. 색의 미묘한 차이는 또한 꾀꼬리버섯과 비교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확실한 비교 포인트는 전체적인 모습, 자실층의 모양, 발생시기와 환경, 그리고 향기입니다.


갈색털뿔나팔버섯은 아래서부터 위로 점점 넓어지는 꾀꼬리버섯과 다르게, 대의 꼭대기부분에서 넓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실층 또한 꾀꼬리버섯의 맥무늬가 거의 보이지 않거나 매끈한 모습을 하고 있죠.(가끔가다 맥무늬가 뚜렷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주로 여름에 발생하는 꾀꼬리버섯과는 다르게, 더위가 한풀 꺾여나가는 시기에 침엽수의 숲 속에서 자주 관찰 할 수 있는 버섯입니다. 경험상 평활한 지역보다는 어느정도 경사가 있는 곳에서 많이 발견 했던것 같네요.


갈색털뿔나팔버섯의 특별함


갈색털뿔나팔버섯을 꾀꼬리버섯과 가장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냄새를 맡아보는 것 입니다. 냄새를 맡아보면 과일향이 나는 꾀꼬리버섯과 다르게, 살짝 훈제 한듯한 냄새, 또는 후추같은 화한 냄새가 나는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코를 찌를 정도로 강한 것은 아니고, 부드러운 버섯의 향기와 조화롭게 섞여 있는 향입니다. 제겐 마치 후추를 잔뜩 뿌린 클램차우더 같은 향이 느껴지더라고요. 이러나 저러나 확실히 입맛을 돋우게 만드는 향기임에는 틀림 없었습니다.







갈색털뿔나팔버섯도 꾀꼬리버섯과 비슷하게 다양한 요리에 사용됩니다. 그러나 버섯의 크기가 꾀꼬리버섯보다 아담 하기 때문에 단독으로 먹기 보단 요리의 재료로 쓰이는 느낌이 강하죠. 파스타, 크림스프, 스튜, 파이를 비롯하여 된장찌개 같은 한식에도 잘 어울리는 팔방미인같은 식재료, 그것이 바로 갈색털뿔나팔버섯입니다.



아쉽게도 갈색털뿔나팔버섯또한 공생균이기 때문에 재배가 안되는 버섯입니다. 게다가 꾀꼬리버섯만큼 유명한 버섯이 아니라 대중적으로 유통되지 않죠. (유럽에서는 인터넷으로 팔고 있는것을 확인 할 수 있는데, 국내 구매가 가능한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우리나라에선 간혹 가다 8월말~9월쯤 인터넷이나 재래시장에서 오이꽃버섯을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높은 확률로 꾀꼬리버섯이 아니라 갈색털뿔나팔버섯을 판매하고 있을겁니다. 그러므로 이 버섯을 구하고 싶다면 그 시기를 맞춰 구입을 하거나, 열심히 소나무 숲을 탐색하는 수 밖에 없겠죠. 어느 쪽이 되었든, 운이 따라줘야 맛 볼 수 있겠지만요.



인스타그램 : @manta_fungus







작가의 이전글 사람들은 왜 야생버섯을 먹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