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되어보기, 새로운 것들에 적응하기, 그리고 감사하기
최종적으로 우리가 살게 된 독일집은 저층 빌라 느낌의 신축 빌딩이었다. 우리가 첫 입주였는데 초기부터 우리 빌라의 분리수거함들이 야외에 있었다 없었다 하기 시작했다. 집에 쓰레기들이 쌓이면 어쩔 수 없이 쓰레기들을 이고 지고 동네 산책을 핑계 삼아 다른 아파트 분리수거함에 버렸다. 괜히 남의 쓰레기장에 버리면 안 될 듯싶고 산책도 한두 번이지 짜증이 나기 시작한 우리는 "도대체 쓰레기통이 왜 자꾸 사라지는 거야?"하면서 관리인에게 문의 메일을 보내기도 하였지만 역시나 답은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저녁 또다시 쓰레기 원정을 떠나기 위해 문밖을 나섰다가 갑자기 창고로 보이는 0층 큰 문이 내 눈앞에 보였다. "오빠 이거 공동 현관 열쇠로 한번 따봐" 남편은 여기에 있겠니?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열린 곳에는 깔끔하고 쾌적한 넓은 분리수거장이 있었다. 우리가 그동안 버렸던 곳은 쓰레기 업체 직원이 며칠에 한 번씩 꽉 찬 쓰레기통을 비우려고 잠시 밖에 둔 곳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뭐 한 거지?' '인종차별 아니야?(아님)' '그래 진짜 없었다면 모두가 난리었을 텐데 왜 의심하지 못했을까?' 대충격 + 실성의 입독 3개월 차 후기였다.
그리고 추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더 있다면 그러고 몇 달 후 남편의 회사 동료이자 같은 빌라 주민인 인도인 친구가 오빠에게 조심스럽게 질문하더란다. "혹시 이 빌라는 쓰레기를 어떻게 버리는 거야?" 남편은 기꺼이 충분한 공감과 측은지심으로 쓰레기장 위치를 알려주었다고 했다.
하루는 중고차를 구매하려고 열심히 발품을 팔 때였다. 참고로 독일은 외국인 비율이 높고 내가 사는 곳은 대략 30%로 평균보다 더 높은 편이다. 또한 슈퍼마켓, 식당 등 어디를 가든 다 영어가 통하니 독일어를 못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은 크게 못 느끼던 차였다. 그러나 모든 외국인이 영어를 할 줄 아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우리 부부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터키계 이민자 가족의 중고차 매장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곳에 우리가 찾는 가격대의 맘에 드는 차가 있는 것이다.
해가 저물고, 사장님 부인도 오시고, 머쓱한 공기가 가득한 작은 컨테이너의 응접실에서 결국 우리는 원활한 계약서 사인을 위해 사장님 아드님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사장님 아드님은 독일에서 나고 자라 영어를 할 줄 안다고 그가 우리들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사실 나는 불안한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내 마음속에 계속 환기되는 아랍계 인상의 낯선 사람에 대한 의심, 좀 더 큰 대기업 매장으로 갔었어야 했다는 후회, 옆에 속 편한 남편을 보며 느끼는 답답함. 그러나 곧이어 나타난 건장한 대학생 청년을 보면서 그런 부정적 감정은 점차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남학생은 아버지를 도와 우리 계약을 도와주고, 그 이후로도 우리가 번호판을 실질적으로 받기까지 본인의 차로 우리와 동행해 주며 기꺼이 친절하게 도와주었다.
무엇이 낯설고 의심스러웠을까? 그들이 특정 시간에 절을 하고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이라서? 우리처럼 생기지 않고 수염이 덥수룩하고 덩치가 큰 사람들이어서? 여행 유튜브를 보면 항상 사기를 치고 칭챙총 거리는 사람들이 저렇게 생긴 사람들이어서? 적어도 그날 내가 본 저 사람들은 부인을 사랑하는 애처가이면서 낯선 동양인 손님에게도 친절한 사장님이었고, 계속 미소로 우리를 안심시키려 도와주던 사장님 부인이었고 말이 안 통하는 부모님을 위해 군말 없이 도와주며 든든하게 통역을 해주던 착한 청년이었다. 어색하고 낯설고 모든 게 처음인 외국인들에게 그들은 너무나도 값진 친절을 베풀어 준 것이다. 그렇게 또 무사하고 감사한 하루가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