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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 일기

233 『내 무덤, 푸르고』 - 최승자

문학과지성 시인선

by 뿡빵삥뽕


⭐⭐⭐⭐
p56
<다리 밑>

죽음이여 너는 급행열차를 타고 올 수는 없는가.


최승자 시인의 시는 방어할 수 없다. 어떻게 해서든 빈틈을 찾아 찌르고 파고든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가차없는 세상의 진실이 뛰쳐나오고 죽음과 고통이 온갖 데에 깊은 발자국을 남기고 지나간다. 나는 이 시들과 상관없다는 거짓말이나 외면이나 이 시들이 나를 겨냥함으로써 느끼는 불안이나 두려움이나 불쾌함 같은걸 숨길 수도 없다.

나는 통닭이요 똥이요 무덤이다. 나를 밟고 지나가라.

뿅.


p28
<서역 만리>

우린 마치 저 쇼 윈도에 보이는
줄줄이 꿰인 채 돌아가며 익혀지는 통닭들 같아.
우린 실은 이미 죽었는데, 죽은 채로
전기의 힘에 의해 끊임없이 회전하며 구워지는
거,
그게 우리의 삶이라는 거지, 죽음은 시시한 것이
야.
왜냐하면 우린 이미 죽어 있으니까.
이미 죽어 꽂혀져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으니까.
그런데 기가 막히게 그게 우리의 삶이라는 거야.
삶이 이미 죽어 있는데, 죽음이란 얼마나 시시한
것이겠어?

1993년의 최승자 시인은 치열하고 그때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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