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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Dec 23. 2015

서울대 생의 자살, 그 유서를 읽었다

죽음의 옆자리에 누웠을 때




<유서 전문 : 바로가기 >





주말에 친구와 대화를 하던 중 서울대 생이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회장도 의사도 과기대 생도 자살하는 시대를 살아오고 있는지라 그다지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라디오를 듣는데 누군가가 이 '자살한 서울대 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전두엽 색깔 수저 색깔





이 학생은 가난하지도 않았고 멍청한 두뇌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단순히 있는 사람들에 비해 가난하기 때문에 이 명석한 학생이 자살했을까


유서 전문을 읽으면... 물론 유서이기 때문에 공들여 썼겠지만, 술술 읽히는 잘 쓴 글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V3SHBFyDZM








내가 대학에 들어갈 떄 우리 집도 잘 사는 편은 아니었다


퇴직한 아버지가 퇴직금을 분양 사기에 가까운 상가에 투자해 날려먹었지만 가난하지는 않았다


대학에 들어가니 선배들이 7명인가 8명인가를 한팀으로 수업을 듣게 했다


7명이라 치면 5명이 강남에 살고 있었다





거기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일테고 지금도 생각이 나는 것을 보면 꽤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학과를 강요한 환경, 마지막 결정을 한 나를 자책할 일이었다


그렇다고 자살을 할 정도의 자괴감과 박탈감까지는 아니었다





자살을 옹호할 순 없지만 탓 할 수도 없다


이 친구가 본 비합리적 세상을 나도 봤고 개선되기 보다는 심화되고 있다


차이가 심해질수록 영향력의 간격도 심해질 것이다


양극화된 영향력에 따라 정치와 경제와 사회가 어디로 기울지는 자명하다


비합리적 세상에서 합리적인 계획과 바람이 단절된 좌절감에 대처하는 방법을 누구도 알려주지 못한다





이 학생은 유서에서 "잘 될거야" 라는 식의 위로를 '독'이라고 했다


잘 될 거야 라는 멍청하고 무책임한 위로는 긍정의 가장 밑바닥에 존재하는 말이다









오늘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의 옆자리에 누웠을 것이다


그리고 죽음에게 말할 것이다


'죽고싶소'


과연 죽음이 '잘 될 거야'라고 대답해서 살아 있는걸까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아직이야'


이유도 

언제까지 반복될지도 모를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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