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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가난이 줄을 선다

01

by 뿡빵삥뽕


길게 꼬리 친 줄은 야릇한 충동이다.

열두 갈래 늘어진 그림자에 포위된 채 그리로 향한다


들고나는 옷들은 지친 비명을 지르고

숨죽인 얼굴들에 패인 주름은 희망을 고문한다.


'다음 주인공은 당신입니다'

빛 마른 포스터에 희망도 낡았건만

한 점 한 점에 인생을 찍는다

두 장이든 스무 개든 종이 뽑는 주인의 손은 야무지다


나른한 기다림을 끝내면 서둘로 돌아서고

낮은데서 울리는 하루의 땀냄새


꼬리가 길어지며 더 가늘어진 세상

한주의 가장 든든한 돈을 쓰기 위해

그렇게 오늘도 가난이 줄을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