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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Jan 04. 2016

아무렇지 않게 되는데 걸리는 시간

101 그날 이후 2년


햇수로는 3년이지만 갓 2년이 된 면접의 기억은 계속해서 깊이깊이 화를 부르는 것이었다



ㄱ공단의 면접이었는데 내 지나친 자신감에 과장되게 썼던 부분에 대해서 이사 한분이 송곳같이 들이댔다

압박면접이라기에는 내 스스로 모멸감이 느껴질 정도로 이어지는 질문들이 한결같이 날 난처하게 만들었다

과장되었던 부분을 지나 지금 생각해도 정확한 내용에서조차 무너지고 말았다



그날 세단계의 면접에는 모두 임원들이 앉아있었고 나름의 확신이 들었기에 마지막 면접에서 입은 상처가 불합격으로 이어질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떨어지고 나니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그리고 한동안 말 그대로 처박혀 있었다




그뒤 시간이 2년이나 지나는 동안 '그 이사'와 '면접'이 떠오를 때 마다 치를 떨었다




최근의 작년, 12월까지만해도 어차피 떨어질 면접이었다면 면전에 막말이라도 던질 것을 상상



물론 이런 이불킥 생각을 매일같이 한건 아니지만 가끔씩이라도 악감정을 두드리는 문소리는 꽤나 강렬하고 거친지라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






올해 새로 시작할 뭔가를 떠올리는데 문득 그 문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들렸다



날 찌르는 송곳도 없었고 거칠게 일어나는 화도 없었다

그 이사가 더 이상 밉지도 않았고 복수의 상상도 필요 없었다


근래에 갑자기 즐거운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누군가와 이 일로 상담하거나 대화의 소재로 삼아 카타르시스를 얻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면접관으로서의 그 이사가 이해된다거나 내 형편이 나아진 것도 아니다

그 모든 모멸감을 덮을만한 내 인격이 성장한것도 아닌데 부드럽고 매끄럽게 그때 그 기억이 지나갔다






이럴 때 쓰라고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이 전해져 오는가 보다



2년 동안이나 그 일이 묵은 화가 돼서 내게 머무를지 그때는 몰랐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갑자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될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됐다



뭔가 이유를 찾는다면 그냥 시간이 지나서 그런 것이 아닐까

채플린의 말처럼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조금씩 멀어지니 그렇게 된 것일지도

물론 그 일은 아직 희극도 그다지 체감되는 교훈도 되지 못했지만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이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먼지를 뿌린 일이 아무렇지 않게 되는데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때 일을 웃으면서 말하지는 못하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자괴감 없이 그런 일도 있었다고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10년이 넘게 아픈 일들도 있지만

이 일이 아무렇지 않게 된 것을 발견하니 한 고개를 넘은 기분이 든다



그래, 발견이 맞는 표현인것 같다


계속 쓰라리던 상처가 나도 모르게 어느새 아물어 버린 것을 발견한 것이다




2년이 걸렸다

그때 그 일이 아무렇지 않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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