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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Jan 11. 2016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105 혹은 아가사 크리스티


현재 우리나라엔 '황금가지'라는 출판사에서 출간한 전 79권의 정식 완역판이 나와있는데, 이전에 해문을 위시한 몇 출판사들이 '해적판'으로 그녀의 소설들을 출간했다.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은 장르상 문학적 표현보다는 짜임을 어떻게 보여주느냐의 무게가 더 중하기 때문에 황금가지의 '정식판'이 아니더라도 작품을 접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


아닌게 아니라 내가 처음 크리스티의 소설을 접했던 것도 해문출판사의 버전이었다.
아래는 수많은 그녀의 장단편 중 처음 접하기 좋은 추천선이다.

크리스티가 생전 가장 좋아했던 자신의 저작 10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살인을 예고합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 <열세 가지 수수께끼> <0시를 향하여> <끝없는 밤> <비뚤어진 집> <누명> <움직이는 손가락>

<가디언>지가 2009년 선별한 크리스티 10선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애크로이드 살인사건><오리엔트 특급 살인><ABC살인사건><엔드하우스의 비극><다섯 마리 아기 돼지><비뚤어진 집><살인을 예고합니다><끝없는 밤><누명>

판매부수 3선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오리엔트 특급 살인><애크로이드 살인사건>
- <오리엔트~><애크로이드~>는 포와로가 등장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모두가 피해자,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모두가 범인,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은 화자가 범인이 되는 플롯이다.

이 세 작품 모두 이전 추리소설에서 감히 다루지 못한 참신하면서도 충격적인 구조였는데
현대의 영화나 드라마, 추리소설, 만화, 스릴러에서 굉장히 자주 변주되고 있다.

원작 그대로 만들어진 영상물도 굉장히 많지만,
2003년의 <아이덴티티>와 소년탐정 김전일 시리즈의 많은 에피들이 <그아없>을 본땄고, <친절한 금자씨>의 처벌 장면은 <오리엔트>를 본땄다.


화자가 범인이 되다보니 <애크로이드>의 경우 영상화에의 한계가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소설'의 장점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책이 발간된 다음날 '독자를 속였다''절대 범인을 찾을 수 없는...'등의 비난과 비평이 신문에 실리기도 했는데, 나는 이 책의 범인을 알고서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녀가 탄생시킨 명탐정 포와로의 마지막 작품인 <커튼>은 유명한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몬스터>의 사이코패스로 이어진다. <커튼>의 연쇄살인마는 심리를 조종해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살인을 저지르게 하는데, 포와로는 완벽한 밀실살인으로 그를 죽이고 노회한 몸에 발작이 왔을 때 약을 먹지 않는 형태로 숨을 거둔다.

내려지는 '커튼'의 의미는 포와로의 생의 마지막 순간을
생명으로서의 빛을 차단하는 '커튼'의 또 다른 의미는 사이코패스 범인을 의미하기도 한다

영국 최대 민영방송사인 iTV에서는 25년이라는 기간을 두고 '포와로 시리즈'를 드라마로 만들었는데 20년이 넘는 기간동안 포와로를 연기한 데이비드 서쳇의 <커튼>에서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었다.


https://youtu.be/Vc0cWiHpmng



iTV는 열세번의 시즌 동안 포와로가 등장하는 66편의 장단편을 영상화했는데, 포와로를 연기한 데이비드 서쳇은 포와로 연기에 대한 열정을 인정받아 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를 받기도 했다. 드라마는 크리스티를 처음 접하는 좋은 방법이다. iTV는 할머니 탐정 '마플 시리즈'도 여섯 시즌의 드라마로 제작했다.

<iTV 추천 에피소드>
<시즌13 커튼, 헤라클레스의 모험, 코끼리는 기억한다><시즌12 오리엔트 특급 살인><시즌9 나일의 죽음>







iTV의 포와로와 마플, 마플 할머니는 고령으로 도중 하차한다


포와로와 마플은 크리스티가 창조한 가장 유명한 탐정으로 포와로는 벨기에 경찰간부 출신의 런던사는 영국의 사립 탐정, 마플은 세인트 메리 미드라는 가상의 시골에 사는 할머니 탐정이다.

포와로와 마플 둘 다 독신으로 '인간심리에 대한 통찰'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 근본은 현대의 범죄심리학, 프로파일링과 이어진다. 

둘의 공통점이라면 '둘다 수다쟁이라는 것'
둘의 차이점이라면 포와로는 지독할 정도로 우월한 두뇌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데 반해, 마플 할머니는 시골 할머니 특유의 온화함과 겸손함을 갖췄다는 것이다. 크리스티는 자신이 창조했음에도 불구하고 포와로에 대해 '지독하고 짜증나는 벨기에 영감'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작품을 읽고 드라마를 보다보면 짜증이 날때가 종종있다. 그래서인지 크리스티는 자신의 '탐정' 중에서 미스 마플을 가장 좋아했다고...





<쥐덫, 그리고 읽기>
처음으로 접한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은 구청의 이동문고를 통해 읽은 그녀의 희곡 <쥐덫>이었다. 두번의 세계대전 모두를 겪은 크리스티는 군인들을 작품에 빈번하게 등장시키는데 <쥐덫>에도 무슨 소령이 등장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크리스티 추리소설 전권을 읽기로 했는데, 평소 몇 페이지 남겨놓고 끝맺지 못하는 독서 습관마냥 몇 남지 않은 책들이 은근 손에 잡히지 않는다. 중간중간 본 드라마가 완독 리스트를 헷갈리게 하는 것도 사소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크리스티의 전집 중 어떤 것을 골라 읽는 것은 마치 초콜렛 상자에서 초콜렛을 빼먹는 것과 같은 일이라는 패션잡지 '보그'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어떤 책을 읽더라도 분명 '초콜렛'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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