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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Jan 16. 2016

새 안경

112 잘 지내보자


미루고 미루다가 이번엔 큰 맘 먹고 그동안 써보고 싶다 여러번 생각했던 안경을 마련했다.


대학생때까지는 길어도 두해에 한번은 안경을 맞췄는데 이제는 시력도 어지간히 자리를 찾은데다 새로운 테가 주는 어색함에 낯이 가려워서 교체주기가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괜히 좋다고 하는 것에 눈길이 가는 건지도.


근 3년간 써온 안경이 꽤나 지겨웠는데 막상 매장에 가서 맘에 드는 안경테와의 부조화를 접하니 나한테 이렇게 어울리는 안경이었다니!  심지어 유행을 1년은 빨리 잡아낸지라 주변인들의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던 어울리지 않은 안경이었는데... 내 얼굴도 안경도 변했을리 없는데 그동안 나와 어우러져버렸다.



맘에 들지만 아직은 어색한 안경을 사고 알을 끼우고 집에 돌아왔는데 새 안경과 나와의 어색한 조합이 괜히 부끄러워 아직까지 쓰고 거울을 보지 못했다. (다른 일에 신경을 써서기도 하지만... 괜히)



'안경이 얼굴이다'라는 대형 안경체인의 말 마따마 일어나자마자 안경을 쓰고 잠자리에 들 때나 안경을 벗는 나로서는 얼굴의 한부분이 된지 오래다. 예전에는 안경을 고를 때 친구를 대동했는데 언젠가부터는 혼자 가게 된다. 자극적인 개성을 갖지 않았으니 극단적인 선택을 안하기도 하지만 면(面)을 선택하는 일은 온전히 내 몫이며 책임이니까. 



이 새로운 안경도 변하지 않겠고 내 얼굴도 크게 변하지 않겠지만, 그 전의 안경들과 그랬던것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질것이다. 이 안경은 다리부분의 나무 색도 시간이 지나면서 농이 든다니 오래써야 한다(?). 



언제나 새것은 기분좋고 신선하다. 오욕의 세월을 함께 보낸 은색 동그란 안경과 이제 안녕이라니... 개봉 첫 날, 나를 향해서 손가락질 하던 그녀석 생각이 갑자기 난다. 
군대에 있을 땐데,

"계장님, 변태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녀석처럼 담대하게 손가락질은 못하고 날 허망하게 만든 웃음을 던진 사람들... 
지금 생각하면 큰 웃음이라도 줬으니 다행이다.





마무리가 이상하긴 하지만 그녀석은 잘 지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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