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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Apr 19. 2016

도전을 파는 모험가의 허영

210 사진은 상관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나는 아무래도 '악마의 주장법'에서 악마 역할에 특이한 강점을 지녔는지도 모른다  -_-ㅋㅋ 



젊은이, 대개 20~30의 청년들을 말하는데 이들이 안정을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잃어버린 야성을 되찾으라는 사회 분위기가 얼마전부터 형성되었다. 
여기서 문제는 <야성을 되찾자!>가 아니라 <야성을 되찾아라!>라는 것. 




예전에 '모험'과 '도전'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어떤 사람을 팔로우(?)했는데, 근래 보기 꽤나 불편해졌다. 
그가 '대단하다'라고 생각하던 시기는 이제 안녕. 

그 사람이 하는 일이 나와 사회와 심지어 기업에 어떤 도움이 되길래 응원을 바라고 후원을 요구하는 걸까. 여행을 하고 사막이나 호주, 미주를 횡단하고 아프리카를 떠돌고 무슨 비싼 외국의 학교에서 공부하는 걸 지원하는 것에 무슨 시사점이나 의미가 있나. 



가만보면 개인적인 역마살 같기도 한 여행.
모험에 중독된 듯한 끊임없는 도전.
다음 도전을 위해 일하지 않고 손을 벌리는 사람, 그리고 자신은 돈 없어도 성공했다는 무용담.
자신을 찾고 자아를 찾았으면 스스로 해야하지 않겠나. 
언제까지 모험가 명함을 팔아 '자기계발'을 할 것인가.

극기를 달성하고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과는 괴리감이 드는 개인 영달의 향취가 묻어나는데, 그런 향취는 비릿하다. 




요즘 생각해보면 해외에 나가는 것보다는 한국에 남아 목숨 건 생존게임을 하는 청년들이 더 용감해 보인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납세, 국방, 교육의 의무를 다 이행하고 나니 해외로 나가는 것을 꽤나 멋진 도전인것처럼 포장해서 이런 짓을 하고 다닌다. 나라에 의무를 다했더니 나라는 너에게 해줄게 없다 이거지.



알아서 세계를 누비고 싶은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지만 국가 취업정책의 일환이 국민 해외보내기라니. 

이거야말로 21세기 창조경제다. 청년 해외입양보내기. 아기에 이은 청년 수출.

왜, 아예 태어날때부터 코리아타운으로 보내지 그러시나. 그게 더 효율적일텐데.

정말 모두가 불쌍한 사회다. 왜 노인은 안보내시나?










청년 해외보내기 사업이 '도전'으로 포장되는 것은 그동안의 어떤 청년 모험가들의 허영이 빚어낸 부작용도 일조하지 않았을까 한다. 

이 시스템에 적응하고 적응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을 왜 수동적이고 그들에 비해 모자란 것처럼 생각하는가. 해외, 도전, 모험 이전에 이 사회 시스템의 부족함을 채워주려는 노력을 해야하지 않나. 사회에 녹아들어 벽돌이 되고 기둥이 되고 톱니바퀴가 되어도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야 되는 것이 의무인 사람들이 변종이 되라고 권하고 다니니...


장강명 소설 『한국이 싫어서』의 표지디자인인 정수진 화가의 People in Landscape






(마무리는 소심하게)
그렇다고 모든 모험하고 도전하는 청년들을 매도하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방향이 정확하게 그것을 향한 사람들이 갖는 사회적 의무와 필요가 있을테니.


다만 중독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변태된 모험가들과 도전하는 청년들은 불편하다. 

한사람의 모험과 도전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지 그들은 알고 있을까. 자아찾기는 꼭 도전과 모험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니 자신들의 삶을 롤모델로 포장하는, 그렇게 보이는 행동을 어수룩하게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난 사실, 진짜 어수룩한  모험가들보다 오늘도 골목을 누비다가 집이 비어 내게 전화를 걸고 나보다 전화를 늦게 끊은 택배 아저씨가 더 멋지고 대단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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