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일상의 영감] 첫 번째 인터뷰: 위뮤 WE Musical
우리는 걸어 다니면서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누군가의 주위로 사람들이 원을 그리고 바라보거나, 조명이 움직이며 따라다니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뮤지컬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일상을 드라마로 만드는 마법이 일어나는 무대, 뮤지컬을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가슴이 뛰기 마련이다. 위뮤(@we_musical)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뮤지컬을 보며 느꼈던 두근거림을 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한다. 인플루언서뿐만 아니라 창작 뮤지컬 프로듀서로도 활동했던 위뮤가 얼마 전 유럽 뮤지컬 기행을 마치고 귀국했다. 자타공인 뮤지컬 덕후인 그가 어떤 인사이트를 가지고 왔을지 궁금해진다.
Q. 안녕하세요, 위뮤님! 본격적인 인터뷰 질문들을 드리기에 앞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뮤지컬 계정을 운영 중인 WE musical, 위뮤입니다.
Q. 어떤 계기로 위뮤 계정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A. 시작하게 된 계기를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처음엔 대외활동 때문이었어요. 지원했던 대외활동에서 다 떨어졌었거든요. 왜 나를 떨어뜨릴까 고민을 해 봤는데, 대부분 대외활동들이 활발히 운영 중인 SNS 계정을 요구하더라고요. “너희가 나를 붙여주지 않겠다면 내가 직접 하겠다”는 마음에 계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한 분야에서의 영향력 있는 SNS 계정을 운영하고 싶은 학부생분들이 많은데요, 개인 계정을 시작하는 것은 쉽지만 이렇게까지 계정을 키우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위뮤 계정을 키워오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위뮤만의 성장포인트는 무엇인가요?
A. 계정을 키워오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계정의 포지셔닝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계정이 있지만, 위뮤는 뮤지컬 덕후 친구로서 자리 잡기를 바랐어요.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인 공간에서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했던 것 같아요. 작품이 정말 좋으면 계정에서 같이 주접도 떨고 말이죠. 공감,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것이 정말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게 제가 계정을 키우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성장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어요. 뮤지컬 덕후들은 주변에 함께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요. 위뮤는 뮤지컬 덕후들이 뮤지컬을 주제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Q. 오랜 기간 꾸준히 계정을 운영할 수 있었던 위뮤만의 비결이 있나요?
A. 이렇게까지 오래, 열정적으로 계정을 키워올 수 있었던 비결은 제가 그냥 뮤지컬을 너무 좋아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네요.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뮤지컬을 정말 좋아했었는데, 이걸 발산할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대학교 들어와서부터는 바로 코로나였고… 친구들을 자주 만난다거나, 동아리를 할 수도 없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지출되는 비용이 줄어들었고 저는 그 돈을 전부 관극에다 썼어요. 학창 시절 맺혔던 한을 발산시키다 보니 이렇게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 지금까지 제작해 왔던 콘텐츠들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콘텐츠는 무엇이었나요? 구독자분들의 많은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만드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가장 반응이 좋았던 콘텐츠는 관극성향 MBTI 테스트였던 것 같아요. 처음 관극성향 MBTI를 올렸던 날, 제 팔로워분들이 잘 활동하지 않는 시간대에 업로드했는데도 불구하고 팔로워가 100명이 늘었어요. 반응이 좋았던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일단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후기를 공유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도 듣고 싶어 하고, 창작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활동을 즐겨요. 그래서 의견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본 것이 MBTI 테스트였습니다. 반응을 공유해 달라고 하면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서 계속 공유가 되니까 위뮤를 모르는 사람들도 ‘이건 뭐지?’ 하면서 위뮤를 접하게 되고, 다시 콘텐츠에 참여하게 되는 거죠. 한참 코로나가 심각하던 시기에 성격유형 테스트들이 유행하면서 그것과 맞물려 더 좋은 반응이 있었지 않았나 싶어요.
결국 계정을 키우기 위해서는 나만이 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제 경우엔 그걸 고민하며 찾았던 해답이 처음에는 참여형 콘텐츠였고요. 요즘에는 얼마 전 다녀온 교환학생 경험을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그래서 해외 뮤지컬 관련 정보글이나 에피소드 형식의 게시물을 발행했고, 그게 최근에는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요.
Q. 인플루언서뿐만 아니라 창작뮤지컬 <내일>의 PD로도 활동하셨어요. 뮤지컬을 좋아하는 팬을 넘어, 뮤지컬 PD에까지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처음에 뮤지컬에 처음 관심이 생겼을 때, 뮤지컬 업계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뮤지컬과 관련한 여러 직무들을 찾아봤죠. 하나의 뮤지컬을 만들기까지 여러 역할들이 필요하지만 그중에서도 PD를 선택하게 된 건, 사실 소거법으로 정했던 거였어요. 예를 들어 연출 같은 경우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오랜 시간 연출을 공부해 온 연출가들이 있기도 하고, 어느 정도는 예술적 감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예술적 감각은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연출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하나씩 지워나가다 남은 역할이 기획이었어요. 별거 없죠?(웃음)
Q. 최근 교환학생을 다녀오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교환학생 기간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일화는 무엇인가요?
A. 런던에 있을 때 뮤지컬 콘셉트 카페에 많이 갔었어요. 거기는 뮤지컬 좋아하는 사람들만 와요. 카페에서 노래가 나오니까 사람들이 따라 부르더라고요. 그 상황에서 옆사람한테 ‘너 위키드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너무너무 좋아한다고 대답하죠. 그렇다 보니 대화 물꼬를 트기가 쉽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우연히 만난 친구들이 알고 보니까 배우, 연출가처럼 뮤지컬 업계 종사자 친구들이었어요. 그 친구들이랑 진지한 대화도 많이 했는데, 하루는 거기서 만난 친구한테 지금 하는 일이 좋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정말 망설임 없이 - Yes. 너무 좋대요. 저는 그게 너무 부러운 거예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으면 물론 좋겠지만, 일을 하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상황들에 의해서 일이 싫어질 수도 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좋다’는 대답이 망설임 없이 나온다는 점이 너무 부러웠어요.
Q. 앞으로 위뮤 계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위뮤’의 지향점이 궁금합니다!
A. 뮤지컬의 대중화를 이루고 싶습니다. 우리는 인터넷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가장 사람들이 정보를 접하기 쉬운 곳은 아무래도 SNS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제 콘텐츠가 다른 인플루언서분들에 비해서 아주 전문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대신 쉽고 친근하죠. 정보를 접하기 쉬운 환경에서 누군가 제 콘텐츠를 보고 가볍게나마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면 역할은 충분히 했다고 봐요. 조금 더 일반 대중이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 그것이 위뮤의 지향점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Q.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과 그 이유는?
A. 좋아하는 뮤지컬들이 대부분 결이 비슷해요. 메시지가 있는 작품들을 좋아합니다. 적당한 유머 속에서도 감동이 있고, 메시지가 있는 그런 작품들에 끌려요. 마지막에 커튼콜이 끝났을 때 제가 웃고 나오게 하는 뮤지컬들이 좋아요. 그래서 최근에는 런던에서 본 <&줄리엣>이 제일 좋았고, 한국에서 봤던 것 중에는 <킹키부츠>를 제일 좋아했어요.
특히 <&줄리엣>은 연출까지 뛰어난 작품이었어요. 최근 뮤지컬 트렌드가 무대 세트뿐만 아니라 연출에 영상을 많이 활용하는 경향이 보이는데 <&줄리엣>에서는 영상, 조명, 음악, 춤. 이 모든 요소들이 한 큐에 맞아떨어지는 것이 좋았어요.
Q. 2023년 가장 기대되는 뮤지컬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컴 프롬 어웨이>가 가장 기대됩니다. 2023년 11월에 한국에 들어온다고 해요. 저는 이 작품을 애플 tv에 있는 실황영상으로 한 번 본 다음, 런던에 가서 봤었어요. 911 테러로 인해 뉴욕 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하지 못하자 ‘갠더’라는 조그마한 마을로 비상 착륙을 한 후에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다룬 뮤지컬이에요. 그 안에서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며칠 동안 경험하는 일을 담았는데, 한국에서 다인종의 한계를 어떻게 연출적으로 표현할 것인지 궁금해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아프리카인이 쓰는 영어, 중동 사람이 쓰는 영어와 같은 언어의 느낌을 한국어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연출적으로 인종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그 차이를 어떻게 납득시킬 것인가? 와 같은 궁금증들이 있죠.
Q. 요즘 위뮤님께 가장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삶에 있어서 원동력이 되는 것들은 무엇인지 소개해주세요.
A. 지금 이 시기를 겪는 모든 대학생들이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요, 솔직히 말하면 무엇이 저에게 영감을 주는지 잘은 모르겠어요.
런던에서의 기억이 너무 좋았어서인지, 지금 제 삶의 원동력은 ‘다시 런던에 가는 것’인 것 같아요. 그곳에서 뮤지컬 관련된 문화를 체험해 본다던지,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작품들을 본다던지, 그곳의 뮤지컬 산업은 어떤 모습인지 알아본다던지…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요. 최근에는 ‘What's on Stage’라고, 관극과 관련한 기사들이 많이 올라오는 사이트가 있는데 가끔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기사를 공유해 주거든요. 예를 들어 이번에 <반지의 제왕>이 이머시브 형태로 제작된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런던에서 이 뮤지컬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글 | 디보, 텐텐, 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