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으로 배우는 배달말(84)
[일러두기] 이 글에서 ‘마’이나 ‘말’처럼 붉게 쓴 글자는 아래아( •)를 홀소리로 적은 글자다.
정선군 고한읍 서쪽에 사북읍이 있다. 인구는 4150명으로 정선읍, 고한읍 다음으로 인구가 많다. ‘사북’이라는 땅이름 유래를 정선군청 ‘지명유래’에서 찾으면 다음과 같이 말해놓았다.
조선시대 때 방좌수(方座首)라는 부자가 있어 이곳에 그의 땅을 관리 경작하면서 마을 산턱에 소작권도 주며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옛 마을 지명인데 사음(舍音)이란 사 자와 북일(北日)의 북 자를 합쳐서 사북이라고 칭한 지명이다. 속칭 사복(蛇伏)이라고도 한다. 또한 북쪽에 정암사가 있다 하여 사북(舍北)이라 하였다 한다.
공공기관에서 내놓은 말치고는 참으로 고약하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 없다. 방좌수라는 땅임자가 있고 이 사람이 부리는 마름(사음)이 있는데, 이 마름이 살던 데를 가리켜 ‘사음대’라고 했다는 말처럼 들리지만 또렷하지 않다. ‘사북’이란 땅이름은 ‘사음’의 ‘사’ 자와 북일의 ‘북’ 자를 붙여 ‘사북(舍北)’이 되었다는 설, 사복(蛇伏)이라고 하다가 사북으로 되었다는 설, 북쪽에 정암사가 있다 하여 사북(舍北)이 되었다는 설을 들어놨다. 내 보기에 뒤에 든 설명 두 가지는 말장난으로밖에 보인다.
그래서 오늘은 사북의 두 말밑 가운데 하나인 ‘사음대’를 살펴보고 ‘북일’은 따로 살펴보고자 한다.
15세기 기록인 ≪용비어천가≫(1447)에 보면 ‘舍音洞 마람골’로 적은 데가 있다. 이때 ‘마람골’은 ‘마+람+ㅅ+골’ 꼴이다. 아래아(ㆍ)가 ‘ㅡ’나 ‘ㅏ’로 바뀌면서 ‘마름’으로, 다시 ‘말음’으로 바뀌었다가 18세기에 ‘마름’으로 굳었다. 마름은 처음엔 농사 짓는 집을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땅임자를 대신해서 땅을 빌려주고 땅세를 걷는 일을 도맡아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바뀐다.
‘마름’이 어떻게 ‘사음’으로 되느냐 하겠지만, 배달말을 한자로 받아적을 때 뜻으로 먼저 받아적고 그다음에 소리가 같은 한자로 적는다는 원리에 따랐기 때문이리라. ‘사음’을 쓴 ‘사(舍)’ 자는 ‘집’을 뜻하지만, ‘말다, 그치다, 놓다, 두다’와 같은 뜻으로도 쓴다. 사(舍)의 뜻 가운데 움직씨 ‘말다’의 앞줄기인 ‘말-’과 [ㅁ] 소리를 받아적은 ‘음(音)’을 보태 ‘말(舍)+음(音)’, 곧 ‘마름’, ‘말음’, ‘마름’을 적은 셈이다. 그런데 ‘사음대(舍音垈)’를 ‘사음(舍音=마름)’과 ‘대(垈=터)’로 여겨 마름이 살던 땅으로 곧이곧대로 뒤치면서 엉뚱한 유래가 생겨난 듯하다.
‘사음대(舍音垈)’를 달리 ‘사음대(思蔭垈)’라고 썼다는 기록으로 볼 때, ‘사음’이 곧 땅임자를 대신해서 세놓고 땅세를 거두던 ‘마름(사음)’이 아닐 수도 있다. 마음 사(思) 자, 그늘 음(蔭) 자를 쓴 ‘사음’도 ‘마음+음’처럼 되는데, ‘마름, 말음, 마음’과 어금지금한 소리를 적었을 뿐이다. 더욱이 ≪조선지지자료≫(1911)에는 정선군 동면에 ‘舍音垈 마람터’로 나온다. ‘마람’은 애초 ‘마름’을 뜻하는 ‘사음’이 아니라는 반증일 수 있다.
사북읍은 해발고도 700미터가 넘는 곳으로 ‘사음’은 높은 곳을 뜻하는 ‘마루(마라)’를 적은 말이 아닐까. 우리 땅이름에서 ‘마루’는 말, 말랑, 말루, 말우, 마리, 머리, 마니처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땅이 그닥 높지 않아도 평지보다 조금 높으면서 펀펀한 곳을 가리킬 때도 쓴다. 사음대는 말랑(사음,舍音)에 있는 터(대, 垈)라고 해서 말랑터, 마랑터, 마람터라고 했는데 말랑이나 마람, 마랑을 ‘마름’으로 엇듣고 한자로 잘못 적으면서 생겨난 땅이름일 수 있다.
[일러두기] 붉은 색으로 쓴 글자들은 아래아로 썼다.
터앝 집의 울안에 있는 작은 밭.
텃밭 집터에 딸리거나 집 가까이 있는 밭.
따비밭 따비로나 갈 만한 좁은 밭.
마름 1. 이엉을 엮어서 말아 놓은 단. 2. 이엉을 엮어서 말아 놓은 단을 세는 단위.
마름 옷감이나 재목 따위를 치수에 맞도록 재거나 자름. ‘마르다’의 이름씨꼴로 ‘마라다’에서 왔다. 마르는 일을 마름질이라고 한다.
마름 땅임자를 대신해서 땅을 세놓고 땅세를 는 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 ≒사음(舍音).
마름 마름과에 드는 한해살이 물풀이다. 물풀을 뜻하는 ‘말’과 마름에 열리는 열매가 밤과 어슷하다고 해서 ‘밤’을 붙여 지어낸 이름이다. ‘말밤’이 ‘말왐→ 말암→ 마람→ 마름’으로 바뀌었다. ≪훈몽자회≫(1527)에 ‘말왐’, ≪물명고≫(1824)에 ‘마름’으로 나오는데, 강원도말에선 ‘말밤, 말치, 말풀’이라고 한다.
마름모 ‘마름’처럼 생긴 모(옛말: 뫃)라서 붙인 이름이다. 네 변 길이가 같고, 마주 보는 변이 서로 평행하며, 두 대각선이 중점에서 서로 수직으로 만나는 사각형. 예전에는 능형(菱形), 능꼴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