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으로 배우는 배달말(94)
정선읍 여량리에 ‘아우라지’가 있다. 북쪽 오대산에서 흘러온 송천과 남동쪽 검룡소에서 흘러온 골지천이 한데 어우러지는 곳이라서 ‘아우라지’다. 행정구역으로 보면 정선군 여량면과 유천리 사이다. 물줄기는 아우라지부터 조양강이라고 하며 가수리에서 지장천과 만나 동강이 되어 영월로 흘러간 뒤 남한강이 된다.
아우라지로 흘러드는 골지천은 본디 ‘골개’인데 일제가 행정구역을 통폐합하면서 ‘골지천’으로 바뀐다. 뒤엣말 ‘천(川)’은 흐르는 물줄기를 가리키는 말인 줄 알겠는데, ‘골지’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난 말인가. ‘골지’의 ‘지’는 둠지, 아우라지 같은 말에서 보듯 그저 땅이란 뜻을 보태는 뒷가지라고 하겠다. 그래서 골지는 골짜기를, 둠지는 산골짜기를, 아우라지는 두 물줄기가 어우러지는 곳을 말한다. ≪정선 임계면 지명유래≫(임계면, 2011, 267쪽)는 ‘골지천’을 이렇게 말한다.
문래리를 남에서 북으로 가로지르는 하천이다. ‘골지천’이라는 이름은 경술국치 이후 일제가 행정구역을 조정할 무렵 ‘골짜기 마을’이라는 뜻인 ‘골개(골개)’를 ‘골지리(骨只里)’로 바꾸면서 하천 이름을 ‘골지내’로 불렀는데, 이를 한자어로 바꾸면서 ‘骨只川’이 되었다. 발원지의 지명을 따르면 ‘창죽천’이나 옛 문헌에는 ‘죽현천(竹峴川)으로 나와 있다. (가운데 줄임) 국립지리원에서 한강의 발원지를 태백시 창죽동 금대봉 기슭이라고 공인하면서 지금은 검룡소(劍龍沼)를 발원지로 하고 있다. 골지천은 낙천리 미락동에서 임계천과 합류해 반천리와 여량면 봉정리를 거쳐 여량 아우라지에서 송천과 합류해 조양강이라는 이름으로 흐른다.(덧붙임: 골개의 ‘개’는 아래 아(ㆍ)로 씀.)
한편 ≪정선군지≫는 골지천(骨只川)은 이 골지리(骨只里)에서 왔다고 말한다.
구한말까지는 문래리 또는 고계리(高溪 里)로 칭하였는데, 일제강점기에 번역이 잘못되어 골지리가 되었다. 골지는 골짜기의 방언이다. 골짜기 물이 골지리 앞을 지난다고 해서 골지내(骨只川)라 했다. 골지리와 골지천이 지도에 처음 표기된 것은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조선지형도>이다. 현대지도에는 골지천 상류의 이름 이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고지도에는 자세하게 적혀 있다. <대동여지도>를 보면, 태백시에서 발원한 하천을 대박산천(大朴山川, 함백산의 옛 이름)이라 하였고, 댓재에서 발원한 하천을 죽현천(竹峴川)이라 하였으며, 청옥산에서 발원한 하천을 아곡천(阿谷川)이라 하였다.
내가 어디를 어떻게 흐르냐에 따라 갖가지 이름이 생겨난다. 굽이치며 흐르면 굽내, 휘감고 돌아가면 ‘돌내, 두리내’라고 하고, 곧장 흐르면 ‘고내, 버드내’라고 한다. 깊게 흐르면 ‘지프내’, 사이로 흐르면 ‘사이내, 새내, 샅내, 모래내’, 벌판을 흐르면 ‘벌내’라고 하며, 좁게 흐르면 ‘솔내, 졸내’, 가늘게 흐르면 ‘가느내’, 넓게 흐르면 ‘너르내, 한내’라고 한다. 또 두 물줄기가 아우러져 흐르면 ‘아우내’가 된다.
말이 헛길로 샜지만 골지천은 좁다란 골짜기 사이로 흐르는 내라서 ‘골개’라고 했다가 일제강점기에 ‘골지천’이 되어 지금에 이른다. ‘골개’는 좁은 골짜기 사이를 흐르는 개울을 뜻하는 말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골개’만으로는 골짜기 사이를 흐르는 내를 뜻을 나타나지 않는다 여겨 ‘골지내’라고 했고 이 말을 ‘골지천’으로 뒤치지 않았을까 싶다.
참고로, ‘골개’와 관련하여 지역말 ‘골개실’이 있다. 좁은 골짜기에 있으면서 땅심이 좋은 논을 말한다. 표준어로는 ‘고래실’이라고 해서 “바닥이 깊고 물길이 좋아 기름진 논.≒고논, 고답, 고래실논, 구레논, 수답.”으로 뜻매김해놓았는데, 여기엔 ‘골짜기’라는 뜻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우리땅 곳곳에 있는 ‘고래실’이 대체로 골짜기에 있는 마을을 가리키는 말로 볼 때 땅이름에서 ‘고래’는 ‘골짜기’라는 뜻에서 말미암은 말이라고 하겠다.
배달말에서 두 물줄기가 만나는 곳을 가리키는 말로, 아우라지 말고도 여럿이 있다.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에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면서 삐죽하게 튀어나온 곳으로 ‘두물머리’가 있다. 두 물이 하나로 어우러져 새롭게 시작하는 곳이란 뜻이다. 두 물줄기가 만난다고 해서 한자로는 ‘양수(兩水)’라고 한다.
비슷한 땅이름으로 ‘합수머리’가 있다. 두 물이 모아지는 곳이다.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강천리와 점동면 도리,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이 만나는 곳을 가리키는데, 여기서 강원도 횡성에서 시작한 섬강과 오대산, 검룡소에서 시작한 남한강이 여기서 만난다.
경기도 파주시에 ‘교하동’이 있는데, ‘교하’는 사귈 교(交), 물 하(河) 자를 쓴다. 교하의 옛 이름은 ‘어을매(於乙買)’다. 옛 땅이름에서 ‘매(買)’는 흔히 물을 뜻하는데, 어을매는 물이 어우러지는 곳이라고 붙인 이름이다. 이곳에서 한강과 임진강이 어우러진다. 아우라지, 아우내, 두물머리, 합수머리, 양수, 어을매처럼 이름은 다르지만 물줄기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곳이라는 점에서는 모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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