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현 Oct 11. 2021

마이너 리거 이야기

첫 번째; 수행원의 하루 1

벌떡 몸을 일으키며 시계를 본다. 어? 벌써 5시다. 소리 안 내면서도 빠르게 화장실로 달려가 머리까지 감는데 걸리는 시간은 10분이면 족하다. 새벽시간엔 깊이 잠든 아내와 아이들이 깨지 않도록, 소리를 안내는 일이 집에서 내가 하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미션이다.


11월의 새벽 출근, 차가운 운전대가 내 손을 시리게 하지만 꽉 움켜잡고 달려간다. 총장 공관에 도착한 시간은 5시 35분. 속이 텅 비었지만, 선생님이 끓여주시는 커피 한잔이 하품을 몰아낸다. 맛이 일품이다. 관용차를 운전하시는 김 선생님도 잠시 후 도착하셨다. 자 이제 출정 준비 끝. 오늘 하루 일정은 이렇게 시작된다.


5시 55분, 관용차가 투터운 공관 철문을 열고 출발한다. 총장님은 뒷 자석에, 나는 그 앞자리, 김 선생님은 운전석, 이렇게 우리 총장팀은 자리가 정해져 있다. 큰길을 나서니 꽤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서울 시내길을 복잡하다. 5분만 빨랐어도 괜찮았을 것 같았다. 조선호텔을 향하는 김 선생님의 마음이 바쁘다. 나도 계속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다. 룸밀러로 뒤를 살짝 쳐다보니, 총장님은 눈을 감고 계신다. 아! 제시간에 도착을 해야 하는데... 오늘의 호스트는 우리 총장님이 아닌 교육부 장관이다. 7개 대학 총장만 참석하는 자리라서 늦으면 좀 곤란하다. 특히 장관은 이번 정부에서는 실세 중 실세라는 소리를 듣는 막강 파워 장관이기에 마음이 더욱 조급해진다.

드디어 서울역을 지나 남대문이다. 이 코너를 돌아 달리면 조선호텔이다. 미끄러지듯 6시 30분 조찬 일정 5분 전에 딱 맞추어 호텔 현관에 차를 대는 김 선생님이 계셔서 정말 다행이다. 빠르게 호텔 정문을 들어서서 엘리베이터 향한다. 약속 장소인 ㅇㅇ식당엔 이미 도착해 있는  다른 수행원들이 보인다. 식당 직원이 인사를 꾸벅하고 총장님 안내를 시작하면, 우린 이제 수행원끼리의 리그 시작다. 이른바 마이너리그이다.


같은 일을 해서 그런가? 마이너리거들을 만나면 오가는 대화가 즐겁다. 관심도 비슷하고 쓰는 용어도 익숙해서 못 알아듣는 얘기가 없다. 간단한 인사를 끝내고 메뉴를 고르면, 룸 안쪽에서 총장들과 장관의 메이저리그가 벌어지는 그 시간, 바깥에선 우리들의 본격적인 마이너리그 이야기 판이 벌어진다.


아직 밖은 해가 온전히 뜨지 않은 새벽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