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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조음 May 12. 2024

 하~악으로 승부하는 고양이

초파일 말랑이 아빠 특집(본명, 보루)

이 네가지 없는 고양이는 조기교육을 철저하게 배우다 못해 폭망 한 케이스이다.

 말랑이 아빠는 밀림의 왕, 호랑이과 핏줄을 이어받아 요 동네에서 킹왕짱을 먹고 있는 무소불위의 고양이다.

이 고양이가 왕좌에 있는 근 3~4년여 동안 요 동네는 물론 2km 근방의 모든 아깽이들이 하악이 색깔로 바뀌어 세대교체가 일어났다.


같은 털옷을 입은 아깽이들이 바글거려서 서로 내 집, 뉘 집 자식인지 헷갈릴 정도로 하악이 천하가 되었다.


'이곳에 가면 밥은 안 굶는다!'는 소문이 퍼졌는지, 하악이는 우리 사찰, 그것도 내가 생활하는 공간에 어느 날 나타났다.


"너, 누구니? 못 보는 얼굴이네?"


"하~~~ 악."


"그래, 우선 진정하고, 밥부터 먹고 이야기하자."


"하~~~ 악."


 줄기차게 나만 보면 무조건 하악질이다.


좋아도 '하아~~ 악!'

싫어도 '하아~~ 악!'


무조건 '하~~~ 악,'으로 시작해서 '하~~~ 악 '으로 끝난다.


"하~~~ 악." (집사님, 반가워요. 올 때까지 기다렸어요.)

"하~~~ 악." (집사님, 캔이 너무 맛있어요. 더 주세요.)


그래서 나도 하악 이만 보면 나도 모르게 입을 크게 벌려 '하~~~ 악'으로 응수한다.

 서로 입냄새를 작렬하게 풍기며 하악질 난무한 인사를 주고받는다.


"하~~~악"(굿모닝입니다.)

"하~~~악"(오냐~ 굿모닝이다.)

"하~~~악"(밥 주세요.)

"하~~~악"(오냐~기다려라.)


 4년 여가 흐른 지금까지 한결같이 하악질이다.

기껏 잘 먹여서 통통히 살을 찌워, 호랭이로 만들어 놓으면, 어디 가서 쥐어터지고, 다치고, 할퀴어서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다. 왕좌를 지키는 게 참 험난한 모양이다.

사람이나 고양이나 늙고 병들면, 다리부터 살이 빠지는데 하악이 가 그러하다.

천하를 호령하던 호랭이는 어디 가고, 지금은 힘이 빠질 대로 빠져 초라하게 뒷방 신세가 되었다.

한결같은 하악질 성질머리는 늙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제 바야흐로 말랑이가 왕좌를 차지할 날이 도래하고 있다.

집사가 틈나는 대로 왕세자 교육? 을 철저하게 시키고 있는 중이다.

'워낙 이쁜 방울이(말랑이 엄마)의 미모와 애교, 붙임성에다 아빠(하악이)의 용맹스러운 호랭이 왕족의 피가 철철 흐르고 있는 나의 왕세자, 말랑이!

그럼 난, 대왕대비전에 올라 수렴청정이나 하고 있을까나.

나를 기다리고 있는 마초 순정냥

무섭 무섭

왕좌에서 미리 퍼자고 있는 왕세자, 말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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