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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조음 May 19. 2024

나는 고양이를 사랑한다

고양이 신라를 업어 키운 15년이 되었다.

다른 지인들이 자식자랑, 손주자랑 할 때

나는 우리 신라 자랑을 한다.

멋모르는 사람들은 자식 이름으로 착각하여 참 이쁘게 지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한참 듣다가, 털이 어쩌고, 사료가 어쩐다는 말을 들을 때야 비로소 고양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실소를 금치 못한다.

내 입에서 우리 신라, 우리 신라, 노래를 부르니 그럴 수밖에 없다.


모임의 총무를 오래도록  맡고 있어서

  오전 일찍 공지사항을 전달하곤 한다. 짧은 공지사항이  밋밋해서  들꽃이나 풍경사진을  곁들여서 밴드에 올리곤 했다.

우리 신라 자랑을 하고 싶어서  신라 사진을 계속 공지사항과 덧붙여  마구마구 올렸다.

아무 말이 없길래 다들 고양이를 좋아하는가 보다 생각했다. 

그렇게 일 년 정도 고양이 사진을 올렸을 것이다.

나이 지긋한 지인께서 항의성 문자를 길게 보내왔다.  

나름 예의를 갖추며 보내온  글이었다.


 짧게 요약하면

총무님이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해서 누구나 좋아하는 것은 아니니, 고양이 사진은 혼자만 즐겼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자기가 혐오하는 고양이 사진이 계속 올라오다 보니 아침부터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을 덧붙이며 총무님을 무척 좋아하고 신뢰하는데 고양이만큼은 좋아할 수가 없으니 자신의 입장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십사 하는 내용이었다.


그 문자를 읽고서

당연히 무안해서 얼굴이 빨개진 것은 사실이다.


강아지. 고양이, 토끼,  파충류, 조류... 누구나 자기 취향대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자유의지이다. 그러나 나처럼

내가 좋아하니 다른 사람들도 다 좋아하겠지, 하는 생각은 이기적이고 독단적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같이  공유하고 싶어서 올린 건데  생각이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그때 깨닫고서 아차 싶었다.


밴드인원 30명 중에서 29명이 고양이를 좋아하고 그 지인만이 싫어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거꾸로 소수 몇 사람만 고양이를 좋아하고 나머지 인원은 싫어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 뒤로부터는 모임공지나 다른 지인들에게 고양이 자랑을 멈추었다.

내 폰에만 저장해두고 있으려니  입이 간질간질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그래서 매주 주말에 속 시원하게 브런치에서나마 자랑자랑 고양이 자랑을 한다. 

자랑할 곳은 브런치밖에 없다.

그 옛날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외쳤던 두건장인처럼 오늘 나는 브런치 대나무 숲에서 손나팔을 하고서 크게 외친다.

"나는, 고양이를 싸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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