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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조음 May 26. 2024

꽃은 피고 호두는 여물어간다

반전? 있는 우리 고양이 말랑이를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난다. 그냥 말랑이가 좋아서 웃는다기보다는 새어 나온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나름 멀쩡하게 생긴 집사가 실실 웃음을 흘리는 이유는 무얼까?

다시 돌이켜 간단하게 설명해 보자면

<2024 미스코리아 냥 선발대회> 본선에 나가기 직전,  말랑이에게 아주 아주 치명적인 결격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미 집사가  심사위원들을 '싸바싸바'로 매수해 놓고, 역대 미스코리아 공식지정 '앙드레 캣'드레스까지 예약해 두었다. 수상 소감까지 미리 연습해 두었는데, 수영복 심사 직전 스스로 사퇴를 하고 말았다.

 여왕의 왕관을 벗어야 할 정도로 중대한 신체적 결함?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뒤로부터 말랑이만 보면 실실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이다.

전엔 아무렇지 않게 말랑이를 바라보았는데 지금은 아니다. 말랑이 뒤태를 유심히 바라본다는 것이다. 변태집사가 따로없다.

 

낮에는는 말랑이, 방울이, 하악이...

집에서는 신라.고양이 수발에 무수리 집사는 허리가 휜다.

그러다보니 말랑이는 자연 속에 함께 하는 사진이 많다. 신라는 앉아있거나 누워있는 사진이 전부여서 얼굴 위주로 많이 찍는다.

 반면 사찰 주변에서 놀고 있는 말랑이는 얼굴 사진 찍기가 힘들다.

집사 주위를 빙빙 돌며 픽픽 쓰러지고, 부비부비 하느라 정신 사납다.  뚜렷한 이목구비를 촬영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말랑이가 여자 친구에게 차였는지, 시무룩하게 풀밭에 누워있다. 일을 하다 말고 밖으로 나간다. 내 새끼 기죽는건 못참는다.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말랑이는 달려온다. 바로 또 내 신발에 부비부비하느라 사진을 통 찍을 수 없다.

 마침 꽃들이 피어 있어 숨바꼭질 하듯 빠르게 사진을 찍었다.

내가  멀찍이 달아나며  폰을 들이대면

말랑이는 자꾸 가까이 다가오려 한다.

이렇게 꽃밭을 사이에 두고 서로 날 잡아봐라~~ 하면서 말랑이랑 사진을 찍으며 놀았다.

지나던 관광객이 우리의 모습을 촬영하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미스코리아 냥 선발대회 여왕후보자' 답게 미모가 받쳐주니 저절로 찰칵찰칵 눌러진다.

배경이 좋으니 누르는 데로 인생 샷이다.

지금은 천방지축 세상모르고 집사 옆에서 발라당을 하며 부비부비하며 놀고 있지만

여름쯤이 다가오면 수컷 야생 길냥이의 험난한 여정이 시작될 것이다.

그러면 내 옆을 스쳐 지나간 숱한 고양이들처럼, 말랑이도 집사 곁을 떠나겠지.

아직 내 옆에 있을 때 사진으로나마 많이 남겨두려 한다.


내 폰에는 아직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저장되어 있다.

촐라, 물이, 코점이...

집사로 하여금  회한의 눈물과 참회의 108배를 올리게 했던 고양이들.

지금쯤은 고양이 별에서 냐옹거리며 잘 살고 있겠지.


그들의 이야기는  신라, 말랑이, 방울이, 하악이... 이야기를 하느라 늘 순위에서 밀려난다.

신라, 말랑이 글과 사진으로도 고 넘친다.

솔직히 그들의 이야기를 쓰는 날이 영영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꽃을 사이에 두고  숨바꼭질을 하면서 자꾸 집사는 뒤태를 찍으려 한다.

뒤태를 찍으려 하면 자꾸 꼬리로 감추거나 누워버려서 계속 실패한다.

 뒤태만을 찍으려는 집사와 숨기려는 말랑이와의 한판승부!

백장 정도 찍었다가 간신히 몇 장 건졌다.


꽃은 피고 호두는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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