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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이 Aug 27. 2024

[필름사진:공간] 삶에서 대문의 의미는 있을까

어제를 동여맨 편지_건축에 대한 생각

나는 아직까지 나의 대문을 가진 집에 산 경험이 없었다.


대문에 대한 나의 생각이 조금 특별해진 계기는 두 가지의 질문이 생기고부터이다.

1. 나라가 달라도 사람이 사는 건 다 비슷한 모습인데 

왜 여행지에 가면 남이 어떻게 사는지가 궁금한지, 대문을 보면 감상에 젖어드는지.

2. 내가 찍은 필름, 폰카메라, 디카 사진들에서는 

왜 종종 특별한 순간이 아니었는데 남의 집 문 앞 사진이 있는지.


우리 세대즈음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우리집만의 대문을 가지는 것은 더 이상 흔한 일이 아니다. 아파트에 살기 전에는 1층에 상가가 있는 근생건물의 3층에 살았고, 아파트에 살고부터는 더더욱 대문이라는 인식이 흐려졌다. 

그러다 보니 대문을 가진 집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보이는 풍경들이 나에게는 특별한 풍경이 되었다. 이런 생각의 연장으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대문을 꾸미는 이들의 삶이 한편으로는 좋아 보였다.

자기를 표현한다는 것은 외향인 내향인 할 것 없이 인간의 본능의 영역인 것 같다. 여러 사람 앞에 나서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끄럽고 쑥스러워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은 아니다. 카카오톡 프사를 주기적으로 바꾸는 것, 인스타에 피드와 스토리를 올리는 것,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옷을 입고 나가는 것 모두 자신을 드러내는 다양한 차원의 액션이다.


일본의 길을 걸을 때 아기자기하게 자기 방식대로 꾸민 대문을 보며 든 생각은, 대문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도 그 집에 사는 사람을 드러내는 방식 중 하나라는 것이 강하게 느껴졌다. 6인치 화면 안에서 드러내는 것보다 더 적극적이고 더 재미있는 표현의 영역처럼 보였다.

 그런 생각의 연장에서, 대문이 없는 아파트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은 자기표현의 공간이 하나 줄어든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엘리베이터에 내려 집으로 들어가기까지 홀은 집으로 들어가는 즐거운 공간이 아니라 집에 들어가기 부피가 큰 물건들, 대표적으로 유모차, 큰 박스, 생수 등이 쌓인 공간일 뿐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 집 앞에서 보여지는 나의 아이덴티티가 없는 공간이다.

 다른 나라의 골목을 걸을 때와 우리 나리의 골목을 걸을 때, 물의 형태가 아니라 삶의 모습이 뭔가 본질적으로 다른 것처럼 느껴지는 적이 많았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주민들이 대문과 그 주변으로 각자 자신만의 마이크로 플레이스를 꾸미고 그것이 모여 골목의 아기자기한 경관을 형성하였는데, 우리나라에선 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 그런 것 같았다.



대학원 시절 나는 건축학과에서 중국의 사회주의 시절 형성된 일률화된 노동자 공동주택에서 사람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그 공간을 자신의 공간으로 점유해 나가는지 사회학적인 관점을 곁들인 공간이론에 대한 논문을 썼다.논문을 위한 연구와 조사를 하며 재미있던 점은, 거주민들이 조그만 틈만 있으면 대문 주변의 공간이든 창문이든 간에 공동주택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마이크로 플레이스를 만드는 점이었다. 이러한 재밌는 변주들이 가능했던 것은 우리나라보다는 조금 많이 느슨하게 관리되는 중국의 오랜 공동주택 시스템 때문이기도 했다.

대문은 누군가를 맞이하고 기다리는 공간이자 문의 주인인 내가 없더라도 이 집에 사는 사람이 누군지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얼굴이다. 그리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대문 중에서 나는 아직 한 번도 삭막하고 차갑다고 느낀 적은 없다. 지나가는 행인 1인 나에게 집주인을 대신해서 길가에서 인사해 주는 따뜻한 인류애만 뜬금없이 느낀 적이 많았을 뿐이다.

그렇다고 내가 편리함의 끝인 아파트를 벗어나 살 생각은 당분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가지지 못한 공간에 대한 부러움, 느껴보지 못한 대문 꾸미기의 즐거움을 

나는 앞으로도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아쉬움은 항상 가지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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