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함께 한 목소리를 낼 때 우리는 상상 이상으로 엄청나게 큰 소리를 낼 수 있어."
이 영화는 시작하며 어떠한 문구를 내비친다.
<앞으로의 이야기 중 일부는 사실입니다.>
<적어도 중요한 부분은 그렇습니다.>
나는 이 이야기의 어떤 중요한 부분이 사실일까 하고 흥미롭게 바라보게 된다. 저명한 탐정 셜록 홈즈의 여동생 에놀라 홈즈는 오빠의 이름에 가려졌지만 특유의 재치와 뛰어난 추리력을 가지고 있다.
1편을 봤기에 이 영화를 보는 우리는 알고 있지만, 작중 에놀라에 대한 시선은 전혀 곱지 않다. 그녀는 힘없는 어린 여자이자 '그' 셜록 홈즈의 여동생일 뿐이다.
허나 거기에 좌절하기에 에놀라는 호승심을 갖고 있다. 세상이 자신을 외면할지언정 결코 거기에 굴복하려 하지 않는다.
에놀라는 자신의 첫 의뢰인인 베시로 인해 세라의 실종을 찾아 나가기 시작한다. 과정에서 에놀라는 기지를 발휘하고, 위협을 받으며 단서들을 찾아 나간다. 가장 나의 가슴을 흔드는 점은 에놀라는 급박한 위기에서도 좌절하지 않는다는 거다. 에놀라는 포기라곤 모르는 사람인 양 어떻게든 헤쳐 나가려 한다.
최악의 상황에서, 엄마 유도리아와 이디스는 에놀라를 구하러 온다.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에놀라의 가장 큰 스승인 엄마는 또 한 번 그녀에게 무언가를 깨닫게 한다.
여럿이 함께 한 목소리를 낼 때 우리는 상상 이상으로 엄청나게 큰 소리를 낼 수 있어.
네 아군을 만들어, 에놀라.
그 말을 들은 에놀라는 제 친구인 튜크스베리를 찾아간다. 두 사람은 화장실 안에서 엉망진창으로 춤을 췄던 것처럼 감정을 꺼내어 나누고 마주 보며 웃는다. 어리고 맑은 사랑이 둘 사이로 피어오른다.
에놀라는 세라 채프먼을 드디어 맞닥뜨린다. 무수한 용기로 성냥공장의 희생자들을 기리고 동료들을 지켜 내려던 세라를.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세라 채프먼이라는 인물이 실존한다는 거다. 세라는 실제로 여성의 사회운동을 이끌었고, 성냥 공장에 맞서 싸웠다. 세라의 용기의 불꽃은 이내 파도가 되어 넘실거렸고 그녀 덕분에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었다.
정말로 적어도 중요한 부분은 사실인 것이다.
이 영화에는 투쟁하는 여성들이 나온다. 각기 다른 이유로 각자의 자리에서 차별과 억압에 대항하고 목소리를 낸다. 그것은 성냥불처럼 작디작은 불꽃으로 시작되지만 이내 서로의 손을 잡고 몸집을 불린다.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게.
영화 속 에놀라는 제 4의 벽을 넘어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말을 걸고, 때로는 상황을 설명하기도 한다. help me. 라고 난처한 얼굴을 할 때에는 영락없는 틴에이저라 난 저항 없이 미소를 짓고야 말았다.
꿈을 꾸는 아이들은 소중하다. 이 영화를 보고 자랄 무수히 많은 여자아이들이, 조금 더 힘을 냈으면 좋겠다. 맞서 싸우는 것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 에놀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