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여름에 내가 닿을게 에세이
이별은 때론 안타깝고, 또 허망하다. 오늘 하루는 반복되지 않고, 이 순간도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매 순간순간을 소중히 하며 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두번째 기회를 바랐던 순간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나은에게는 아이들을 구하러 간 수빈을 잡지 못해 그저 떠나보냈던, 그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 나은은 수빈을 잃은 상처로 오랜 시간 고통받았다. 그런 나은에게 신은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었다. 그녀가 사랑했고, 그녀의 친구들이 사랑했고, 소소리 마을이 사랑했던 그를 되살릴 기회 말이다.
나은은 반복되는 꿈에서 수빈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가 처음으로 그 꿈을 꾸었을 땐, 그저 바다로 가는 수빈을 잡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바다에 있던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걱정했고, 몰래 은호와 도희를 쫓아다녔다. 현실에서 그들을 만난 후에, 그녀는 더욱 확신했을 것이다. 그 아이들에게서 절대 미래를 빼앗을 수 없다고. 그 이후로 그녀는 수빈과 은호, 도희를 모두 살리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하지만 과거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바다에 나타나는 지점은 매번 달랐고, 꿈이 끝나기 직전에만 나타나 결국 수빈은 아이들을 구하러 바다로 떠났다. 나은은 이대로 수빈을 떠나 보내면 영영 보지 못할 걸 알면서도, 그동안 그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알면서도, 바다로 떠나는 수빈을 잡지 못했다.
그 꿈 속에서, 나은은 다른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 다신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수빈을 만났다는 것에 감사하며, 과거의 일상을 느꼈을 수도 있고, 아이들과는 상관없이 수빈을 그저 붙잡아서 되살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모두를 구하는 선택을 했다.
나는 나은의 선택이 무엇이었든지 나무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긴긴밤, 돌이킬 수 없는 한순간을 떠올리며 고통받았을 이의 선택을, 그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결국 모두를 살리는 결정을 한 나은의 선택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은호와 도희가 그들의 은인인 수빈의 존재를 잊고, 감사히 받은 새 삶을 학교와 학원, 집을 오가며 그저 무료하게 살 뿐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조차, 그녀는 그들에게 미래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또한 수빈, 은호, 도희를 모두 살리겠다는 나은의 선택은 결국 그녀 자신 또한 살려냈다. 과거에 갇혀 제자리에 맴돌던 나은은 이 선택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나은은 고향에 더 자주 방문했고, 옛 친구들과 다시 만났으며, 미소를 되찾았다. 도희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고, 은호는 일상에서 작은 즐거움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을 소중히 하고 있다.
어쩌면 신은 그녀에게 과거를 바꿀 기회가 아닌, 미래를 바꿀 기회를 준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