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끝나기 전에
201x 년 8월, 우리 밴드부는 가을에 있을 대학교 축제 공연 준비를 한참 하곤 했다.
콘크리트 벽을 통해 달궈진 여름철의 뙤약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청해관 11층 밴드 연습실, 그곳엔 열정도 열기도 청춘도 함께 하는 공간이었다.
밴드부는 늘 합주가 끝나면 회식을 하곤 했다. 각자의 악기를 들고 담쟁이덩굴이 뒤덮은 돌담벼락을 지났고, 나선 같은 계단길을 투레질하듯 내려갔다.
학교 앞 골목의 솥뚜껑 삼겹살집에서 뒤풀이 회식은 또 다른 합주였었다.
'선배 한잔 받으세요'
'내일은 사비 부분 한번 다시 맞춰보자, 그 부분 조금 뭉개진다'
'우리 공연 곡 순서 바꾸는 건 어때요?'
이야기가 섞이고 술잔이 섞인다.
늘 마지막까지 회식 자리에 남아있던 사람은 둘이었다. 학교 앞에서 자취하는 나, 그리고 부회장이었던 너
넌 재잘거리는 게 자기 자리의 역할이고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라며, 말이 많지 않았던 내 옆에서 항상 스피커 역할을 해주었다.
오늘은 합주가 힘들었을까, 얼마 남지 않은 공연이 걱정되어서 그럴까, 오늘따라 대화가 좀처럼 끊기는 느낌이다.
회식비는 조금 넘치게 나왔지만 이 정도는 내 청춘과 열정에 대한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버스는 끊긴 지 오래다. 여대 앞의 너의 자취방은 지금 시간에 걸어가기엔 너무 멀고 어두운 동네였다.
"택시 잡아줄게, 콜 부르면 금방 올 거야"
"선배.. 괜찮아"
너는 눈을 마주치지 않고 작게 중얼거렸다.
주황색 가로등 불빛이 네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왜.., 그러니까 애들 갈 때 가지 그랬어 밤늦게 위험해"
내 말은 걱정이라기보단 핑계에 가까웠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네가 발끝으로 작은 돌멩이를 툭툭 굴리며 말했다.
"선배, 라면 먹고 가도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