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 텔리에(LA MAISON TELLIER)

모파상 중단편전집01 - 메종 텔리에 01

by 이닮

1

사람들은 매일 밤 열한 시가 되면 카페에라도 가듯이 그냥(simplement. 단순하게, 소박하게, 격식 없이, 솔직하게, 쉽게 등으로도 번역할 수 있는 이 부사는 전체 이야기에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전통적인 행동 규칙을 위반하는 것을 단순하게 만든다. 디드로(Diderot)와 마찬가지로 그는 도덕적 관념이 포함되지 않는 행위에 도덕적 관념을 부여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역자 주) 그곳에 갔다.

그곳에서 합류하는 것은 여섯 명에서 여덟 명, 늘 똑같은 면면이었다. 그것도 흥청망청 흥청거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마을의 명사나 상인이나 젊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샤르트뢰즈(chartreuse. 샤르트르 수도회에서 만드는 약초 술-역자 주)를 마시며 여자들을 가볍게 희롱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점찍어 둔 마담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고는 잠을 자려고 열두 시 전에는 집으로 돌아갔다. 가끔은 젊은 사람들이 남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곳은 노란색 페인트칠을 한 작고 친근한 집으로, 생테티엔(Saint-Étienne. 페캄(Fécamp)에 있는 교회. 건물 뒤 모퉁이에서 1837년과 1865년 사이에 설비가 재건된 부두의 다양한 분지를 볼 수 있다-역자 주) 뒷골목 모퉁이에 있었다. 창문으로는 한창 하역 중인 선박으로 가득 찬 부두가 보였고 ‘저수지(la Retenue)’라고 불리는 드넓은 염전이 보이는가 하면 그 뒤로는 회색의 오래된 예배당과 함께 동정녀(Vierge)의 해안도 보였다.

뢰르(l’Eure)의 상당한 소작농 집안 출신인 마담은 마치 재봉사나 아마포 관리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지금의 장사를 인수했다. 매음이라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도회지에서는 그토록 폭력적이고 뿌리 깊은 편견도 이곳 노르망디의 시골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농부들은 이렇게 말한다. “거, 좋은 장사 아이가.” 그래서 농부들은 여학교 기숙사의 감독이라도 시키는 심경으로 자신의 아이를 도회지로 보내 청루(靑樓)를 경영하게 한다.

게다가 이 집은 전 소유자인 노부부에게서 유산으로 양도받은 것이다. 이전에 이베토(Yvetot) 근처의 여관 주인이었던 무슈와 마담은 페캄(Fécamp)의 장사가 유리하다고 판단하자 바로 여관을 정리하고, 운영하는 사람이 없어 기울어진 사업을 만회하려고 어느 화창한 아침 이곳으로 온 것이다.

부부는 모두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단숨에 종업원들과 이웃들에게 사랑받게 되었다.

무슈는 2년 후 뇌졸중으로 죽었다. 움직일 일이 없는 새로운 직업 때문에 그는 지나치게 살이 쪄 건강을 잃고 말았다.

마담이 과부가 되자 놀러 오는 단골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 헛된 꿈을 꾸었지만 유혹할수록 그녀는 더욱 견고해졌다고 한다. 같은 집에서 자고 깨는 여자들조차도 아무 냄새를 맡지 못했다.

그녀는 키가 크고 다부지고 애교가 있는 여자였다. 언제나 문을 꼭 닫고 있어 집 안으로는 해가 들지 않았기 때문에 안색은 창백했지만 그래도 얼굴은 마치 기름칠이나 한 듯 반들반들했다. 손질을 해 곱실거리는 가느다란 앞머리가 이마에 드리워져 있는 그녀의 모습은 그 성숙한 자태와는 어울리지 않게 완전히 숫된 분위기를 자아냈다. 언제나 변함없는 명랑함으로 상냥한 얼굴을 하고 농담하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녀의 새로운 장사도 아직 지우지 못한 신중함도 가지고 있었다. 난폭한 말은 지금도 조금은 그녀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가끔 불량배들이 자기가 운영하는 집을 노골적인 이름으로 부르기라도 하면 기를 쓰고 화를 내는 그녀였다. 요컨대 그녀는, 고아한 영혼을 가진 사람인 것이다. 그리고 같이 일하는 여자들을 친구처럼 대하고는 있다지만, 종종 그녀는 “마, 같은 바구니가 아이가.” 하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렇지만 때때로 그녀는 주중에 마차를 빌려 같이 일하는 분대를 이끌고 소풍을 가기도 했다. 그리고 발몽(Valmont. 페캄 서쪽으로 발몽 강이 쾌적한 계곡을 통해 흐른다. 발몽은 모파상의 필명 중 하나이다-역자 주)의 깊은 계곡을 흐르는 작은 강 언덕으로 가 풀밭에서 놀다가 왔다. 그것은 기숙사를 빠져나온 여학생들의 일탈이자 미친 듯한 달음질이고 어린아이의 유치한 장난이고 야외에 도취한 새장 속 새들의 환희였다. 풀밭에 앉아 햄과 소시지를 먹고 능금주를 마셨다. 그리고 저물녘이면 집으로 돌아갔다. 몸은 기분 좋은 피로감으로, 마음은 달콤한 감동으로 가득 차 있었다. 돌아가는 마차 안에서는 모두 앞다투어 마담에게 키스하려 했다. 관대하고 친절한, 아주 좋은 어머니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집에는 출입구가 두 개 있었다. 마을 귀퉁이를 향해 있는 쪽은 일종의 애매한 카페로, 야간에 하층민이나 선원들을 상대로 하고 있었다. 이 카페에서는 이 집의 독특한 장사를 담당하는 여자 중 두 명이 전속되어 손님의 요구를 들어주고 있었다. 그 외에 프레데릭(Frédéric)이라는 소처럼 힘이 세고 수염이 없고 금발의 웨이터가 있었다. 그녀들은 그의 손을 빌려 반 리터들이 포도주잔과 1리터들이 맥주병을 구불구불한 대리석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손님의 목에 양팔을 두르고 무릎 위에 걸터앉아 끊임없이 술을 권했다.

다른 세 명의 여자는 (전부 해서 다섯 명밖에 없었다) 일종의 귀족계급을 형성하고 있어, 아래층에서 필요로 할 때나 2층에 손님이 없을 때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2층에 전속되어 있었다.

이 마을의 부르주아들이 모이는 이 주피터의 공간에는 사방 벽에 파란 벽지를 빙 둘러 발라놓았고, 레다(Léda.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스파르타의 왕비. 목욕하다가 백조로 변한 제우스와 정을 통해 알 두 개를 낳았는데, 한 알에서는 카스토르와 폴리데우케스가, 다른 알에서는 헬레네가 나왔다고 한다-역자 주)가 백조를 안고 자고 있는 큰 폭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이 방에 오려면 회전계단을 오르기만 하면 되었다. 이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사람들이 왕래하는 거리가 나왔다. 전혀 티가 나지 않고 보잘것없는 문으로 통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나무 문 위의 격자 뒤에 작은 등불이 밤새 켜져 있었다. 지금도 어느 마을에 가면 벽면에 박아 넣은 마리아상의 발아래 함께하는 그 신등(神燈)이다.

축축하고 오래된 집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났다. 가끔 복도에서 오드콜로뉴(eau du Cologne. 화장수-역자 주) 냄새가 나는 적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아래층의 반쯤 열린 문에서 집을 폭발시킬 것만 같은, 천둥 같은 외침이 들리기도 했다. 1층 테이블에 앉은 남자들이 2층의 부르주아들을 비난하는 소리였다.

2층의 손님들과는 친구처럼 흉허물 없이 지내는 마담은 결코 자리를 떠나려 하지 않고 그들이 들려주는 마을의 소문에 재미있어했다. 그녀와의 진지한 대화는 세 여자가 하는 분별없는 말 뒤의 청량제 같은 것이었다. 또 어쨌든 매일 밤 찾아와서는 접대부와 술 한 잔을 마시는, 틀림없이 인색한 놀이로 기분이 좋아지는 이들 배불뚝이가 나누는 음탕한 농담들 속에서는 일종의 휴식 같은 것이었다.

2층의 세 여자는 페르난드(Fernande), 라파엘(Raphaël), 그리고 ‘고약한(Rosse)’ 로자(Rosa)였다.

고용할 수 있는 사람 수에는 제한이 있어 그녀들의 면면은 각각 여성 유형의 견본이자 요약이 되도록 신경을 썼다. 어떤 손님이라도 자기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자를, 적어도 그에 가까운 여자를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페르난드는 ‘금발미인’을 대표했다. 키가 아주 크고 조금은 너무 뚱뚱하고 피부가 늘어진 시골 출신의 여자로, 얼굴의 주근깨는 아무리 손을 써도 전혀 없어지지 않았다. 색이 옅은, 오히려 색이 없다고 할 수 있는 빈약한 머리카락은 끝이 갈라지고 흐트러져 빗질한 대마처럼 머리를 덮고 있었다.

마르세유 출신인 라파엘은 항구로 흘러든 여자로 ‘유대 미인’이라는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담당했다. 야윈 여자로, 튀어나온 광대뼈는 빨갛게 칠하고 소의 골수로 윤기를 낸 새까만 머리카락은 관자놀이 위에서 갈고리 모양을 만들었다. 눈은 분명히 아름다웠을 것 같지만 아쉽게도 오른쪽 각막 백반에 일직선으로 금이 가 있었다. 위쪽에 새로 해 넣은 이빨 두 개가 아래쪽의 오래된 나무처럼 검푸르게 얼룩진 이빨과 함께 있고 눈에 거슬리는 각진 턱 위로 활처럼 휜 코가 드리워져 있었다.

‘고약한’ 로자는 통통하게 살이 쪄 전체가 배만으로 되어 있는 것 같은 여자로, 거기에 아주 작은 다리가 달려있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쉰 목소리로 외설스러운 노래와 감상적인 노래를 번갈아 가며 부르고 시시한 이야기를 끝도 없이 했댔다. 그녀가 말하지 않는 것은 먹기 위해서였고 먹지 않는 것은 말하기 위해서였다. 뚱뚱하고 다리가 짧으면서도 다람쥐처럼 날렵했다. 게다가 웃음소리는 새된 쇳소리로 마치 폭포수처럼 끊임없이, 여기에서도 저기에서도 방안에서도 다락방에서도 카페에서도, 모든 장소에서 별것도 아닌 일로 터져 나왔다.

1층에 있는 두 여자는 ‘닳고 닳은 여자(Cocote)’라는 별명을 가진 루이즈(Louise)와 다리를 조금 절어 ‘그네(Balançoire)’라고 불리는 플로라(Flora)였다. 루이즈는 자유의 여신처럼 항상 삼색 띠를 두르고 있었다. 플로라는 스페인 여자를 자처해 머리에 옛 베네치아 금화장식을 단 건 좋은데, 절름거리며 걸을 때마다 그 금화장식이 빨강 머리 안에서 찰랑찰랑 춤추고 있었다. 무엇보다 두 사람 모두 카니발에서 여벌 옷을 입은 부엌데기 같았다. 어디에 가든 흔히 있는 천민 여자, 그 이상으로 못생긴 것도 아니고 그 이상으로 예쁜 것도 아닌 바로 여관의 하녀였다. 항구에서는 그녀들을 두 대의 펌프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있었다.

서로 질투는 하고 있지만 좀처럼 폭발한 일이 없는 평화가 어쨌든 이 다섯 여자 사이에 머물러 있었다. 그것도 모두 마담의 회유책과 언제나 변함없는 명랑함 덕분이었다.

이 작은 마을에 이런 집은 하나밖에 없어서 언제나 손님은 끊이지 않았다. 마담은 이 집에 어울리는 장식을 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고, 스스로는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친절했다. 그녀는 정이 많기로 유명해, 사람들은 일종의 존경심을 가지고 그녀를 대할 정도였다. 단골들은 그녀를 위해 돈을 썼고 그녀가 특별한 우정이라도 표시하면 우쭐했다. 그리고 낮에 그들이 업무상의 일로 얼굴을 마주하기라도 하면 서로 말하는 것이었다. “그라믄, 오늘 밤 거그서.” 그것은 꼭 “그럼 또, 카페에서, 저녁 먹고 나서.”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요컨대 메종 텔리에는 만남의 장소였다. 매일 하는 회합에 누구 한 명이라도 빠지는 일을 좀처럼 없었다.

하지만 5월도 끝나갈 무렵의 어느 날 밤, 가장 먼저 온 목재상이자 전 촌장인 풀레(Poulin) 씨가 나무 문이 닫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격자 뒤의 작은 등불도 꺼져있었다. 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문을 두드려 보았다. 처음에는 약하게, 다음에는 더 힘을 줘서 두드렸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는 어슬렁어슬렁 거리를 거슬러 올라가 시장 광장까지 갔다. 그곳에서 그는 역시 같은 목적지로 가던 선주인 뒤베르(Duvert) 씨와 딱 마주쳤다. 둘이 같이 돌아가 보았지만 역시 똑같았다. 그때 갑자기 가까이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집을 빙 돌아서 가보니 영국 선원과 프랑스 선원들이 한 무리가 되어 카페의 닫힌 덧문을 주먹으로 두드리고 있었다.

두 부르주아는 휩쓸리지 않으려고 바로 도망치려 했지만 “어이, 어이”하는 작은 목소리가 그들을 불러 세웠다. 생선 염장 업자인 투르네보(Tournevau) 씨가 두 사람을 알아보고 말을 건 것이다. 두 사람이 일의 전말을 이야기해 주니 생선 염장 업자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결혼도 했고 아이들도 있고 게다가 감시가 엄중해 토요일밖에 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친구인 보르드(Borde) 박사에게 정기검진에 대해 들은 그는 위생 정책 조치를 고려해 토요일을 ‘안전한 날’이라고 불렀다.(유흥업소 거주자들은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야 했다-역자 주) 마침 오늘 밤이 그날 밤이었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박탈당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었다.

세 사람은 크게 방향을 전환해 부둣가까지 가보기로 했지만, 도중에 은행가의 아들인 젊은 필립(Philippe)과 세금 징수원인 팜페스(Pimpesse) 씨를 만났다. 그래서 모두 함께 ‘유대인’ 거리를 지나 돌아가서 마지막으로 시도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격앙된 선원들이 집을 둘러싸고 돌을 던지며 울부짖고 있었다. 다섯 명의 2층 손님은 바로 물러나 하릴없이 마을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또 보험 대리점의 뒤퓌(Dupuis) 씨와 상업재판소 판사인 바세(Vasse) 씨를 만났다. 그리고 긴 산책이 시작되었는데, 먼저 부두로 갔다. 그들은 화강암 흉벽에 일렬로 나란히 앉아 파도가 부서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파도 마루 위에 생기는 하얀 거품은 어둠 속에서 하얗게 빛나는가 싶더니 바로 사라져 버렸다. 바위에 부딪히는 바다의 단조로운 소리는 밤의 어둠 속에서 벼랑을 따라 끝도 없이 이어졌다. 이들은 한동안 그곳에서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러다 투르네보 씨가 심정을 토로했다. “이건 아이다.” 그러자 “진짜로 아이다.” 하고 팜페스 씨가 맞장구를 쳤다.

언덕 아래를 지나는 ‘숲의 그늘(Sous-le-bois)’(이곳은 모파상 어머니의 집이 있던 곳이다. 작가의 출생지로 추정되는 곳 중 하나이기도 하다-역자 주)이라고 불리는 길을 따라 걸으며 ‘저수지’의 판자 다리를 건너고 철길 옆을 지나 다시 시장 광장으로 나왔을 때였다. 어이없게도 식용 버섯 때문에 세금 징수원인 팜페스 씨와 생선 염장 업자인 투르네보 씨 사이에서 갑자기 싸움이 일어났다. 둘 중 누군가가 그 버섯을 이 근처에서 발견했다고 흰소리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마음이 울적해 신경이 날카로워졌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팜페스 씨는 격노해서 돌아가 버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전 촌장 풀레 씨와 보험 대리점의 뒤퓌 씨 사이에 세금 징수원의 급여와 그가 창출할 수 있는 혜택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쌍방이 한창 모욕적인 말들을 퍼붓고 있는데 무시무시한 고함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닫힌 집 앞에서 기다리다 지친 선원들이 우르르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두 사람씩 팔짱을 끼고 긴 행렬을 이루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이었다. 부르주아들은 어느 문 아래에 숨어 있었고 울부짖는 무리는 수도원(l’abbaye. 페캄 언어에서 이 단어는 수도원 단지의 유일한 흔적 또는 수도원 교회를 나타낸다. 메종 텔리에에서 생테티엔을 통해 갈 수 있다-역자 주) 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오랫동안 폭풍이 멀리 사라져 가듯이, 소음은 끊어질 듯 말듯 들려 왔지만, 마침내 다시 원래의 침묵이 회복되었다.

서로에게 분노한 풀레 씨와 뒤퓌 씨는 인사도 하지 않고 제각기 자기가 갈 곳으로 가버렸다.

남은 네 명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발길은 메종 텔리에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건물은 역시 닫혀 있어, 소리도 없고 반응도 없었다. 침착하고 고집스러운 취객 한 명이 카페 문을 가볍게 두드리고는 기다렸다가 이번에는 낮은 목소리로 프레데릭을 불렀다. 아무 대답이 없는 것을 보고 그는 죽을 각오로 문 앞의 돌계단에 앉아 결과를 기다리기로 한 것 같았다.

부르주아들이 돌아가려 하고 있을 때 그 시끄러운 선원들의 무리가 거리 끝에 나타났다. 프랑스 선원들은 ‘마르세예즈(Marseillaise)’를, 영국 선원들은 ‘라데 브리타니아(Rade Britannia)’를 각각 뚝배기 깨지는 목소리로 노래했다. 벽을 향해 일제히 돌진이 감행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이 짐승들의 무리가 부두 쪽으로 밀고 가 여기에서 이들 두 나라의 선원들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 버렸다. 이 싸움으로 영국인 한 명의 팔이 부러지고 프랑스인 한 명의 코가 깨졌다.

좀 전의 취객은 여전히 문 앞에 앉아있었지만, 이번에는 비위가 거슬린 아이들이 우는 것처럼 엉엉 울고 있었다.

부르주아들은 마침내 흩어졌다.

이 혼란한 마을 위에 조금씩 평온이 찾아왔다. 여기저기에서 아직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가 그것도 끝내는 멀리 사라져 버렸다.

단 한 명, 아직도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었다. 생선 염장 업자인 투르네보 씨였다. 다음 토요일까지 기다리자니 애가 타는 것이었다. 그래서 뭔가 좋은 일이 있지나 않을까 하고 그저 막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경찰에게 분개했다. 무엇보다 경찰은 이런 공익 시설을 관리감독하고 보호하고 있는데, 그것을 이렇게 무단으로 폐쇄하는 일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는 다시 한번 돌아가 벽을 만져보기도 하며 문을 닫은 이유를 찾아보려 했다. 그러다 그는 문 앞의 차양에 뭔가 안내문 같은 것이 붙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급히 밀랍 성냥을 켜보니 크고 고르지 못한 글씨로 이렇게 씌어있었다.

‘첫영성체가 있어 쉽니다’.

이래서는 아무리 있어 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그는 자리를 떴다.

그 취객은 이 무정한 문 앞에 길게 다리를 뻗어, 지금은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다음 날, 모든 단골이 약속이나 한 듯 뭔가 구실을 찾아내 차례로 이 집 앞의 거리를 지나갔다. 체면 때문인지 제각기 겨드랑이에 서류 같은 것을 끼고 있었다. 그리고 저마다 살짝 곁눈질로 다음과 같은 수수께끼 같은 고지(告知)를 읽었다.

‘첫영성체가 있어 쉽니다’.

2

마담에게는 고향인 뢰르의 비르빌(Virville. 뢰르에 비르빌은 없다. 이 이름의 마을은 고데어빌(Goderville)과 생 로맹 데 콜복(Saint-Romain-de-Colbosc) 사이의 르아브르(Le Havre. 프랑스 서북부, 대서양에 면한 항구도시)에서 북서쪽으로 약 30km 떨어진 센마리팀(Seine-Maritime)에 있다. 아래의 철도 여행을 이 실제 마을로 가는 여정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역자 주)에서 목수 일을 하는 남동생이 있는데 마담이 이베토에서 아직 여관을 하고 있을 때 이 남동생 딸의 대모가 되어 콘스탄스(Constance), 그러니까 콘스탄스 리벳(Rivet)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적이 있다. 리벳은 그녀의 처녀 적 이름이다. 목수는 누나가 좋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와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두 사람 모두 일에 묶여있는 몸인 데다가 멀리 떨어져 살고 있었기 때문에 얼굴을 마주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딸도 열두 살이 되어 어차피 첫영성체를 치러야 하니 그는 이 접근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누나에게 편지를 보내 의식에 와줄 거라 믿고 있다고 말해두었다. 노부모는 이미 돌아가셨고, 대녀의 일을 나 몰라라 할 수도 없어 그녀도 수락했다. 아이가 없는 누나에게 가능한 한 정성을 다해두면 결국은 딸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유언장을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남동생 조제프(Joseph)의 속내였다.

누나의 장사가 그에게 거부감을 주는 일은 절대로 없었다. 무엇보다 그곳 사람들은 아무것도 몰랐다. 그녀에 대해서는 “텔리에 부인은 페캄의 부르주아라 카데”라는 말만 나왔는데, 이는 연금으로 살고 있는 몸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페캄에서 비르빌까지는 적어도 20리에는 되었다. 농민들에게 육상으로 20리에를 간다는 것은 문명인들이 바다를 건너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비르빌 사람들은 루앙(Rouen)보다 멀리 가는 일이 거의 없었다. 또 한편으로는 이 500호의 마을, 평야 한가운데 매몰된 듯한 이 작은 한촌으로 페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요컨대 사람들은 아무것도 몰랐다.

그런데 영성체 날이 다가오면서 마담에게는 한 가지 고민거리가 생겼다. 그녀에게는 그녀를 대신할 사람이 없었고, 게다가 아무리 하루라도 집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2층 여자들과 1층 여자들 사이에 늘 있어 온 반목은 필연적으로 폭발할 것이다. 또 프레데릭은 틀림없이 취할 것이다. 취하면 그는 별거 아닌 일에 집착해 사람들을 기절시켜 버린다. 결국 그녀는 모두 데리고 가기로 결심하고, 다만 프레데릭에게만 다음다음 날까지 휴가를 주기로 했다.

그런 뜻을 동생에게 전하니 동생은 기꺼이 일행을 하룻밤 묵게 해주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토요일 아침 오전 8시 특급열차는 마담과 그녀의 일행을 이등석 객차에 태우고 출발한 것이다.

부즈빌(Beuzeville. 센마리팀의 브레우테 부즈빌(Bréauté-Beuzeville) 역이다. 한편으로는 루앙-르아브르, 다른 한편으로는 루앙-페캄 또는 에트르타(Étretat)의 교차점이다-역자 주)까지는 다른 손님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들은 까치처럼 수다를 떨었다. 하지만 이 역에서 부부가 한 쌍 탔다. 남자는 늙은 농부로, 푸른색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작업복은 카라에 주름이 잡혀 있었고 헐렁한 소매가 손목에서 좁아져 손목을 조였고 희고 작은 자수가 놓여 있었다. 머리에 쓴 고풍스럽고 키 큰 모자는 햇볕에 그을린 머리카락이 곤두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쪽 손에는 어처구니없게 큰 녹색 우산을 들고 다른 한쪽 손으로는 오리 세 마리가 겁에 질린 얼굴을 내밀고 있는 커다란 바구니를 껴안고 있었다. 시골 아낙의 소박한 드레스로 모양을 낸 여자는 뻣뻣하게 굳어 있었는데, 코가 부리처럼 뾰족해 마치 암탉의 얼굴 같았다. 그녀는 남편과 마주 앉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런 상류사회의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어 겁을 먹은 것 같았다.

실제로 객차 안에는 눈부시고 화려한 색상이 범람하고 있었다. 마담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파란색 실크로 만든 의상을 입고 그 위에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번쩍이는 인조 프랑스 캐시미어 소재로 된 빨간색 숄을 걸치고 있었다. 페르난드는 타탄 체크무늬 드레스를 입고 괴롭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동료에게 부탁해 드레스 몸통 부분을 있는 힘껏 조이는 바람에 물컹한 젖무덤이 마치 두 개의 원형 지붕처럼 부풀어 올라 그것이 옷 아래에서 액체처럼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라파엘은 새끼 새들이 가득한 둥지를 모방한 깃털 장식 머리모양을 하고 금실로 휘갑친 라일락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풍기는 동양적인 분위기가 그녀의 유대인 외모에 잘 어울렸다. 넓게 주름 잡힌 복숭아색 치마를 입은 ‘고약한’ 로자는 얼핏 보기에 과체중인 아이나 뚱뚱한 수도사 같았다. 그리고 두 대의 펌프는 낡은 커튼의 한가운데를 잘라 만든 것 같은 이상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것이 커튼이라고 해도 왕정복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 듯한 문양이 있는 오래된 것이었다.

객차에 더 이상 자기들끼리만 있지 않게 되자 이 여자들은 갑자기 엄숙한 표정을 짓고 신분이 높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고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볼벡(Bolbec. 브레우테 부즈빌에서 루앙 방면으로 첫 번째 역이다-역자 주)에 도착하자 금발 턱수염을 기른 남자 한 명이 탔다. 반지를 몇 개나 끼고 금 사슬을 두른 남자로, 들어오자마자 자기 머리 위의 짐칸에 보자기로 싼 짐을 몇 개나 올렸다. 보기에 유쾌하고 좋은 사람 같았다. 그 사람은 인사를 하고 빙긋 웃으며 싹싹하게 물었다.

“부인들은 주둔지를 바꾸는 것 같십니더.”

이 질문은 일동을 곤혹한 혼란 속으로 던져 넣었다. 마담은 겨우 안정을 되찾자 부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단호하게 대답했다.

“말씀을 좀 가려서 하시지예!”

상대는 변명을 했다.

“이거, 이거, 실례했십니더. 수도원을 생각했는데, 지도 모르게 그만…….”

이 말을 듣고 마담은 뭐라 대답해야 좋을지 몰랐든지 아니면 이 정정으로 충분했다고 생각했든지 위엄 있게 고개를 끄덕이고 샐쭉 입술을 오므렸다.

그때 ‘고약한’ 로자와 늙은 농부 사이에 앉아있던 남자는 이번에는 방향을 바꿔 커다란 바구니에서 머리를 내밀고 있는 오리 세 마리에게 윙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자신이 일동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을 느끼자, 가축의 부리 아래를 간질이며 그들을 향해 익살맞은 말을 늘어놓아 일동을 즐겁게 하려 했다.

“우리, 쪼메한 연못을 떠났뿠다! 꽥! 꽥! 꽥! 쪼매한 쇠꼬챙이하고 가까와질라꼬 꽥! 꽥! 꽥!”

불쌍한 새들은 그의 애무를 피하려고 목을 돌렸다. 그리고 고리버들 감옥에서 나가려고 필사적으로 바르작거리다가 끝내는 갑자기 세 마리 모두 일제히 꽥! 꽥! 꽥! 하고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여자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그녀들은 오리에게 미친 듯이 관심을 보이며, 몸을 앞으로 구부리기도 하고 먼저 보겠다고 서로 밀치기도 하며 크게 소란을 피웠다. 남자는 이를 기회로 애교와 재치와 장난에 온 힘을 다하는 것이었다.

로자도 합류했다. 옆에 있는 남자의 정강이 너머로 몸을 구부리며 가축의 코끝에 키스했다. 이를 시작으로 나도 나도, 하며 여자들이 모두 앞다투어 키스하려 했다. 남자는 이 여자들을 자기 무릎 위에 올려서는 흔들기도 하고 꼬집기도 했다. 남자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갑자기 그녀들에게 하대하기 시작했다.

농부 부부는 자기들의 가축 이상으로 당황해 홀린 듯 눈을 끔적거릴 뿐 꼼짝도 하지 않았다. 주름진 늙은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이 남자는 사실 행상인이었는데, 농담으로 부부께 멜빵을 하나 드리겠다며 짐을 하나 내려 열었다. 하지만 이것은 속임수로, 내린 짐에는 가터가 들어 있었다.

파랑, 분홍, 빨강, 보라, 자주, 선홍 등 여러 가지 색의 비단 가터로, 큐피드 둘이 끌어안고 있는 모양의 금색 버클이 있는 것도 있었다. 여자들은 기뻐서 비명을 지르며 곧바로 여자가 세면도구 등을 만지작거릴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그럴싸한 태도로 그 견본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그녀들은 눈짓과 귓속말로 의논하고 같은 동작으로 대답했다. 마담은 다른 것보다 넓고 무게감이 있는, 실로 여주인의 가터로 손색이 없는 오렌지색 가터를 너무나도 탐이 나는 듯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남자는 마음속으로 이리저리 생각을 굴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자, 귀여운 고양이들.” 그가 말했다. “한번 해 보이소.”

갑자기 여자들 사이에서 꺅, 하는 폭풍과도 같은 감탄사가 쏟아졌다. 그리고 강간이라도 당할 때처럼 치마를 다리 사이에 끼워 넣고 꼭 오므렸다. 남자는 여유 있게 기회를 엿보다가 드디어 재미있는 선고를 내렸다.

“싫으면 짐을 쌀깁니더.”

그렇게 말해두고 이번에는 넌지시 떠보듯이 말했다.

“한번 해보는 사람한테는 누구든 마음에 드는 걸 한 쌍 드리겠십니더.”

하지만 그녀들은 탐난다는 내색을 하지 않고 몸을 뒤로 젖히더니 새침하게 허리를 곧게 폈다. 그런데 두 대의 펌프는 너무나도 가련해 보여, 남자는 그녀들에게 다시 한번 말을 꺼내보았다. 특히 ‘그네’ 플로라는 갖고 싶어 견딜 수 없다는 듯 망설이는 모습이 뚜렷이 보였다. 남자는 그녀를 재촉했다.

“자아, 얼른 해보라카이, 언니, 걱정 딱 붙들어 매고. 여기, 이 라일락색이 니한테 잘 어울리겠는데.”

그래서 그녀는 마음을 정하고 드레스를 걷어 올려 한 쪽 다리를 앞으로 쑥 내밀었다. 소치는 여자처럼 튼튼하고 아기찬 다리에 헐렁하고 허술한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남자는 몸을 구부리더니 먼저 여자의 무릎 아래에 그 가터를 걸고 힘을 주어 쭉 무릎 위에까지 가지고 갔다. 그리고 여자를 살짝 간질이자, 아니나 다를까, 여자는 몸부림치며 꺅꺅하고 소리를 냈다. 양쪽 다리 모두에 가터를 채우자, 남자는 그 라일락색 한 쌍을 여자에게 주고 말했다.

“자아, 이번엔 누구 차롈까?”

여자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저요! 저요!”

남자는 ‘고약한’ 로자부터 시작했다. 로자는 통통하게 살이 쪄 발목이 없는 볼썽사나운 물건을 걷어 올려 보였다. 라파엘의 입버릇대로 완전한 ‘소시지 다리’였다. 다음 차례인 페르난드는 그 듬직한 다리에 열광한 행상인에게 칭찬받았다. 유대 미인의 홀쭉한 정강이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닳고 닳은 여자 루이즈는 실없이 ‘무슈’의 머리에 자기 치마를 홀랑 씌워버렸다. 그래서 마담은 그런 꼴사나운 장난을 멈추려 개입해야만 했다. 마지막으로 마담 스스로가 다리를 내밀었다. 지방이 있으면서도 근육질의, 노르망디 여자 특유의 아름다운 다리였다. 제아무리 견문이 넓은 이 행상인도 고마움의 눈물이라도 흘릴 것처럼, 정중하게 모자를 벗고 진정한 프랑스 기사처럼 이 빼어난 장딴지에 경의를 표했다.

두 농부는 그저 깜짝 놀라 한쪽 눈으로 말똥말똥 옆을 보고 있었다. 그 얼굴이 닭을 똑 닮아 금발 수염의 남자는 일어나 두 사람의 코앞에서 “꼬끼오!”라고 저질러 버렸다. 이것이 또 모두를 웃게 했다.

노부부는 모트빌(Motteville. 생 발레리 엔 카욱(Saint-Valery-en-Caux) 라인의 교차점인 루앙에서 30km-역자 주)에서 내렸다. 바구니와 오리와 우산을 아주 소중하게 안고 있었다. 나가면서 아내가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것들, 창년기라. 에고 무서부라. 파리로 가는 길 끼야.”

유쾌한 행상인도 실컷 새롱거리다가 루앙에 오자 데꺽 내려버렸다. 무례도 도가 지나쳐 마담은 한 마디 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어쩔 수 없이 마담은 여자들에게 훈계조로 말했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말을 걸었뿌마 무신 일이 일어날란지 우리한테는 좋은 본보기였던기라.”

오와셀(Oissel. 루앙에서 남쪽으로 몇 킬로미터. 엘뵈프(Elbeuf) 방향으로 기차를 갈아타고 오와셀 다음의 첫 번째 역은 생마르팀(Seine-Marutime)과 뢰르의 경계에 있는 투르빌(Tourville)이다-역자 주)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다음 역에서 내리자, 백마가 끄는 큰 이륜마차에 의자를 가득 싣고 조제프 리벳 씨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목수는 이들 여성 모두에게 예의 바르게 키스하고 마차에 올려주었다. 셋은 안쪽의 세 의자에 앉고 라파엘과 마담, 마담의 동생, 세 명은 앞쪽의 세 의자에 앉았다. 로자만 자리가 없어 키가 큰 페르난드의 무릎 위에 어떻게든 앉게 했다. 그렇게 일행은 출발했지만 움직이기 시작하자 작은 말의 불규칙한 속보가 차체를 세차게 흔들어 의자는 춤을 추기 시작했고 승객들은 꼭두각시 인형처럼 하늘로 떠오르기도 하고 좌우로 비틀거리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겁에 질려 얼굴을 찡그리고 비명을 질렀지만 그 목소리조차 더 강한 충격으로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그녀들은 마차의 측면에 달라붙어 있었다. 모자는 등 뒤로 매달리고 코를 덮고 어깨에 떨어졌다. 그래도 백마는 머리를 앞으로 쭉 내밀고 꼬리를 곧게 펴고 태연하게 달리고 있었다. 마치 쥐의 꼬리처럼 털이 없는 작고 보잘것없는 꼬리로 이따금 자기 엉덩이를 때리기도 했다. 조제프 리벳은 한쪽 다리를 가로대에다 뻗어 몸을 지탱하고 다른 한쪽 다리는 굽히고 양 팔꿈치를 높이 올려 고삐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목구멍에서는 병아리를 부르는 암탉 같은 목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는데, 그 소리를 듣고 작은 말은 귀를 쫑긋 세우고 속도를 높였다.

길 양쪽으로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꽃을 활짝 피운 유채가 물결 모양의 노란 시트를 깔아놓았다. 거기서부터 아주 멀리에서 바람이 실어 온 건강하고 강력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가슴에 스며드는 달콤한 냄새였다. 벌써 많이 자란 호밀 사이로 블루베리가 짙은 보라색의 귀여운 머리를 내밀고 있어 여자들이 그것을 따고 싶어 했지만, 리벳 씨는 마차를 멈춰주지 않았다. 또 이따금 양귀비의 침략으로 온통 피로 물든 것 같은 밭이 보일 때가 있었다. 이 땅에 피어난 온갖 꽃들로 채색된 초원 한가운데를, 그보다 강렬한 색채의 꽃다발을 싣고 있는 이륜마차는 백마의 속보로 흔들리며 지나갔다. 농가의 큰 나무 그림자에 숨는가 싶더니 나뭇잎이 무성한 변두리에 나타나기도 했다. 또다시 빨강과 파랑이 점점이 박여 있는 노랑과 초록 농작물 속을 누비며 이 여자들이 가득 찬 휘황찬란한 축제의 수레는 햇빛을 받으며 멀어져 갔다. (르누아르를 생각나게 한다-역자 주)

일행이 목수의 집 문 앞에 도착하니 1시가 되었다.

그녀들은 공복에다 지칠 대로 지쳐 얼굴이 새파래져 있었다. 집을 나와서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한 것이다. 리벳 부인이 달려와 한 명씩 마차에서 내려주며 아직 발이 땅에 닿기도 전에 키스하려 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시누이에게 키스 세례를 퍼부으며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일동은 내일 아침의 연회 때문에 작업대를 구석으로 치워놓은 작업실에서 식사를 했다.

맛있는 오믈렛에 이어 품질 좋은 능금주에 재워 구운 돼지고기 소시지로 일동은 겨우 제정신이 돌아왔다. 리벳은 건배를 하려고 조금 전부터 잔을 손에 들고 있었는데 아내는 시중을 들고 요리하고 접시를 나르고 또 치우면서도 손님들의 귀에다 대고 소곤소곤, “많이들 드이소”라고 말했다. 벽에 기대어 세운 널빤지나 구석에 산더미처럼 쓸어 모아 놓은 톱밥은 대패질한 목재 냄새와 목수 특유의 냄새와 폐의 바닥까지 스며드는 듯한 수지(樹脂)의 숨결을 내뿜고 있었다.

모두 여자아이를 보고 싶어 했지만 아이는 지금 교회에 가 있어서 저녁이 되어야 돌아온다고 했다.

그래서 일동은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큰 도로 하나가 마을을 관통하고 있었다. 이 도로 양쪽에 늘어서 있는 열 채 정도의 집이 이곳 상가의 전부였다. 정육점, 식료품점, 목공소, 카페, 신발 수선, 빵집 등이었다. 이런 거리 끝에, 현관 앞에 심어진 큰 라임 나무 네 그루가 건물 전체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교회가 좁은 묘지에 둘러싸여 있었다. 규석으로 지은 교회는 이렇다 할 양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옥상에는 슬레이트 지붕의 종탑이 있었다. 교회 뒤에서부터는 다시 초원이 펼쳐지고 거기에 산재해 있는 숲속에는 농가가 숨어 있었다.

리벳은 작업복을 입고 있으면서 지나치게 예의 바르게 행동해, 누나의 팔을 잡고 위엄 있는 걸음으로 이리저리 끌고 돌아다녔다. 라파엘의 금실 드레스에 감동한 아내는 라파엘과 페르난드 사이에 끼어들었다. 뚱뚱보 로자는 그 뒤를 종종거리고 따라갔다. 피곤함에 절어 절뚝거리고 있는 ‘그네’ 플로라도 ‘닳고 닳은 여자’ 루이즈도 로자와 함께였다.

마을 사람들이 저마다의 문 앞에 나타났고 아이들은 놀이를 중단했다. 커튼 사이로는 삼색 모자를 쓴 머리가 살짝 보였다. 거의 눈이 보이지 않는 듯 소나무 지팡이를 든 노파 한 명이 존경하는 분의 행렬을 배알이라도 할 때처럼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다. 마을 사람 누구나가 이 도회지에서 온 아름다운 부인들을 언제까지고 전송하는 것이었다. 저분들은 조제프 베넷의 딸 첫영성체를 보려고 멀리서 오신 분들이다.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존경심이 목수 일가에게 집중되었다.

교회 앞을 지날 때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을 우러르며 어린 목소리를 높여 노래하는 성가였다. 하지만 마담은 그 천사들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초원을 한 바퀴 돌며 주요 소유지와 밭의 수확량, 가축의 생산량 등을 열거한 후 조세프 베넷은 가축의 무리가 아니라 여성의 무리를 데리고 자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집이 너무 좁아 모든 방을 두 명씩 나누어서 쓰게 되었다.

오늘 밤만은 어쩔 수 없이 리벳은 작업장의 작업대 위에서 자기로 하고 그 대신 아내가 시누이와 같이 자기로 했다. 옆방에서는 페르난드와 라파엘이 함께 쉬게 되었다. 루이즈와 플로라는 부엌의 마루방에 매트리스를 깔고 자면 되었다. 로자는 계단 위의 어둡고 작은 방을 혼자서 차지하고, 그 앞의 좁은 다락방에서는 영성체를 받을 여자아이에게 오늘 밤만 자라고 했다.

그 소녀가 집으로 돌아오자, 그녀 위에 키스가 비처럼 쏟아졌다. 여자들은 모두 소녀를 껴안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그것은 애정을 토로하고 싶은 욕구, 교태를 부리려는 직업적인 습관에서 나온 것으로, 좀 전에 객차에서 그녀들이 오리에게 키스한 것도 그 발현의 하나일 것이다. 그녀들은 차례로 소녀를 무릎 위에 앉혀 부드러운 금발을 만지기도 하고 또 자연스럽게 끓어오르는 격렬한 애정에 휩싸여 소녀를 양팔로 껴안기도 하는 것이었다. 온몸에 경건함이 깃든 예의 바른 소녀는 죄를 용서받아 외부의 더럼이 묻지 않는 몸이라도 되는 듯 얌전하게 숨을 죽이고 그녀들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오늘은 누구에게나 고생스러운 하루여서 저녁 식사를 마치자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거의 종교적인 느낌마저 드는 초원의 저 끝없는 침묵이 작은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몸에 스며들어 별까지 퍼져가는, 아무 소리도 없이 고요하기만 한 침묵이었다. 소란스러운 공공주택의 밤에 익숙한 여자들은 이 잠자는 초원의 무언의 휴식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들은 피부가 으슬으슬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추위 때문이 아니었다. 동요하고 불안해하는 영혼에서 오는 쓸쓸함의 발현이었다.

그녀들은 둘씩 침대에 눕자마자 대지의 깊고 고요한 잠이 자기 쪽으로 침공해 오는 것을 막으려는 듯 서로를 껴안았다. 그러나 ‘고약한’ 로자만은 어둡고 작은 방에 혼자였고, 게다가 빈 팔로 잠드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막연하고 고통스러운 감정에 사로잡혔다. 몇 번이나 침대 안에서 뒤척이면서 잠들지 못할 것을 각오하고 있자니 머리맡의 나무 칸막이 너머에서 홀짝홀짝 아이가 숨을 죽여 울고 있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가만히 불러보니 가냘픈 목소리가 뜨덤뜨덤 대답했다. 그 여자아이였다. 항상 엄마 방에서 잤기 때문에 좁은 다락방이 무서웠을 것이다.

로자는 괜스레 기뻐하며 일어나 아무도 깨지 않도록 조심하며 살짝 아이를 데리러 갔다. 그리고 자신의 따뜻한 침대로 데리고 가 가슴에 꼭 껴안아 얼레고 이래저래 호들갑스러운 몸짓으로 애정을 표시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자신도 마음이 진정되어 어느 사이엔가 잠들어 버렸다. 이렇게 날이 밝을 때까지 첫영성체를 받을 소녀는 매춘부의 벌거벗은 젖무덤에 이마를 대고 잠을 잤다.

다섯 시, 안젤루스(Angelus)의 시간이 되자 교회의 작은 종이 울려 보통은 밤의 피로로 오전 내내 잠을 자는 여자들을 깨웠다. 마을의 농부들은 이미 일어나 있었다. 또 마을 여자들은 집집이 바쁘게 돌아다니며 활기찬 목소리로 수다를 떨고 있었다. 풀을 먹여 골판지처럼 딱딱해진 짧은 모슬린(mousseline. 레이온 따위로 짠 얇고 깔깔한 편직물. 원래는 명주로 짰다-역자 주) 드레스를 소중하게 옮기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이번에는 가운데에 금으로 장식된 비단 매듭이 있고 손으로 드는 곳만 가늘게 되어 있는, 터무니없이 큰 초를 가지고 갔다. 이미 높이 떠 있는 태양은 온통 푸른 하늘을 비추고 있었지만, 지평선 부근이 어렴풋이 장밋빛으로 물들어 있는 것은 새벽의 희미한 흔적일 것이다. 암탉 가족은 집 앞을 산책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목이 까맣게 반짝이는 수탉이 자주색 모자를 쓴 머리를 들고 날개를 퍼덕이며 쉰 목소리로 시간을 알리자, 바람에 실려 간 그 노래를 다른 수탉들도 따라 불렀다.

근처 마을에서 차례차례로 이륜마차가 도착해 집들의 문 앞에 키 큰 노르망디 여자를 내려놓았다. 그녀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수수한 옷을 입고, 가슴 위에서 스카프를 엇갈리게 하고 그것을 2, 3백 년은 된 듯한 오래된 은 브로치로 고정했다. 남자들은 푸른색 작업복을 걸쳐 입고 그 아래에 새 프록코트나 낡은 초록색 연미복을 입고 있는 것은 좋았지만, 연미복의 꼬리가 작업복 밖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말이 마구간에 묶인 뒤에는 시골길을 따라 두 줄로 마차들이 죽 늘어서 있었다. 우툴두툴하고 기다란 4륜 마차(guimbardes rustiques), 바퀴가 두 개 달린 짐수레(charrette), 개방형 1두 2륜 마차(cabriolet), 2인승 2륜 경 마차(tilburys), 의자 달린 긴 유람 마차(chars à bancs), 모든 형태와 모든 시대의 마차가 엎드려 있기도 하고 수레 채를 하늘로, 엉덩이를 땅에 대고 있기도 했다.

목수의 집은 마치 벌집처럼 흥청거렸다. 여자들은 캐미솔과 페티코트 한 장만 걸치고 오래 써서 색이 바라고 끊겨 떨어졌다고 할 수 있는 옅고 가느다란 머리카락을 등 뒤에 늘어뜨린 채 아이에게 옷을 입히느라 분주했다.

마담 텔리에가 자기 유격부대의 활동을 지휘하는 사이에도 작은 아이는 탁자 위에 선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여자들은 소녀의 얼굴을 씻어주고 머리를 빗겨주고 묶어주고 옷을 입혔다. 핀을 마음껏 사용해 드레스의 주름을 정리하고 너무 큰 허리 부분을 줄여 전체의 균형을 조절했다. 그리고 겨우 모든 치료가 끝나자, 그 작은 환자를 앉히고 움직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이 시끄러운 여성부대는 차례대로 자신을 꾸미려고 달려갔다.

작은 교회가 다시 종을 울리기 시작했다. 그 빈약한 종의 약한 울림은 하늘을 가로지르며 사라져 버렸다. 그것은 푸른 하늘에 금세 흡입되는 가냘픈 사람의 목소리 같았다.

영성체를 받을 아이들은 문밖으로 나가 학교 두 개와 마을 사무소가 있는 공공건물로 향했다. 그 건물은 마을의 맨 끝에 있었다. 그리고 ‘신의 집’은 다른 한쪽 끝에 있었다.

성장(盛裝)한 부모들은 쑥스러워하는 얼굴과 서툰 몸짓으로 평소 들일로 굽은 몸을 움직여 아이들 뒤를 따라갔다. 여자아이들은 잘 섞인 휘핑크림처럼 눈 덮인 얇은 명주 그물의 구름 속에 묻혀 있었다. 남자아이들은 카페의 새내기 종업원처럼 머리에 포마드를 바르고 까만 바지를 더럽히지 않으려고 다리를 벌리고 걸었다.

멀리서 친척들이 많이 와 아이의 뒤를 따르고 있으면 그것만으로 그 가족에게는 커다란 명예였다. 그래서 목수 가족의 승리는 완전했다. 텔리에 부대가 마담을 선두로 콘스탄스의 뒤를 따랐다. 누나와 팔짱을 끼고 있는 아버지, 라파엘과 나란히 걷고 있는 어머니, 로자와 페르난드가 함께 걸었고 두 대의 펌프가 사이좋게 뒤를 따랐다. 이렇게 부대는 예복을 입은 참모진처럼 장엄하게 배치되었다.

그녀들이 마을에 미친 영향은 실로 압도적이었다.

학교에 도착하자 소녀들은 수녀의 코르넷(cornette. 수녀용 모자) 아래 정열하고 소년들은 아이들을 대표하는 잘생긴 남자아이의 모자 아래 줄지어 서 있었다.(제3공화국이 시작될 때 쥘 페리(Jules Ferry)의 법은 초등 교육을 의무화했다(1882년)-역자 주)

남자아이들이 선두가 되어 말이 연결되지 않은 마차가 양쪽에 늘어서 있는 사이를 두 줄로 나아가자, 여자아이들이 뒤를 따랐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도시에서 오신 부인들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서로 앞을 다투어 양보했기 때문에 그녀들은 여자아이들의 행렬 바로 뒤에서 따라갔다. 오른쪽에 세 명, 왼쪽에 세 명, 실로 불꽃놀이의 흥행을 방불케 하는 눈부시게 빛나는 드레스의 행렬이 후미를 화려하게 채색했다.

행렬이 교회에 들어서자, 마을 사람들은 열광했다. 서로 먼저 보려고 밀치락달치락하는 북새통이었다. 성가대원의 화려한 비단옷보다 아름답게 차려입은 부인들을 보고 혼이 나간 듯 놀라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는 여신도도 있었다. 촌장이 성가대석의 오른쪽 첫 번째 열인 그의 자리를 양보해 마담 텔리에는 올케, 페르난드, 라파엘과 함께 그 자리에 앉고 ‘고약한’ 로자와 두 대의 펌프는 목수와 나란히 두 번째 열에 자리를 차지했다.

교회의 성가대석 앞에는 무릎을 꿇은 아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이 양쪽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들이 손에 들고 있는 기다란 초는 각각 제멋대로 기울어진 창처럼 보였다.

강단 앞에 세 남자가 서서 낭랑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들은 울림이 좋은 라틴어 음절을 연장해 ‘아멘’을 영원한 것으로 만들려고 ‘아-’를 무한정 끌고 있었다. 이에 박차를 가해 관악기가 그 독특하고 단조로운 음을 끝도 없이 불어내기 시작하자 뱀(serpent. 교회에서 사용하고 오르간을 대신하는 꼬인 형태의 관악기-역자 주)이 큰 입을 벌려 울부짖기 시작했다. 한 아이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이에 응했다. 그러자 사각모를 쓰고 사제 자리에 앉아있던 사제가 이따금 일어나 뭔가를 빠른 말로 중얼거리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사이에도 세 명의 선창자는 눈앞의 두꺼운 성가집을 보며 노래했다. 그들 앞에 펼쳐진 성가집은 축에 고정된 목제 독수리가 펼친 양 날개 위에 있었다.

이윽고 침묵이 흘렀다. 사람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머리가 하얗고, 보기에도 거룩한 늙은 집전 사제가 왼손에 들고 있는 성작(聖爵. 미사를 드릴 때 그리스도의 피로 간주하는 포도주를 담는 잔. 다리가 달려고 운두가 높음-역자 주)에 몸을 굽히듯 하며 나타났다. 붉은 옷을 입은 사제 두 명이 그 앞을 걷고 있었고, 뒤에서는 두꺼운 신발을 신은 성가대원 한 무리가 나타나 성가대석 양옆에 정렬했다.

커다란 침묵 속에서 작은 종이 울렸다. 신성한 의식이 시작된 것이다. 늙은 집전 사제는 몸을 떨며 찢어질 듯 큰 목소리로 예비 기도를 하며 황금 성궤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 절을 했다. 그가 잠잠해지자, 모든 성가대원과 뱀이 동시에 폭발했다. 그러자 참례한 사람들도 너무나도 의식에 어울리게 한 단계 낮고 더 겸손한 목소리로 노래했다.

갑자기 ‘키리에 엘레이손(Kyrie Eleison. Kyrie는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뜻으로 미사 중 기도를 시작하는 어구. 키리에 음악-역자 주)’이 모든 가슴과 모든 마음에서 뿜어져 나와 창공을 향해 용솟음쳤다. 이 목소리의 폭발로 흔들렸는지, 그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낡고 둥근 천정에서도 작은 먼지와 썩은 나뭇조각이 떨어졌다. 슬레이트 지붕에 내리쬐는 태양은 이 작은 교회를 마치 용광로처럼 뜨겁게 만들었다. 그리고 깊은 감동, 불안한 기대, 형언할 수 없는 신비의 접근이 아이들의 가슴을 옥죄고 어머니들의 목이 메게 하는 것이었다.

잠시 자리에 앉아있던 집전 사제는 맨머리를 은발로 가리고 부스스 일어나, 늙은 몸을 떨며 제단으로 올라가 초자연적인 행위를 하려 했다.

집전 사제는 신자들 쪽을 향하자, 손을 뻗어 “기도하라, 형제들이여”, “내 형제들이여”라고 외쳤다. 모두 일제히 기도했다. 늙은 사제는 이제 낮은 목소리로 신비하고 숭고한 말을 더듬거리고 있었다. 때때로 종소리가 울렸다. 엎드린 무리가 신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아이들은 가늠할 수 없는 불안감으로 실신할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조금 전부터 양손에 이마를 묻고 있던 로자는 문득 어머니와 태어난 마을의 교회, 첫영성체 때의 일을 떠올렸다. 그 새하얀 드레스에 완전히 휩싸여 버릴 정도로 그렇게 작았던 때의 어느 날의 자신으로 돌아간 것 같아 그녀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남몰래 숨을 죽여 울었지만, 눈물이 천천히 눈가에 맺혔다. 그러다 여러 가지 일이 차례로 생각나 감정이 고조되고 목이 부어오르고 가슴은 파도쳐 흑흑, 엎드려 울어버렸다. 손수건을 꺼내 눈을 닦고 코와 입을 가려 소리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헐떡이는 소리 같은 것이 목에서 새어 나와 소용이 없었다. 그러자 그때 자신과는 별개로 깊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한숨이 그녀에게 대답했다. 옆에 있는 루이즈와 플로라도 엎드린 채 역시 먼 옛날의 추억이 가슴에 밀려와 펑펑 눈물을 흘리며 똑같이 신음하고 있었다.

눈물이란 건 전염되기 쉬운 것이라, 마담까지 벌써 눈꺼풀이 젖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올케 쪽을 살짝 보니 같은 자리의 사람들 모두가 울고 있는 것이었다.

집전 사제는 성체를 받으려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일종의 경건한 두려움에 싸여 돌바닥에 엎드린 채 더 이상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또 교회 안 여기저기에서는 아내도 어머니도 자매도 묘한 동정심에 사로잡혀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감정에 압도되었다. 딸꾹질하고 어깨를 떨며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아름다운 여인들은 체크무늬 인디언 손수건을 눈물로 적시고 뛰는 심장을 왼손으로 꼭 눌렀다.

불씨 하나가 마른 들판을 불태워 가듯이 로자와 그 동료들의 눈물은 교회 안의 모든 사람을 사로잡아 버렸다. 남자도 여자도 노인도 새 작업복을 입은 젊은이도, 한 명도 빠짐없이 흐느껴 울고 있었다. 마치 초인적인 무언가가, 흩어진 영혼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전능한 존재의 엄청난 숨결 같은 것이 그들의 머리 위에 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성가대석에서 무언가를 두드리는 강마르고 작은 소리가 났다. 사제가 기도서를 두드려 성체 배알의 신호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신성한 열병에 오들오들 떨며 성대(聖帶) 쪽으로 다가갔다.

한 줄 전체가 무릎을 꿇었다. 늙은 사제는 금박을 입힌 은쟁반을 손에 들고 아이들 앞을 지나가며 그리스도의 육체이자 세상에 대한 속죄인 성체 빵을 두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그들 하나 하나에게 줬다. 그들은 경련을 일으키며 긴장한 얼굴로 입을 벌리고 있었다. 눈은 감고 얼굴은 창백했다. 그들의 턱 아래 펼쳐진 긴 냅킨이 마치 흐르는 물처럼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갑자기 교회 안에 일종의 광기가 돌았다. 그것은 흥분한 군중의 술렁임이자 억눌린 외침과 함께 흐느끼는 폭풍으로, 마치 숲의 나무를 휘게 하는 돌풍처럼 지나갔다. 사제는 감격해서 꼿꼿하게 서 있었다. 성채 빵을 손에 든 채 꼼짝도 하지 않고 그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하나님, 우리 가운데 계시며 그의 임재를 나타내시는 분, 내 음성에 따라 그의 백성에게 내려오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그리고 그는 영혼의 기도라는 말을 찾지 못한 채 무릎을 꿇고 천상으로 마음을 달리며 미친 듯 기도를 중얼거렸다.

노사제는 영성체를 마치자 커다란 믿음으로 지나치게 흥분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그리고 스스로가 주님의 피를 마셨을 때는 궤도를 벗어나 거의 미친 사람처럼 감격하고 행동했다.

등 뒤의 사람들은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성가대원들은 하얀 중백의(성직자가 성사를 집행할 때 입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흰옷-역자 주)의 위엄에 안도하며 여전히 아직 울먹이는 듯한 불안한 목소리로 노래하기 시작했다. 뱀도 울었던지 소리가 쉬어 있는 것 같았다.

사제는 양손을 들어 노래를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성체를 받아 행복의 극치에 다다른, 두 줄로 늘어선 아이들 사이를 지나 성가대석의 격자까지 다가갔다.

신자들은 의자 소리를 내며 앉자, 체면이고 뭐고 모두가 있는 힘껏 코를 풀고 있었다. 그러다 사제를 보자 모두 조용해져서 그는 아주 낮은 목소리로 주저하며 우물거리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형제, 사랑하는 자매, 자녀들이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당신들은 지금 제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을 주셨습니다. 저는 저의 부름에 하나님이 우리에게 내려오시는 것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하나님은 오셨고 지금 여기에 계십니다. 하나님은 당신들의 영혼을 채우셨고 당신들에게 눈물을 흘리게 했습니다. 저는 이 교구에서 가장 나이 든 사제이지만 오늘은 동시에 가장 행복한 사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가운데에 참되고 위대하고 숭고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처음으로 이 어린 자들의 몸에 들어가셨을 때 천상의 새, 하나님의 기운이신 성령이 하나님의 숨결이 되어 바람 앞의 갈대처럼 엎드려 있는 당신들 위에 내리고 점령하고 붙드신 것입니다.”

이어서 목수의 손님이 있는 쪽으로 가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친애하는 여러분, 당신들에게는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당신들은 먼 곳에서 오셔서 출석해 주셨습니다만 그 경건한 뜻과 두터운 신앙심은 저희에게 유익한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당신들은 우리 교구를 교화해 주셨습니다. 당신들의 감동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습니다. 당신들이 오시지 않았다면 아마 오늘의 이 위대한 날도 이렇게 진정으로 신성한 날이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주님을 양 떼 위에 내려오시도록 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단 한 마리의 선택받은 양만으로 충분합니다.”

목소리가 막혀버렸다. 부언해서 말했다.

“당신들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하시기를. 아멘.”

그리고 그는 의식을 끝내기 위해 다시 제단으로 올라갔다.

사람들은 한시라도 빨리 밖으로 나가려 했다. 오랫동안 긴장하고 있어 지쳤던지 아이들조차도 술렁거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배가 고팠다. 부모들도 식사 준비가 신경 쓰였다. 마지막 복음서 낭독을 기다리려 하지도 않고 하나씩 둘씩 자리를 떴다.

출구는 북적였다. 노르망디 사투리가 날카롭게 울리고 왁자지껄 소동이 있었다. 촌민들은 교회 문 양쪽으로 울타리를 만들고는 아이들이 나타나면 제각각의 가족은 저마다 자기 아이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었다.

콘스탄스는 온 집안 여자들에게 붙잡히고 둘러싸이고 껴안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중에서도 로자는 아무리 껴안아도 부족한 것 같았다. 겨우 놓아주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손을 잡아 마담 텔리에도 황급히 다른 손을 점령했다. 라파엘과 페르난드는 소녀의 모슬린 치마가 흙먼지에 끌리지 않도록 긴 치마를 들어 올려주었다. 루이즈와 플로라가 리벳 부인과 함께 행렬의 후미를 이루고 있었다. 소녀는 하나님이 강림하신 듯 얌전히 이 영광스러운 의장대의 호위를 받으며 걷기 시작했다.

연회는 작업장에서 하기로 되어 있어 식사는 가로대를 댄 긴 판자 위에 준비되어 있었다.

거리에 접해있어 열려있는 문으로는 온 마을의 즐거운 공기가 들어왔다. 모든 곳에서 축하연이 열리고 있었다. 모든 창에서 잘 차려입은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즐겁게 먹고 마시고 있는 가족들에게서는 활기찬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셔츠 한 장만 입은 농부들은 생 능금주를 잔에 가득 따라 마시고 있었다. 모든 연회에서 상석에는 두 아이를 볼 수 있었다. 이 집에서는 여자아이가 두 명, 저 집에서는 남자아이가 두 명, 그러니까 두 아이가 두 가정 중 어느 한 집에서 식사하고 있는 것이었다.

한낮의 무더위 속에서 가끔 늙은 말이 끄는 마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마차를 끄는 작업복 차림의 남자는 눈앞으로 맛있는 음식을 보고 선망의 눈길을 던졌다.

목수의 집에는 오전의 감동으로 활기찬 와중에도 어딘가 소극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리벳 혼자 신이 나서 지나치게 마시고 있었다. 마담 텔리에는 계속 시계만 보고 있었다. 이틀 연속으로 휴업하지 않으려면 3시 55분 기차를 타고 저녁에는 페캄에 도착해야 했다.

목수는 그런 일은 나 몰라라, 다음날까지 일행을 잡아두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 그러나 마담은 생각이 정해지면, 무엇보다 장사에 대한 한, 농담 한마디 하지 않았다.

커피를 다 마시자, 그녀는 여자들에게 명령해 서둘러 채비하게 했다. 그리고 동생에게 말했다.

“니는 얼릉 말을 매달아 주그라.”

자신도 마지막 준비를 하기 위해 일어섰다.

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그녀의 올케는 여자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엇갈려 풀리지 않는 긴 대화가 오갔다. 소작농의 아내는 불쌍한 척 넌지시 마음을 떠보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듣고 있던 마담 텔리에는 확실한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막연하게 약속할 뿐이었다. 이 아이의 일은 마음에 두고 있다고, 어쨌든 앞으로 시간도 있고, 그리고 또 만날 일도 있을 거라고, 만사가 이런 식이었다.

그런데 마차는 올 생각도 하지 않고 여자들도 내려오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위층에서는 시끄러운 웃음소리, 쿵쾅거리는 소리, 날카로운 고함, 손뼉을 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목수의 아내가 마구간으로 가서 마차가 준비됐는지 확인하는 동안 마담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올라가 보니 리벳이 고주망태가 되어 반쯤 벗은 로자에게 달려들고 있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로자는 로자대로 뒤로 넘어갈 듯이 웃고 있었다. 두 대의 펌프는 남자의 팔을 꽉 누르고 있는 힘을 다해 진정시키려 하고 있었다. 아침의 의식이 있은 뒤라 이런 장면을 보고 화가 난 것이었다. 하지만 라파엘과 페르난드는 옆구리를 잡고 재미있어하며 양쪽에서 남자를 부추기고 있었다. 취한의 쓸데없는 노력에 꺅꺅 아우성치며 성원을 보내고 있었다. 남자는 거의 벗은 모습으로 얼굴이 시뻘게져 사납게 울부짖으며, 자기에게 달라붙어 있는 두 여자를 맹렬한 기세로 떨쳐내고 온 힘을 다해 로자의 치마를 걷어 올리며 빠르게 말했다.

“더러분 녀이, 시키는 대로 안 할래?”

마담은 화가나 달려들었다. 동생의 어깨를 잡고 벽에 부딪힐 정도로 세게 내던졌다.

그리고 1분 후, 마당에서 머리에 물을 퍼붓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다시 이륜마차에 나타났을 때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한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전날과 똑같이 출발했다. 작은 백마도 똑같이 춤을 추는 듯한 걸음으로 활기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타오르는 태양 아래, 식사 중에 사그라졌던 장난기가 슬슬 고개를 내밀었다. 지금은 이 낡은 마차의 흔들림조차 재미있어져서 여자들은 옆 사람의 의자를 밀기도 하고 별것 아닌 일에 자지러지게 웃기도 하고 조금 전 리벳의 헛된 시도가 재미있어 신이 나서 떠들기도 했다.

미친 듯한 광선, 눈부신 광선이 초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마차 바퀴가 두 줄기 모래 먼지를 일으키자, 먼지는 마차가 지나간 뒤에도 길 위에서 춤추고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페르난드가 갑자기 로자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졸라댔다. 로자는 ‘뫼동의 뚱뚱한 사제(Gros Curé de Meudon)’를 즐겁게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담은 바로 노래를 부리지 못하게 했다. 이런 날에 그런 노래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덧붙여서 말했다.

“그거보다는 뭐시, 베랑제(Béranger)의 노래가 어떻겠노?”

그래서 로자는 잠깐 생각하고 나서 노래를 정하자 지친 목소리로 ‘할머니(Grand-Mère. 결혼 전, 결혼 중, 결혼 후의 여성의 외도를 기념하는 유쾌하고 자유분방한 노래로, 할머니가 할머니를 좋아하기 때문에 여자들은 할머니를 좋아한다는 결론을 내린다-역자 주)’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 할머니

생일날 밤

술을 조금 마시고

고개를 절레절레, 하시는 말씀

왕년엔 이래 봬도 잘나갔다우!

팔은 포동포동 살이 올랐고

다리는 멋지게 쭉 뻗었고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만 낭비

모두가 지나간 헛된 꿈인걸!

그러자 이번에는 마담의 선창으로 여자들이 같이 노래했다.

팔은 포동포동 살이 올랐고

다리는 멋지게 쭉 뻗었고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만 낭비

모두가 지나간 헛된 꿈인걸!

“그거, 믓찐데!”

리벳도 노래의 장단에 맞춰 소리쳤다. 로자는 바로 노래를 이어 불렀다.

정말로 엄마 난 바람둥이야

— 그것도 그럴 것이 열다섯부터

혼자서 터득한 육체의 신비

밤에도 제대로 잠들지 못해

모두 목소리를 모아 후렴구를 크게 불렀다. 리벳이 한쪽 발로 마차의 가로대를 톡톡 두드리며 고삐로 장단을 맞춰 하얀 말의 등을 때리자, 말은 말대로 활기찬 리듬에 신이 나 폭풍우가 휘몰아치듯 전속력으로 달리는 바람에 여자들을 넘어져 마차 안에 겹겹이 쌓였다.

그녀들은 미친 듯이 깔깔 웃으면서 일어났다. 그래도 노래는 이어졌다. 불타는 하늘 아래 익어가는 농작물에 둘러싸인 초원을 지나도, 작은 말의 맹렬한 속도에 흔들리면서도 목청껏 부르는 노래는 계속되었다. 이제는 말도 후렴구로 돌아갈 때마다 속도를 높여, 그때마다 초속 100미터의 속도로 질주해 승객들을 기쁘게 했다.

곳곳에서 석공들이 몸을 일으켜 철사로 만든 방진안경 너머로 미친 듯이 질주하고 있는 이륜마차가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역 앞에 도착해 일동이 마차에서 내리자, 목수는 침울한 어조로 말했다.

“간다카이 섭하네예. 재밌게 놀 수 있었을 낀데.”

마담은 그에게 그럴듯하게 대답했다.

“일이란 기 다 때가 있는 벱인 기라. 맨날 놀기만 하면 뭐 하겠노.”

그때 문득 좋은 생각이 리벳의 머리에 떠올랐다.

“저기요, 담 달에 페캄에 함 뵈러 갈게예.”

이렇게 말하고 그는 반짝반짝 빛나는 추잡한 눈으로 능글맞게 로자를 바라보았다. 마담이 말했다.

“뭐라 뭐라 케도 성실한 기 최곤기라. 온다 카이 마, 오는 거사 좋지만서도 빙시 같은 짓은 안 하는 기 좋을 끼다.”

리벳은 대답하지 않았다. 마침 기차 소리가 들려 그는 서둘러 모두에게 키스하기 시작했다. 로자 차례가 되자 자기 입술을 그녀의 입술에 대보려고 안달했지만, 그녀의 입술은 웃는 표정으로 꼭 닫힌 채 그때마다 재빨리 옆으로 도망쳐 상대를 피했다. 그는 여자를 양팔에 껴안고 있으면서 마지막 목적을 이룰 수 없었다. 아무래도 손에 들고 있는 채찍이 방해되어, 노력하는 와중에도 악착같이 그 채찍을 여자의 등 뒤에서 휘두르고 있었다.

“루앙으로 가는 분은 승차해 주십시오.”

역무원이 소리쳤다. 그녀들은 기차에 올랐다.

기적이 희미하게 한 번 울리자 바로 첫 번째 증기를 시끄럽게 뿜어내는 기관차의 힘찬 소리가 이어지고 바퀴도 있는 힘을 다해 조금씩 돌아가기 시작했다.

리벳은 역사를 빠져나오자, 장벽으로 달려가 다시 한번 로자를 보려고 했다. 그리고 이 인간화물을 가득 실은 기차가 자기 앞을 지나갈 때 채찍을 휘두르고 뛰어가며 온 힘을 다해 노래하기 시작했다.

팔은 포동포동 살이 올랐고

다리는 멋지게 쭉 뻗었고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만 낭비

모두가 지나간 헛된 꿈인걸!

그리고 하얀 손수건이 너붓거리며 멀어져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3

그녀들은 기차가 도착할 때까지 잠들어버렸다. 양심이 만족한 평화로운 잠이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새로운 기분으로 앞으로 매일 밤 해야 할 일에 매진하려고 그녀들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래도 마담은 이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이란 기 참, 어쩔 수 없는 기라. 마, 우리 집 일이 싫어졌뿠다.”

그녀들은 서둘러 간단한 식사를 하고 언제나처럼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단골손님을 기다렸다. 작은 등불에도 불이 들어왔다. 이 마리아의 신등은 어린양들이 양 우리로 돌아왔습니다, 하고 길 가는 사람들에게 알려주었다.

누가 어떻게 알렸는지 눈 깜짝할 사이에 소문이 퍼졌다. 은행가의 아들 필립은 친절하게도 파발꾼을 보내 집에 유폐 중인 투르네보 씨에게 알려주었다.

우연히도, 생선 염장 업자는 일요일마다 저녁 식사에 친척 몇 명을 초대했는데, 마침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한 남자가 편지를 가지고 나타났다. 투르네보 씨는 덜컥해서 봉투를 열어보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연필로 이런 문구가 씌어있을 뿐이었다.

‘대구(morue. 매춘부를 뜻하기도 한다-역자 주) 적재 화물 발견. 배는 입항. 절호의 기회. 즉시 출장 요.’

그는 주머니를 뒤져 파발꾼에게 20상팀을 주고 귀 뿌리까지 빨개져서 “난 좀 나가봐야겠는데”하고 말하고는 그 간결하고 수수께끼 같은 편지를 아내에게 건넸다. 그리고 초인종을 울려 하녀를 불러 말했다.

“내 외투, 빨리, 빨리, 그카고 내 모자.”

거리로 나서자 그는 휘파람을 불며 뛰기 시작했다. 길은 평소보다 두 배는 멀게 느껴졌다. 그만큼 서두르고 있었다.

메종 텔리에는 축제 분위기였다. 아래층은 항구 사람들의 난폭한 목소리로 귀가 먹먹할 지경이었다. 루이즈와 플로라는 누구에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이쪽에서 마시고, 저쪽에서 마시고, 실로 ‘두 대의 펌프’라는 별명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였다. 손님 두 명이 동시에 부르는 일도 많아서 그에 일일이 다 응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정도라면 오늘 밤 장사는 상상할 수 있었다.

2층은 9시에 벌써 만원이었다. 진작부터 마담을 정신적 사랑으로 생각하고 있던 상업재판소 판사 바세 씨는 구석에서 속삭이는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뭔가 합의가 임박한 듯 두 사람 모두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전 촌장 풀레 씨는 로자를 무릎 위에 승마 자세로 올려놓고 있었다. 로자는 그와 코를 맞대고 이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의 하얀 턱수염 속에 양손을 넣고 꼬물거리고 있었다. 남자의 검은 고급 나사 바지를 비스듬히 가르며 감겨 올라간 여자의 노란 비단 치마 아래로 새하얀 속살이 조금 엿보였다. 빨간 스타킹에는 행상인이 준 파란 가터가 채워져 있었다.

키가 큰 페르난드는 소파에 드러누워 양발을 세금 징수원 팜페스의 배 위에 올리고 몸통은 젊은 필립의 조끼에 기대 세우고 오른손은 상대의 목에 걸치고 왼손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다.

라파엘은 보험 대리점의 뒤퓌 씨와 교섭 중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이런 말로 교섭을 마쳤다.

“오케이, 오늘 밤은 실컷 드이소.”

그런 다음 획 하고 몸을 돌려 왈츠를 추면서 살롱을 일주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

“오늘 밤은 여러분요, 원하시는 대로 실컷 노시소.”

문이 요란하게 열리고 거기에는 투르네보 씨가 나타났다. 열광적인 함성이 터져 나왔다.

“투르네보 만세!”

여전히 살롱을 선회하고 있던 라파엘이 비트적비트적 그의 가슴에 쓰러졌다. 지금이다, 하고 그는 여자를 죽을힘을 다해 안에 올리고는 살롱을 가로질러 안쪽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만당의 갈채를 받으며 살아있는 짐과 함께 그대로 침실 계단으로 사라졌다.

조금 전부터 전 촌장을 도발하고 있던 로자는 쉴 새 없이 키스를 퍼붓고 턱수염을 양쪽으로 동시에 잡아당겨 머리를 똑바로 세워두려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자 바로 말했다.

“네? 빨리, 우리도 저렇게 하이시더, 마.”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도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조끼를 고쳐 입고 돈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뒤지며 여자를 따라갔다.

페르난드와 마담만 네 명의 남자와 남게 되자 필립이 소리쳤다.

“지가 샴페인을 쏘겠십니더. 마담요, 세 병만 갖다 주이소.”

그러자 페르난드는 청년에게 매달리며 귓가에 속삭였다.

“우리, 춤춰예, 네? 그라입시더.”

청년은 일어나 구석에서 잠들어 있는 고물 에피넷(èpinette. 17~18세기에 보급된 소형 피아노의 일종. 스피넷. 이 악기는 거의 한 세기 동안 주류를 이루었지만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역자 주) 앞에 앉아 앙앙거리며 우는 소리를 내는 이 악기의 배에서 한 곡의 왈츠를, 쉰 목소리의 애잔한 왈츠를 뽑아냈다. 키 큰 여자는 세금 징수원을 껴안고 마담은 바세 씨의 팔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두 쌍의 남녀는 키스를 교환하며 춤을 췄다. 바세 씨는 사교계에서 춤을 춰본 적도 있는 사람답게 역시 품위가 있었다. 마담은 홀딱 반한 눈으로, “위(oui. 긍정의 물음에 대한 긍정의 대답-역자 주), 위”하고 대답하는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말 이상으로 조신하고 감미로운 ‘위’였다!

프레데릭이 샴페인을 가지고 왔다. 첫 번째 코르크가 날아가자, 필립은 카트릴(quadrille. 네 사람씩 짝지어 추는 옛 춤. 방무곡(方舞曲)-역자 주) 곡을 연주했다.

네 명의 무용수는 적당히 세속적으로 춤을 췄다. 고상한 척 격식을 차리기도 하고 펜싱 선수들이 관중에게 하듯이 머리를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그런 다음 모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때 투르네보 씨가 다시 나타났다. 너무나도 만족스럽고 마음이 가벼워진 듯한 밝은 얼굴이었다. 그가 소리쳤다.

“뭔 일인지 모르겠지만, 오늘 라파엘은 완벽 그 자체였다 아이가.”

이어서 누군가가 내민 유리잔을 단숨에 비우고 중얼거렸다.

“우와, 이게 웬 호사야!”

필립은 바로 활기찬 폴카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투르네보 씨는 유대 미인을 껴안고 발이 바닥에 닿을 틈이 없을 정도로 계속해서 상대를 공중에 띄우며 춤을 췄다. 팜페스 씨와 바세 씨는 조금 전의 춤 상대를 향해 힘차게 뛰어나갔다. 이따금 한 쌍의 커플이 벽난로 가까이에서 멈춰 거품이 이는 샴페인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이 춤이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던 그때 문이 반쯤 열리더니 로자가 촛대를 들고 나타났다. 머리는 엉클어지고 슬리퍼를 신고 슈미즈 한 장만 걸친 모습으로, 얼굴은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내도 춤추고 싶다.”

그녀가 소리치자 라파엘이 물었다.

“손님은 우짜고?”

로자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분? 잔다 아이가. 마, 금방 곯아떨어졌뿌데.”

로자는 소파 위에 멀뚱히 앉아있던 뒤퓌 씨를 안았고, 다시 폴카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벌써 병이 비어 있었다.

“이 몸이 한 병 쏘꾸마” 하고 투르네보 씨가 선심을 쓰자 “나도” 하고 바세 씨가 받았고 또 “나도” 하고 뒤퓌 씨가 마무리했다.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이렇게 드디어 본격적인 춤판이 시작되었다. 가끔 루이즈와 플로라까지 급히 빠져나와 한 곡 얼른 추고는 아래층에서 손님이 화내고 있다며 아쉬운 듯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자정이 되어도 아직 춤을 추고 있었다. 때때로 여자 중 한 명이 사라졌다. 그것을 모르고 춤 상대를 하려고 찾는 사이, 남자 중 한 명도 빠져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도대체 어디 가셨던 깁니꺼?”

마침 팜페스 씨가 페르난드와 함께 돌아온 것을 보고 필립이 놀림 반 진담 반으로 물었다.

“잠깐, 풀레 씨가 자는 얼굴을 볼라꼬.”

세금 징수원이 대답했다. 이 대답은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다음부터는 너도나도 번갈아 가며 여자 중 누군가를 데리고 풀레 씨의 자는 얼굴이라는 걸 구경하러 가는 것이었다. 여자들도 오늘 밤은 이상할 정도로 고분고분했다. 마담은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는 어쩐지 이미 결정된 문제의 세부 사항을 정하려고 한쪽 구석에서 바세 씨와 계속 밀담을 나누고 있었던 것 같다.

마침내 1시가 되어 아내가 있는 투르네보 씨와 팜페스 씨는 집에 간다며 계산서를 달라고 했다. 그런데 계산된 것은 샴페인값뿐, 그것도 평소 한 병에 10프랑 하는 것이 6프랑으로 할인되어 있었다. 이 호기로움에 두 사람이 놀라자, 마담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맨날 축제일(이것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통해 여자들에게 회복된 자유와 순결이다. 부르주아에게 이것은 ‘부도덕한 질서’의 재발견된 일상이다. 근본적으로 모호한 속에 있는 ‘공동체’와 가장 불순한 등장인물은, 누군가에게는 연민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아이러니다-역자 주)은 아니지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