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무엇일까요?
제 평생 풀 수 없는 문제가 될 것 같은 질문을 던져봅니다. 저는 언제까지 그들의 말에, 행동에, 삶에 내 인생을 내어주어야 할까요? 이제 좀 괜찮겠지. 이제 좀 살만하다 싶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사건 사고들이 끊이질 않아요. 가끔은 정말 지긋지긋하고 마지막 말을 뱉고 싶은 순간들도 있네요. 이제 정말 지치기도 하고요.
처음엔 모든 걸 함께하는 것이 가족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소한 기쁨도, 사소한 슬픔도 모두요. 그래서 모든 걸 안고 가고, 모든 걸 해결하려고 들었어요. 내가 아니면 서로 대화도, 연락도 잘하지 않는 가족들을 접착제로 억지로라도 붙여가며 낑낑대고 끌고 가고 있었어요. 그것이 제게 큰 병이 될지도 모르고 말이죠.
사람들은 쉽게 변하지 않았어요. 나아지겠지. 좋아지겠지. 행복한 날이 결국 오겠지. 다 제 착각이었어요. 제가 가족들의 아픈 얘기나 문제들을 듣고 위로하고 해결해주려고 했던 모든 게 반대로 제게 와서 풀지 못할 응어리로 쌓여만 갔어요. 저는 잘 몰랐어요. 이렇게 까지 그 응어리가 커져서 저를 평생 따라다니며 괴롭힐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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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야 정신과를 찾았어요. 산후우울증을 이유로 치료를 시작하고 어느 정도 치료 효과를 느끼고서야 알았어요. 지금까지 제가 느끼던 감정과 아픈 마음들이 모두 정상이 아니었다는 걸요. 평범한 감정을 느껴본 게 너무 오래되어서, 힘들고 아픈 감정이 너무 익숙해서 당연한 건 줄 알았던 거예요.
"누구나 힘들지. 나만 그런 게 아니야.
나약하게 굴지 마."
저를 늘 채찍질해가며 다잡았던 말이에요. 정상 적인 마음을 알게 되고 더 무서워졌어요. 다시 예전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게 정말 치가 떨리게 무서웠죠. 오랫동안 치료하고 약도 끊었지만 두려웠어요. 우울증은 원인이 해결이 되지 않는 이상 완치가 어렵다는 걸 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예상대로 였어요. 우울증은 아홉 살 이후 여전히 저를 따라다녀요. 더럽게 끈질긴 녀석이죠.
저는 우울증을 '계절을 잃은 감기'쯤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하며 함께 동거 중이에요. 노력하고, 거부하고, 아무리 발버둥처도 내 의사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사건들로 어차피 또 예고 없이 세트처럼 왔다 갈 거니까요. 언제나 그랬으니까요. 저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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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이라고 하죠. 네 맞아요. 주인공도 주인도 자기 자신이죠. 그 말은 스스로 주최가 되어 멋진 삶을 살아가라는 의미이지 절대로 네 거니까 네 맘대로 살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죠.
"내 인생 내가 사는 데 왜 참견이야. 내 인생이니 내 마음대로 살 거야. 내버려 둬."
네 쌩판 남에겐 해도 되는 말입니다. 필요하다면 말이죠.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가족에게 해서 되는 말은 아닙니다. (물론 잘 살고 있는 가족, 사랑하는 이에게 이래라저래라 해서도 안되죠. )
스스로의 인생은 다 내 것인가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 인생은 제일 일 순위로 내 것이 맞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의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서로의 기쁨과 아픔으로, 서로의 마음과 삶에 아주 미약하게나 때론 아주 크게 영향을 주니까요. 서로의 삶이 서로에게 닿아 가끔은 아주 잠시, 때론 평생을 두고 따라다며 삶을 흔들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삶을 소중히 생각하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 하는 두 번째 이유가 바로 가족 아닐까도 생각해요. 네 당연히 첫 번째 이유는 자신이겠지요.
저는 이제 결혼으로 인해 가족 단위도 의미도 더 넓어졌습니다. 제 원가족이던 친정보다 더 우선으로 하고 지켜야 할 가족이 또 생긴 샘인데요. 제게는 가끔 가족으로 인해 가족을 위태롭게 하는 일이 발생하곤 해요. 안 좋은 것은 대물림이 더 잘 되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아픔, 우울의 물림은 이제 그만 제가 제게서 끊고 싶어요.
제 인생을 더 이상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흔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설령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말입니다.
여전히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면 꼭 알았으면 좋겠어요.
내 인생은 오롯이 내 것만이 아니며
사랑으로, 피로 연결된 인생들은 서로의 지분이 꼭 있다는 것을요.
그래서 더욱 책임감 있게, 의미 있게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하다는 것을요.